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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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때, 아침이면 휴대폰 알람이 아닌

민중가요 노래로 잠이 깬 시기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서

새로 공사를 하고 있던 현장에서

일명 '노조'의 시위로 인해

민중가요를 크게 틀어둔 것이다.


분명 시위는 미리 신고했을 것이고,

정해진 데시벨을 넘지 않도록

그들 역시 우리 단지 곳곳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해두었음에도

아침마다 울리는 노랫소리는

단잠에 빠져있던 주말이나 평일,

조카가 다니는 학교 앞에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곤 했다.


며칠이면 괜찮아지겠지,

도대체 시위를 왜 건설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사는 곳을 향해

노래를 틀어놓는 걸까,

소음을 측정해야 하나, 신고할까 등

동네 맘 카페에서도 연신 울리는

이 민중가요와 시위에 대해

다들 볼멘소리로 한동안 난리였다.


몇 주 가까이 이어지는 이 시위에

그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혹은 그들에게 불합리하거나

억울한 일은 없는지를 들여다보기 전

일단 내가 불편하니까

그리고 '돈 더 달라고 저러는 거지'하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았더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일같이 스피커를 켜고 민중가요를 틀던

노동조합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공사는 다시 진행되었고,

누군가는 '공사하는 사람 따로,

시위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저 사람들은 매일 시위하는 게 직업이야'

하며 언론에 오르내리던 '건폭'으로

그들의 모습을 쉬이 규정하곤 했다.


그때는 말마따나 '나쁜 사람들' 혹은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를 통해

우리의 이웃이자,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열심히 매일을 사는' 그들의 삶을 보며

건설 노동자에 가진 삐딱한 시선,

고정관념이나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지극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러기에 조심스러운 책이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건폭' 발언,

그리고 '탄압 정치'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는

건설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터.


정치적인 부분은 정답이 있는게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는 떨쳐놓고, 책에 소개된

12명의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이유로 건설노동에 뛰어든 사람들.

아직 어렸던 10대의 방황 끝 선택이거나

이혼 이후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건설 현장에 뛰어든 여성 노동자.

한국에서의 삶이 좋아 보여

외국에서 한국으로 멀리 날아온 이주노동자,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건설 일에

뛰어든 사람도 있었다.


결국에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그들은 '노가다'라 비하 받기도 하지만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그만큼 주머니와 배를 채울 수 있는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

비싼 유지비나 정비로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은 때도 있는 어려움,

몸이 다쳐도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산재처리를 받지 못해 고생하기도 하고,

그렇게 노동을 했어도 제때 돈을 받지 못해

때로 생활과 가정이 무너지는 경험 속에서

그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이 어려움과 힘듦이

그래도 조금은 더 나아졌다 입을 모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건설노동자의 채용,

그리고 단가 경쟁, 임금체불의 현실이

얼마나 그들의 '인간다움'을 앗아가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

그저 '떼쓰는 것'으로 보였던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대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마지막 선택지' 같아 보였던 건설노동에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배우고 함께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뿌듯해하는

한 사람의 애쓰는 '삶'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얼핏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아닌 그들만의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책 속에 소개된 그들의 삶,

건설 노동자의 노동과 그들의 애씀이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 임을,

이들의 자부심을 다시 세우고

'인간다운 노동 현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것임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건설노동이 가치 있는 일인가,

이들의 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혹여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그저 혐오하는 감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되짚었다.


그들의 입으로, 말로, 마음으로 써 내려간

진심 어린 글을 통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일터에서 그저 '일하고자' 하는

보통의 삶을 꿈꾸는 그들의 소망이

과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침잠을 깨우던 그때의 소리를,

그저 '시끄럽네'라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들어보려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 말하던

그들의 진심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잘잘못,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인간답고 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책을 덮고 나면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불리길 원하는

그들의 바람과 요구가 절대 과하지 않다고,

이건 당연한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현재를 비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건설 산업 전반에 팽배한

오래된 악습이나 관행, 부조리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각자가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숙제처럼 남지 않을까 싶다.


혹여 건설 노동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부모님이 건설노동 일을 하고 있다면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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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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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부크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언젠가 SNS를 통해 실험카메라 형식의

영상 하나를 보고 울컥한 적이 있었다.


한 청년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면접에 가야 하는데 넥타이 매는 법을 몰라서…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과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청년을 마주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는 새 목구멍이 뜨겁게 달아올라

한참 동안 오랜 여운이 남았다.


