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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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오늘,

같은 일을 하며 엇비슷한 하루를 보내지만

유독 가라앉는 기분으로

세상에서 이만큼 동떨어진 섬처럼

고독한 기분이 휩싸이는 날이 있다.


이제껏 아무렇지 않았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

갑자기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무너짐의 순간을 겪게 되면

반사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함인 건지

이런 마음을 달래주는 무언가를 찾아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한다.


나 역시 이럴 때면 유튜브를 열어

'위로가 되는 노래 모음'이라던가

'눈물 나올 때 위로가 되는 노래' 같은 걸

검색해 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혹은 스스로 생채기 낸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본다.


사람마다 이런 고독감과 외로움,

슬픔의 감정을 달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그저 방에 들어가 끝도 없이

잠을 청하며 복잡한 생각을 잊기도 하고

누군가는 라디오 DJ가 전하는 나긋한 목소리,

다양한 사연과 그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는 마음에

삐뚤어졌던 감정선이 바로 잡히기도 한다.


여기 5명의 사람이 있다.

오랜 세월 근무한 병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전직 간호사,

택배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개그맨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청년,

갑자기 임신과 결혼을 알린 딸과의 사이에서

갑작스레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버지,

이혼한 부모님 사이에서 겪는 감정으로

빨리 자립을 꿈꾸는 고등학생,

일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액세서리 작가 등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고

평범한 그들이지만, 한 뼘 가까이 다가가

그들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삶에 얹어진 고민들로 힘들어하고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긍정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런 어려움과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챙겨듣고 있다.

인간관계의 변화나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감을

태양, 달, 지구의 천체 위치와 변화를 겹쳐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 팟캐스트의 특징이다.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거나

화려하고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되려 소박하게 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또다시 인생의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갈등을 겪었던 관계를 제대로 마주하거나,

그런 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과 연결된

타인에게 도움을 베풀며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

도움받고 도와주고 있음을,

또 보이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이면에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관계,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는 위로와 사랑의 감정은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누구에게나

큰 감동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사연을 따라 읽어가며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의 도움과

그들의 베푼 위로와 사랑으로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힘들 때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

이따금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감,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괴로움이 조금은 희석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팟캐스트를 통해 깨달은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구원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실체하는 사랑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단한 사건이나

혹은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 커리어 등에서의 다양한 고민을

각 등장인물의 사연에 녹여내어

마치 '실제 누군가의 사연을 듣는 듯'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결국에는 이 세상에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운

고마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은 계기를 통해 새로운 시작,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새로운 발돋움을

내딛게 된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보며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그들이 나누는 위로와 사랑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나의 마음이

또 누군가를 돕고 구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작은 기적이 주는 책임감이

과제처럼 남기도 했다.


또한 꼭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포근한 마음은

누군가 괜찮다 토닥이는 손처럼

따뜻한 응원이 되어 힘든 순간마다

곱씹게 되는 독서였다.


정말 소중하지만 놓치고,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작은 일상 속의 행복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잃을 때마다 나침반처럼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RHK 알에이치코리아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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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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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은

아무리 대항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이는 불가능한 상황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상황에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자칫 무모한 듯 무의미해 보이지만

생존을 위해 용기 있게 강자에 맞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행위나 움직임이

세상을 뒤집거나 바꿀 수 없을지라도

바위를 깨뜨리지는 못해도 더럽히기라도 하고

약간의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진 사람들을 조명해

승자 중심으로 기록되고 해석되는 역사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한계가 존재하는 세계사의 다양한 시대,

역사의 변곡점에서 세상을 바꾸고 뒤흔들고자 애쓴

총 30개의 사건들을 다뤘다.


