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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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반려동물.

짝이 되는 동무를 의미하는 반려(伴侶)로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반려 가구는 550만을 훌쩍 뛰어넘어

아파트 단지나 주택에서도 심심치 않게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동물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모습이

보편적인 요즘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


동물을 싫어하는(사실은 무서워하는)

엄마의 입김으로 인해 접하지 못했고,

가까이서 접하지 못한 동물에 대한

낯선 감정은 두려움과 겁으로 인해

'나는 동물을 싫어한다'라고 생각해왔다.


대화가 통하고 어디로 튈지

행동반경이 예상되는 사람과 달리

나름의 의사 표현을 하고 있겠지만

도무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날카로운 이빨과 컹컹 울리는 짖는 소리는

가까이하려야 가까이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존재라고 여겨졌다.


산책을 하는 개가 있으면,

그들이 리드 줄에 묶여 주인과 함께 있어도

도무지 그 옆을 평온하게 지나갈 수 없었다.


지금이야 산책 에티켓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매너를 갖춘 가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집을 지키라'라며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짖도록,

혹은 줄을 묶지 않고 오프리쉬로 풀어두어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경계하는

그들 옆을 지나가는 건 공포 그 자체였었다.


시간이 이만큼 지나고

SNS나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다양한 매력의 귀여운 반려견들을 보니

마냥 무섭게만 느껴졌던 '개'라는 존재가

조금은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되었다.


길에서 그들을 만나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이웃 개를 볼 때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고

또 손을 내밀거나 가볍게 쓰다듬기도 하니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점점 개에게 마음을 열고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받아들이며

뭐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익숙해지면 두려울 것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따금 다른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도

주인이 돌아오면 현관문 앞으로 달려오거나,

치매를 앓는 노인이 집을 나갈 때

따라나가 그를 보호하고 지켰다는

개의 뉴스를 볼 때면

'나도 언젠가는 개를 키울 날이 올까?'

그런 상상에 빠질 때가 있다.


나는 동물을 키우는 일이 없을 거라

단언했던 지난 시간이 무색하게

마음이 물렁해지며 달라지는 걸 보니

모든 반려 가구들의 처음도 분명

이러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여기 나처럼 개를 무서워하고

평생을 동물과 함께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생후 3개월의 강아지를

집에 들이게 되면서 '펫팸족'이 된

소설가 정이현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인생에 뛰어들게 된 강아지 '루돌이'와

낯설고 어린 개를 덜컥 떠안게 되며

헤매던 초보 집사 시절의 에피소드,

적당한 거리로 동거하던 개와

조금씩 조금씩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어린 개가 왔다》는 책을 통해

따스한 글로 담아내었다.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

그리고 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한 사람이 만나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이 이야기 덕분에

마냥 무겁게만 느껴지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뒤로한 채

따끈말랑한 '가족애'를 듬뿍 만끽할 수 있었다.


개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여태까지는 오롯이 '사람이 개를 책임진다'

라고만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사람이 개의 먹이와 물을 챙겨주고,

때때마다 적당한 산책을 시켜주고,

아플 때면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고,

개가 짖거나 타인을 공격하지 않게

적당한 훈련을 시키는 등

개가 사람에게 무엇을 해준다기 보다

일방적으로 사람이 개를 보살피는

그런 관계라고만 여겨왔었다.


그렇기에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맞아'라며

반려 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덤으로 가지고 있었다.


책의 서두에 소개된

보호소에서 데려온 어린 개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와 함께하며 겪은

좌충우돌의 시간들을 읽어 내려가며

초보 반려인이 맞닥뜨리는 에피소드에

피식 웃음 지으며

'만약 내가 개를 키우면 겪게 될 일'이라

가볍게 시작했는데


개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흐르는 시간 속 서로 마음을 나누고,

어린 개와 함께하며 변모하게 된

작가 자신을 발견하게 된 점,

그와 비례해 넓고 깊어지는 그의 세상까지

다른 종과 함께 어우러지는

작가와 무돌이의 변화를 읽으면서는

종을 뛰어넘은 교감과

그 무엇도 따지지 않는 마냥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감정을

나 역시 한번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뉘앙스는 알아들어도

대화를 할 수 없는 개와 사람이

어떻게 '혈연'관계인 가족의 호칭으로

부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루돌이에게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인생에서 예상한 적이 없었던 개를 키우며

생활과 일상이 달라지고,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태어나는 순간 아이를 보며 '모성애'가 샘솟듯

어린 개를 만나는 순간 어쩌면

그의 마음속 숨겨져 있던 어떤 끓는 마음이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절대적이고 순수한 사랑,