남자 어르신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넥타이를 본인의 목에 둘러 조절한 뒤

다시 청년의 목에 걸어 매어 주며

"이런 모양을 해야 더 단정해 보여"

"착하고 성실하게 생겨서 분명 합격할 거야"

같은 응원을 해주기도 했고


여자 어르신들은

"그래, 이런 거 자주 안 해봐서 모르지.

우리 때는 아침마다 남편 넥타이를 해줘서

다들 할 줄 아는데 내가 해줄게" 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난감한 상황, 고민 끝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에

그 누구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고,

넥타이 매는 것을 넘어서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응원과 위로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영상이었다.


이처럼 내가 힘들 때 타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괜찮아, 다 잘될 거야'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태오 작가의 신작,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는

자신의 슬픔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아 홀로 그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마음속 깊이 가라앉혀 둔 진심을 드러내지 못해

혼자 아파하는 서투른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을 담아냈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삶, 사람, 사랑에서 지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가 행복하길,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낸

응원과 위로의 문장들이다.


'이런 말은 별로 힘이 되지 않는데' 하고

때로 비뚤어질 수 있는 마음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꺼이 모든 짐을

함께 짊어지며 항상 곁에 있어주겠다는

약속 같은 책 속의 문장들은

때때마다 마주하는 불안과 고민 앞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매일이 행복할 수 없고,

때로는 내가 너무 보잘것없어 보여

위축되고 무너지는 날이 있지만,

지칠 때면 언제든 기대고

따뜻하게 품어주겠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실험카메라 영상 속 어르신들의

도움이나 토닥임처럼

마음 깊이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시름과 고민으로

타인과 비교해 불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에 치여 내 마음속 진심을 외면한 채

매일을 살아가곤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다는 것을,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외롭고 쓸쓸한 날에도 누군가와 함께 어울려야 하며,

고민은 언제나 나눌수록 가벼워진다는 메시지는

힘들 때 내 곁에 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말뿐인 위로일지언정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보다야 낫고,

그렇게라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백 마디 말이라도 건네주고 싶다는 진심 어린 응원은

혼자서만 감당하고 있는 것 같은 현실에서

무조건적으로 나를 응원하는 든든한 내 편을 얻은 듯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고,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

사소한 웃음이나 즐거움, 행복을 일깨워 주며

평범한 나날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화 속 파랑새처럼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실감하며

우리의 매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따스한 위로와 응원의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행복의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따뜻한 온기로 내가 용기를 얻었듯

주변에 힘들어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혹은 행복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네가 정말로 잘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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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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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창 다섯 명이 함께 만든

스타트업 회사 그랜마,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일도 늘었지만

그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의 공기는 냉랭하기만 하고

대화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어질러진 신발장,

공용 욕실에 널브러진 샴푸와 린스,

끼니는 대강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바빠서 제때 치우지 못한 쓰레기도 한가득이다.


이런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CEO인 다나카의 제안으로

그랜마의 사무실에 중년의 가사도우미

가케이가 출근하기 시작했다.


척척 사무실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멤버들이 먹을 야식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이들 중 유일한 '홍일점'인 고유키는

어쩐지 '설 곳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퇴근하며 다 함께 먹을 야식을 준비하는 방법을

콕 집어 고유키를 불러 설명하는 가케이에게

고유키는 마음속에 담겨있던 묵은 감정을 쏟아내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만다.


얼핏 잘나가는 회사,

일도 바쁘고 문제없을 것 같은 이들 멤버에게

도대체 무슨 일과 사연이 있는 것일까?


유독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어디에 말 못 하거나

혼자서만 끙끙 앓느라 입맛도 없고,

때로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예민해진다.


이런 날에는 작은 일에도 날선 태도로

타인에게 크게 반응하기도 하고,

입맛이 없어 기운이 축 처지기도 한다.

그럴 때 문득 드는

'엄마가 만든 밥 먹고 싶다'라는 생각.


어쩐지 냉소적이기도 하고,

서글서글하지도 않은 가사도우미 가케이는

각자의 고민과 시름을 앓고 있는 그랜마 직원들에게

기꺼이 '엄마가 만든 밥'같은

위로의 음식을 척척 차려낸다.