1장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에서는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애썼던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련에 맞섰던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나폴레옹에 맞선 스페인의 게릴라 투쟁,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를 통해

때로는 납작 엎드리거나 과감하게

뼈아픈 선택을 하는 등 자유와 승리를 위한

지혜로운 모습을 보인 역사 속 약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고


2장 <용기 있는 자만이 역사를 바꾼다>에서는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키,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대대,

똥물 뒤집어쓴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를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등

세계사 속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선택은 물론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목소리를 냈던

언더독의 모습을 보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과연 무의미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장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에서는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면서도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사회나 역사의 빌런에 대항하고

민중을 격동시킨 열정을 담아내었는데,

책 속의 사례는 나만 생각하고

이득을 셈하며 행동하기 쉬운

요즘의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린다.


4장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에서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태도의 천재였던 칭기즈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에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브라이언트 앤드 메이 성냥 공장 여성 노동자 등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무책임과 무대책 속에서 속절없이 스러진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해

희생양을 불사르며 직성을 푸는 것보다

사태의 진실과 책임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파악하는

신중함을 가진 이들의 지혜는

지나간 역사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역사에서도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5장

<신념을 지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에서는

거대한 손 앞에도 굴하지 않고 작은 힘을

끊임없이 밀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센징’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작가가 프롤로그에 언급했듯

세상을 바꾸려는,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었으니

한번 힘을 내어 함께 뭐든 해보자는

용기 어린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나 하나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운 시대의 흐름 앞에

자신의 뜻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더 나아가 목숨을 바치고 현명한 전략으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당긴 이들을 통해


우리가 그저 순응하고만 있는 시류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역사에 남아있는 승자의 기록이 아닌,

역사에서 주목하지 않은

그 공을 치하하지 않는 노력에도

두려움 없이 그 길을 선택한

숭고한 그들의 발걸음이

수없이 변해가는 시대와 장소에서도

끊이질 않는다는 점은

굉장히 울림 있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꽤나 익숙한 역사 속의 사건부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혹은 가볍게만 알고 있었던 사건을

새로운 시선에서 재조명하여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세계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라는 서정적인 동화로 알고 있던

성냥공장 노동자의 소녀들의 일화처럼

우리가 외면하거나, 혹은 안타깝게만 여기고

지나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이를 겉으로 드러내고

때로는 부딪쳐 죽음에 이르더라도

약간의 '변화'라도 이끌어내고자

그들이 만들어 낸 '균열'이

지금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역사를 담아내었음에도

여태껏 접해왔던 다른 책과는 달리

하나하나의 사건과 그 속의 인물들을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그들의 마음에 이입해 해석해 내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틔워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주관적이고

작가 개인적 측면의 시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역사 속 하나의 사건과 세계사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계가

내 기준에서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불가능하고

무모해 보이는 모든 움직임과 노력이

결국에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대단한 발걸음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보태

힘을 실어야 할 일은 없는지

지켜봐야겠다는 마음을 일깨워 주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세계사와 역사를

30여 개의 사건을 통해 들여다보며

많이 공감하고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생각되던

과거의 시간들을 끄집어내 되짚어보며

승자 중심의 역사를 약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다시 풀이해 보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발전의 서두가 아닌가 싶다.


히틀러에 저항한 평범한 노동자부터

죽음 앞에서 사랑을 택한 사우디 공주까지

한 명의 개인의 선택과 움직임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듯,

이렇게 약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의 해석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그들에게 주목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모두가 귀 기울여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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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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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체력의 한계를 자주 마주하는 30대이다.


누군가 신체의 무료 구독 기간은 20대 까지로

30대가 되면서부터 체력 부족이나

관리하지 않은 몸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며


젊은 날에 쌓아둔 운동은 적금처럼

4-50대 중년이 되면 만기 되듯

차곡차곡 쌓인 근육이 건강과 체력의

기반이 되어준다고 했다.


가만 보면 운동의 필요성은 항상 느끼곤 했다.

20대에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일명 TV나 미디어에 나오는

예쁜 몸을 가진 연예인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리고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슬슬 느껴지는 체력의 한계라던가

건강수치들에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살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으로는 조금씩 걷기라도 해야지

생각하고는 있지만

여름에는 늦게까지 햇빛이 너무 뜨거우니,

오늘은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등등

각종 이유를 붙여가며 운동을 건너뛰고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검진에서

몸무게가 많이 늘거나

혹은 건강지표에 지적을 받았을 때

잠깐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운동에 임했던 것 같다.