애정을 보여주는 루돌이의 따뜻한 눈빛,

그렇게 만끽한 절대 순수의 세계를

다시 글로 쓰면서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 글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가 작가에게 준 영향력을 헤아려보면

개를 키운다는 것이

오로지 인간만이 지는 '책임'이라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나에게 '개'는

보면 인사하는 정도,

어쩌다 귀엽게 생겼네 생각하는 정도이지만

'누구에게나 어린 개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는

작가의 말처럼,

만약 나만의 '어린 개'를 마주하는 시간이 오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 것이며

또 어떤 깊이와 넓이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까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마주한

어린 개 한 마리와 작가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가족'이 되는 과정,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단 하나의 세계를 가지게 해줬다는 충만한 행복감이

아직 느껴보지 못한 나에게는

마냥 미지의 세계 같지만,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 가구에도,

아직 동물이 무섭거나 두려워

혹은 책임감에 선뜻 그들에게

손 내밀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 문장들이 나만의 '어린 개' 한 마리를

마음에 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된다.


책을 읽고 나니 개와 함께 하는 삶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이 달콤하고도 상냥한 세계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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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멀리 떨어져 산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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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모르고 헤매는 것투성이인 어린 시절엔

어른이 되면 뭐든 다 알게 될 거라 믿었다.

뭐가 정답인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문제도

나이를 먹고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니

척척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마음속의 아이는 그대로인 채 몸만 자라

여전히 매 순간을 고민하고 흔들리며

'과연 이게 맞나'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너무도 열심히, 치열하게 매일을 살지만

마음 같지 않게 크고 작은 걸림돌을 맞닥뜨린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삶에서 마주하는 실패나 가난,

고통과 같은 어려움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한가득하다.


어떻게 해야 담대하게 이 문제들을

기꺼이 끌어안고 헤쳐갈 수 있을까,

언제쯤 담담하게 마음의 동요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렵기만 하다.


이럴 때면 나보다 조금은 인생을 더 살아낸

인생 선배이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깝게는 선배나 가족,

혹은 책이나 미디어에 소개된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조금은 마음에 얹어진 부담이나 걱정이

덜어지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마음에 명쾌한 답을 안겨주는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소노 아야코이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우리 할머니 연배의 老 작가이지만,

어찌나 기세가 좋고 강단 있는 표현의

글을 써내는지

무거운 문제도 그녀의 조언 아래

아무 일 아닌 양 툭 털어낼 때가 많았다.


이번에 읽게 된 소노 아야코의 신작

《때로는 멀리 떨어져 산다》는

그동안 작가가 발표했던 글 가운데

관계, 삶, 인간, 신 네 가지의 주제로

그가 발표했던 글 중 발췌한 것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인생 가치관과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충분히 교육은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암울한 가정환경,

이로 인해 얻게 된 폐소공포증

그리고 실명 위기,

결혼 이후에 시부모님과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한 집에서 모시고,

남편의 죽음까지 겪은 그녀의 인생은

어쩌면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꽤나 고달픔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글을 쓰고

나름의 의미를 찾아 삶을 긍정하며 살아낸

소노 아야코식 조언은

냉철하고 때로 꼰대 같은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

그리고 고통이나 어려운 순간을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로 많은 울림을 주었다.


이따금 운동 경기를 볼 때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선수를

감독이 잠시 코트에서 제외해

'환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너무 집중해서 몰입하느라

전체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내 욕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바탕 거리를 두고 코트 안을 보면,

전체적인 시합의 흐름,

상대의 움직임이나 생각이 보이기도 하고

조금 지쳐있던 컨디션이 회복되고

감정적이던 마음이 식으며

보다 냉정한 판단이 가능해지는 법.


소노 아야코는 그녀의 글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그런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될 대로 돼라'라고

무관심한 태도로 사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애쓰지 않고 치열하지 않으며

그저 담담히 바라보는 것.


그런 시선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오히려 본질이 도드라지고

불필요한 갈등의 실체는 사라진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동화 속 메시지처럼

선입견을 떨쳐내고 거리를 두고 힘을 뺄 때

고정 관념 속에 묻혀 있던

인생의 숨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그녀만의 재미있고 호쾌한 글은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긍정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생을 살며 마주하는 나쁜 상황에서조차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는 그녀의 시선은

사실은 그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가치였을 것이다.


그 노하우랄까, 치열한 자기 싸움 아래

얻어낸 용서와 수용의 감정을

이렇게 '액기스'로 모아

쉽게 받아도 될까 싶을 만큼

하나하나 참 소중한 글이었다.