사실은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내 '쓸모'가 없는 것 같아서 고독감을 느끼며

어디에도 흠뻑 속하지 못한 채

겉도는 고유키의 마음을 달래는

구운 사과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를,


신라면에 밥을 넣어 끓인 라밥이나

알뜰하게 얻어온 도미 머리로 만든 밥처럼

정말 간단한 요리부터

때로는 뼈에 붙은 살을 하나하나 잘 발라야 하는

까다로운 음식까지 다양하게 넘나든다.


그가 만들어 낸 음식들은

각자에게 얹어진 고민을 잊을 만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는 맛이다.

가케이는 고민이 있어 보이는 멤버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하며 음식을 내민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하는 역할까지 하며

점점 그랜마 직원들의 마음에 스며들게 된다.


가케이가 없었던 시간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그리고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이때

이들 모두에게 공통의 '미스터리'로 남은

前 멤버 가키에다의 실종 목격자가 나타나고

가사도우미 가케이에게서 발견되는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미식 힐링'에서 '미식 미스터리'로 변모한다.


맛있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어

꿀꺽 침을 삼키게 되었던 마음은

어느덧 그랜마 직원들이 숨기고 있는

가키에다의 실종사건에 대한 진실,

그리고 가케이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쫓아

열심히 따라가게 되었다.


식욕을 자극하기 무섭게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야기의 전개는

하라다 히카 특유의 '미식 표현'에

호기심을 덧입혀 더없이 맛있는

요리와 같은 글이 되었고,


각각의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각 편의 소설을 다 읽어내고 나서야

퍼즐이 완성된 듯 이야기가 짜 맞춰지고

비로소 숨겨진 진실은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자 '위로'가 되는

인간적인 '연대'까지 엿볼 수 있었다.


입맛이 없고, 삭막했던 분위기의 사무실이

가케이의 정성스러운 요리로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리며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즐거워졌듯이


가케이가 음식을 내밀며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 하는 말처럼

힘든 상황일 때 무언가를 먹고 마음을 채우며

올바른 판단으로 나아가는 각 인물들의 성장도

열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어쩐지 서먹했던 그랜마 멤버들의 고민이

한꺼풀씩 벗어져 분위기를 회복할 때 즈음

실종된 가키에다의 목격담과

이 소동을 바라보는 가케이의 행보가 드러나며

평온했던 분위기가

다시 쫄깃한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진행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 참 재미있었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식욕을 자극하는

가케이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설명,

이야기 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다정함과 희망,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극복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과는 또 달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때로 마음이 고파 예민해진,

그랜마 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이 소설이 '우선 이것부터 먹어봐'하는

가케이의 따스한 음식, 손길과 같은

글이 될 것 같다.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일반적인 힐링 소설과 달리

텐션감 있는 긴장과 호기심이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더해 더 매력적이었다.

정말 여러모로 맛있는 미식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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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프리 메이슨 지음, 오영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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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과 관식,

그들의 자녀인 금명의 인생 이야기를 보며

많은 이들은 '꼭 우리 부모님 이야기인 것 같다'라며

공감의 마음을 쏟아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유난히 억척스럽고

때로는 자식을 귀찮으리만큼 챙기는

부모의 모습이 사실은 사랑이었음을,

그들 역시 어렸고 소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치열한 삶 아래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떳떳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살다 보니

지금이 되었노라 말해주어

매회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 인증샷이 유행일 정도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렇다.

부모님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이,

자녀인 내가 보고 느낀 시선을 중심으로

'엄마는 너무 ~해, 아빠는 너무 ~해'

라는 말을 쉽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의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왔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볼 새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따금 어린 시절 배곯았던 시절,

그리고 우리를 키우느라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던 때의 이야기를

엄마 아빠 스스로가 입 밖으로 꺼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음속에 묻어둘 뿐이다.


그런 부모님의 인생을,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문답책이 있다.

이 책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자서전' 한 권을 완성시켜주는 기프트 북,

제프리 메이슨의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이다.


얘기할 것도 없는 시간이라며,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어서

혹은 너무 아파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시간들일지라도

혼자 가만히 앉아 글로 쓰다 보면

어느새 슥슥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엄마에게는 일기장을 쓰는 마음으로,

완성된 책을 읽어보는 자식에게는

엄마의 인생을 배우는 시간으로

그 어떤 책보다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인생 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신이 모든 곳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했다.

