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목욕탕 제제의 그림책
배은영 지음, 이수현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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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창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조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이모, 나랑 시합할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꺼내곤 했다.


대단한 시합도 아니고

뭘 같이 먹으면 '누가 빨리 먹나' 시합,

같이 바깥에 산책을 나가면 '누가 먼저 뛰나' 시합 등

온갖 시합을 하자고 달려드는 아이에게

"그래, 시합하자" 하며 진지하게 임하는 이모였다.


분명 이모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져줄 것이라 생각했던 건지,

혹은 진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

의기양양하게 시합을 시작했지만

나는 한사코 최선을 다해서 시합에서 이기며

"이모를 이기려고 하지 마" 하고는

조카의 입을 부루퉁하게 나오게 하는

철이 덜 든 이모였다.


하지만 삐지거나 서운해하는 것도 잠깐,

금방 다른 시합을 제안하고

하루에 몇 번의 시합을 반복하고

결국 자신이 한두 번쯤은 승리해야

그렇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늘 왜 무언가를 겨루려고 하지?

왜 시합을 하려 할까?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을 보며

한창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시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린 시절 목욕탕의 추억까지 되살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목욕탕은 매표소에서 입장하며

"시합할 준비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며 시작한다.


입장에서부터 누가 먼저 들어가나 시합으로

경쟁의 포문을 연 아이들은

누가 먼저 옷을 벗나,

누가 먼저 물로 씻나 등등

'이런걸 시합한다고?' 싶은 다양한 경쟁을 한다.


의기양양하게 "내가 이겼어."를 외치면

여기 뭐가 빠졌는데, 아닌데 난데 하면서

왁자지껄 각자의 승리를 자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쩌면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쟁하는 사이에서 느껴지는 재미,

그리고 무언가를 겨루며 계속 함께하는

'놀이'의 일환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문득 어쩌면 하루 종일 시합하자며

달려드는 조카에게는

'이모와 함께 놀기'의 방법으로

시합을 선택했을 뿐,

같이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합'이라는 것을 얘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 것이다.


목욕탕에서 오래 잠수하기,

냉탕에서 수영하기,

옷 빨리 갈아입기 등은

실제로 어릴 때 목욕탕에 갈 때마다

언니 혹은 목욕탕에서 만난 친구와

나 역시 해왔던 추억의 '놀이'이기에


아이들의 시선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으며

동심으로 돌아간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목욕탕 시합에서 누가 이겼니?" 묻는

물음에 "제가요" 하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예상외의 답변을 하는데,


한 번씩 동네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흘끔거리며

아이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사이에 쏙 들어간 '어른이'가 된

스스로를 마주할 때처럼

즐거운 '합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장면이기도 했다.


마냥 누군가를 이기려고만 하는

욕심이 많은 시기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겨루기의 재미'가 무엇인지,

사실은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


책을 읽어주는 부모나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책이라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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