TV나 유튜브 등에서는 심심치 않게

운동을 '생활'처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같이 식단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에 시간을 쏟아부으며

자기관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어떻게 시간을 내겠어?

다 배부른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야' 하며

운동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몸무게를 재고

손에 잡히는 군살이나

일 년에 1kg 남짓 슬금슬금 늘어가는

내 몸을 볼 때면 '운동해야 하는데'하고

말뿐인 다짐만 늘어간다.


이 책은 나처럼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뭔가 계획적으로 대단한 결심과 실행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시작조차 못하는

운동 초심자, 작심삼일운동러에게

생활 속에서 운동을 가까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트레이너로 일하는 그녀가 쓴 이 이야기는

'여러분 근력이 중요하니 하루에 몇 개씩

최소 몇 세트는 해야 합니다'하는

도전하기 어려운 운동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이 너무 많고

그것에 흠뻑 빠져들지 못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운동에 빠진 삶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또 얼마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꾸준히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은

'오늘 치 운동을 해냄으로써

내가 무언가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이 다른 무언가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를

한결같이 해왔다.


운동을 늘 '숙제'처럼 해왔기에

성취감보다는 빚 청산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나에게 운동이 주는 의미는

그들이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그녀는 몸으로 성장해 본 경험이 없기에

주저하고 포기하기 쉬운 거라며

이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운동을 편하게 여기는

법을 일깨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자기 긍정감을 가지고 운동을 임할 때

어떤 몸을 가진 사람이든 간에

건강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몸무게나 체지방률 같은 수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 없이

마음가짐을 먼저 바꾸고 운동을 시작한다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따스한 조언은

늘 금세 흐지부지되었던 운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크게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나름 체격이 좋다고 자부했던 부모님도

장년층을 향해가며 빠진 근육으로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모습을 보니

나중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지치지 않고

다음날에는 회복할 수 있는 만큼의 운동으로

매일의 과정을 쌓아 속도를 조절하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에

오늘이라도 한번 '일단 조금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 걸 보니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걷거나 뛰고 근력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운동의 범주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온전히 잘 보내고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작은 팁,

식물을 보고 나만의 초록 팔레트 만들기나

블루 라이트를 벗어나 햇빛 샤워하기처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까지 제시되어 있어서

금방 지쳐 포기하지 않는

'작은 성공'을 제안하기도 했고


운동의 필요성이나 장점뿐 아니라

트레이너이자 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본인 역시 보디 프로필을 찍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힘들게 했던

솔직한 경험도 털어놓으며


트레이너라던가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가지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그들의 노력과 경험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살찐 몸은 죄라거나 게으름의 상징,

혹은 잘못되었다는 편견에 휩싸이기 쉬운데

내 몸을 제대로 마주하고

사회가 '일반적'이라고 제시하는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생활 속에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운동의 경험이

나를 진정한 성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해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일단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멀게만 생각했던 지난날의 내가

되려 운동으로부터 나를 너무 먼 곳으로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이너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경험으로 체득한 운동을 대하는 자세를

제안하는 이 글을 읽고 나니

비로소 '생활 속 운동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그럼 이제 그 힘으로 운동화 끈을 조여 묶고

바깥으로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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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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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부터 ‘하루에 몇 개 몇 세트는 해야 합니다‘ 하는 소리에 안한다, 안해 했던 운동
체력을 위해서, 살기 위해서, 나중을 위해서 하긴 해야 하는데 싶은 운동인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해보자‘ 마음먹게 만들어줘서 여러모로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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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쓰는 마음
이윤주 지음 / 읻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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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진 듯

일상에서 모든 의욕이 사라진 채

기분이 가라앉는 시기가 있다.