뱃속에서의 10달,

갓 태어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기 시절을 지나 걸음마를 배우고

스스로의 인생을 걸어나가기까지

우리를 보듬어 보살핀 엄마의 인생을

엄마의 손글씨로 살펴볼 수 있다니

얼마나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


살아계실 때는 궁금한 것은 물어보기도,

답을 들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 엄마라는 존재가 떠나버리면

그의 인생에 대해,

엄마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이 삶을 살아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떻게 태어나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었으며

어떻게 자라났는지 담긴 글이 남는다면

나중에 이별의 시간이 오더라도

그 글을 통해 엄마를 추억하고

또 오래 그 삶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이름, 나이는 알아도

엄마가 어떻게 태어나 무슨 꿈을 꾸고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는

제대로 물은 적이 없었다.


나에게는 항상 엄마는 '엄마'의 모습이어서

엄마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지,

혹은 설레는 무언가의 기대를 접고

지금이 되었는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엄마에게 책을 선물하기 전

질문들을 읽어 내려가며

'내가 알고 있는 엄마'는 극히 일부분임을,

엄마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에 채워질

엄마의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고 설레기만 한다.


엄마는 어떤 학생이었어?

엄마의 청춘은 어땠어?

라는 낯간지러운 질문 대신에

이 책과 연필 한 자루를 내밀고

찬찬히 써 내려갈 그 답변을 기다려봐야겠다.


이 책을 다시 받아들 나에게도,

글을 써 내려가며 인생을 되짚을 엄마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특별한 기프트 북,

엄마를 위한 선물로도 손색이 없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나와 그의 연결고리를 되짚으며

더욱 탄탄히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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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목욕탕 제제의 그림책
배은영 지음, 이수현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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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조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이모, 나랑 시합할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꺼내곤 했다.


대단한 시합도 아니고

뭘 같이 먹으면 '누가 빨리 먹나' 시합,

같이 바깥에 산책을 나가면 '누가 먼저 뛰나' 시합 등

온갖 시합을 하자고 달려드는 아이에게

"그래, 시합하자" 하며 진지하게 임하는 이모였다.


분명 이모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져줄 것이라 생각했던 건지,

혹은 진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

의기양양하게 시합을 시작했지만

나는 한사코 최선을 다해서 시합에서 이기며

"이모를 이기려고 하지 마" 하고는

조카의 입을 부루퉁하게 나오게 하는

철이 덜 든 이모였다.


하지만 삐지거나 서운해하는 것도 잠깐,

금방 다른 시합을 제안하고

하루에 몇 번의 시합을 반복하고

결국 자신이 한두 번쯤은 승리해야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늘 왜 무언가를 겨루려고 하지?

왜 시합을 하려 할까?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을 보며

한창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시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린 시절 목욕탕의 추억까지 되살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목욕탕은 매표소에서 입장하며

"시합할 준비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며 시작한다.


입장에서부터 누가 먼저 들어가나 시합으로

경쟁의 포문을 연 아이들은

누가 먼저 옷을 벗나,

누가 먼저 물로 씻나 등등

'이런걸 시합한다고?' 싶은 다양한 경쟁을 한다.


의기양양하게 "내가 이겼어."를 외치면

여기 뭐가 빠졌는데, 아닌데 난데 하면서

왁자지껄 각자의 승리를 자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쩌면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쟁하는 사이에서 느껴지는 재미,

그리고 무언가를 겨루며 계속 함께하는

'놀이'의 일환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문득 어쩌면 하루 종일 시합하자며

달려드는 조카에게는

'이모와 함께 놀기'의 방법으로

시합을 선택했을 뿐,

같이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합'이라는 것을 얘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 것이다.


목욕탕에서 오래 잠수하기,

냉탕에서 수영하기,

옷 빨리 갈아입기 등은

실제로 어릴 때 목욕탕에 갈 때마다

언니 혹은 목욕탕에서 만난 친구와

나 역시 해왔던 추억의 '놀이'이기에


아이들의 시선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으며

동심으로 돌아간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목욕탕 시합에서 누가 이겼니?" 묻는

물음에 "제가요" 하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예상외의 답변을 하는데,


한 번씩 동네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흘끔거리며

아이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사이에 쏙 들어간 '어른이'가 된

스스로를 마주할 때처럼

즐거운 '합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장면이기도 했다.


마냥 누군가를 이기려고만 하는

욕심이 많은 시기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겨루기의 재미'가 무엇인지,

사실은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


책을 읽어주는 부모나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책이라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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