누가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으면

"아니, 그냥 좀 기분이 다운돼서…."

하고 말끝을 흐리지만

사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우울은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현대인들에게 크고 작은 우울은

누구에게나 있을 감정.


나 또한 때로는 기약 없는 기다림처럼,

가라앉은 감정이 다시 바닥을 딛고 올라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작은 우울감을 겪은 적이 있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언니가

우울증에 걸려 살고 싶지 않다고 하며

힘들어하고 있는데,

호떡과 잉어빵을 좋아해서

'겨울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볼까'하며

잠시 눈에 희망의 빛이 돌았다며


봄에는 수박주스로 여름을 버티게 하고,

여름에는 군밤으로 가을을 기다리게 하며

언니에게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SNS에서 이슈화되었던 글처럼


아스라이 무너지는 스스로를

겨우 붙들며 매일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그러면서도 겉으로 나에게

우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혹은 드러내지 못하거나,

'그건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야'하며

채근하는 타인의 시선 아래

더 많은 상처를 입고 더 깊은 우울에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제 우울은 쉬쉬해야 하고 숨겨야 하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슬프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걷는

각자의 크고 작은 우울 속에서

오롯이 '나'를 되찾기 위한 생활과 노력은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별것 아닌 듯싶지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우울을 보듬고

조금이라도 '살고 싶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작은 노력이 참 예쁘다 생각했는데


아마도 이 책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가

불투명해진 현대인들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언니를 위해 계절음식을 챙겨주는

동생의 마음처럼 따스한 위로이자

새로운 내일을 깨닫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고쳐 쓰는 마음》은 40대의 문턱에서

우울증을 맞이한 이윤주 작가가

자신의 '우울'을 통해 배운 것들,

그 우울증을 마주하고 함께 살며

자신의 다친 마음을

버리거나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고쳐 쓰자'라고 다짐하며 지나온

지난한 시간들을 담아낸 글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신나고 즐거운 것들만 곁에 두라며

'우울'이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 올리거나

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겪은 가장 취약하고

또 어쩌면 제대로 꺼내보기 어려운 감정과

그 시간을 글로 담아낸 담담한 고백은

되려 보통날의 삶을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소박한 감사함이 느껴지기도 해서


불행 속에서도 세심한 관찰과 사색으로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표현한 그녀의 글들은

마냥 어둡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우울증의 이미지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감사함이나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저 나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어쩌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더 깊은 물살로

끌려들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마주하고 때로 작은 것들로 스스로를 보듬으며

나를 아끼고 곁에서 지켜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

그런 자신을 미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고쳐 쓰자'라며 깊은 우울 속의 나에게

손 내밀고 마음을 뻗을 줄 아는 작가의 노력은

얼마나 어려웠을지 알기에

더 아름답고 빛나게 느껴졌다.


자신이 가장 취약했고,

어쩌면 남에게 고백하고 싶지 않은

치부와 같은 감정이지만

그 지나온 순간들을 담담히 고백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삶의 진실을 발견해

잠겨있는 감정을 물결을 꺼내 보여준

용기 있는 이 자기고백의 글은


어쩌면 무겁고 같이 우울해진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들을 통과해 지나온 불행을

불행으로 멈춰있지 않게 만들어온

그녀의 노력에 미소 짓게 하고

이 글들을 통해 외면하고 있던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마주하고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그 어떤 '힘내'라는 말보다

혹은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보다

강하게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진심 어린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이라면 참 좋겠지만,

고쳐 쓰는 마음도 나쁘지 않다고

이 또한 고통만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각자가 가진 우울의 크기,

혹은 감당하고 있는 감정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넘어

모두에게 손 뻗어 온기를 전하는 이 글이

잿빛 마음에 따스한 힘이 될 것 같다.


우울을 미화하지도 혹은 비난하지도 않고

자신이 마주하고 통과한 우울의 터널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이

작은 어린아이, 검정개를 가진 사람들에게

내일을 믿고 기대하고 감당하는 쪽으로

이끌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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