마냥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선인,

혹은 나만을 생각하거나

타인을 무시하는 악인도 아닌 채

있는 그대로 타인과 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그의 태도가 참 단단하고 부럽다.


강하게 어떤 가치를 강요하지도,

이게 맞다는 논리가 아니라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한 솔직한 문장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는 부드러운 힘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자유롭게 손 가는 페이지를 열어

읽어도 좋다는 말이 책의 서두에 적혀있다.


같은 문장이라 하더라도

읽는 시점에 따라, 내 마음과 상황에 따라

그녀의 조언이 다른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주리라 생각된다.


재미있고 호쾌하며,

때로는 단호하고 솔직한 그녀의 문장을

더는 만나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가 남긴 문장들을 통해

앞으로도 인생의 많은 순간에

더 나은 발걸음을 내딛고,

또 그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남았다.


인생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고민이 쌓일 때마다 정답지를 찾듯

목차를 열어 마음을 울리는,

고민되고 흔들리는 문제를 다룬 페이지를 열어

오래 두고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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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정신과 영수증 - 2만 장의 영수증 위에 쓴 삶과 사랑의 기록 정신과 영수증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이야기장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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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고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대학 시절,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공존하던 그때

독특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정신과 영수증'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얼핏 정신(의학과)과 영수증으로 해석되어

도대체 무슨 책이지 싶은 느낌이었다.


먼저 이 책을 읽어본 언니가

"이 책 정말 미쳤어, 꼭 읽어봐." 하길래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고

사진과 몇 줄의 글 만으로 푹 빠져들었다.


요즘이야 '영수증 드릴까요?' 물으면

영수증 리뷰 이벤트를 위해 필요할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그때의 정신은 영수증 한 장 만으로도

뚝딱 이야깃거리를 써 내려가는

그야말로 '부러운 감성'의 소유자였다.


또래인 그녀가 빼곡하게 모아온

영수증과 그에 담긴 이야기는

부러움과 질투 어린 감정으로,

'나도 이런 이미지이고 싶다'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워낙 많은 영수증과 글이었지만

유독 마음에 남는 기록이 있다.


좋아하는 오빠의 집 앞에

종이 우유팩 하나를 매일같이 사다 놓고는

30일째 되는 날에는 딸기우유로

고백할 거라는 귀여운 그녀의 작전.


'오빠 집 앞의 딸기우유가 되어

집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발칙하고도 귀여운 고백 멘트는

나중에 꼭 써먹고 싶다며

메신저 대화명으로도 써둔 적이 있을 정도.


시간이 지나 이 책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졌고,

이따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러 갈 때면

'이 책이 있나' 한 번쯤 검색해 봤을 뿐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가 다시 영수증을 들고 나타날지 몰랐다.


스물네 살의 정신은 40대가 되었고,

자신의 감정과 사랑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었던 그녀는

이미 결혼을 했거나,

혹은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과 달리

여전히 인생을 홀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더 나이가 들면 '당신'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조급한 마음과 동시에

여기에서가 아니라면 타국에 있을까,

어쩌면 허무맹랑하고 단순한 생각으로

비행기에 탄 40대 정신의 영수증 기록은

'결혼도전기'라고 해야 할까

그녀와 똑같이 여전히 미혼인 나에게

웃프기만한(웃기지만 슬픈) 상황이었다.


정성스럽게 모아둔 영수증,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챙기며

기록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20대의 정신, 그대로였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에

변함없는 여전한 감성이 담긴

이 책을 넘기자니

어쩐지 코끝이 훌쩍여지는 듯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지인처럼,

동창회나 옛날 살던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처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지금은 어때?'

묻는 질문에 답을 하듯

자신의 상황과 마음, 기도는

순식간에 20대 초반의 그 시절로 이끌었고


그때 나를 설레게 했던

'정신과 영수증' 책을 함께 만들어준

사이이다와 공민선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그녀와 함께했고


그녀의 친구로 여전히 뜨거운 응원과 박수,

그녀를 향한 따뜻한 애정을 담뿍 남아낸

홍진경의 추천사 역시 한결같아서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났지만

모두 한마음인 듯

나만 아는 결속력에 피식 웃음 짓기도 했다.


처음에는 제아무리 개성 넘치던 사람도

40대에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이 중요한 건가

하는 아쉬움이 들던 것도 잠시,


결혼이라는 인생 과업 앞에

조금은 성급해지는 마음,

과연 '내 짝이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정신의 비장한 결심은

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신'을 만나기 위해 데이팅 앱을 열어

착실히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제발 무의미해지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막막하고 막연한 인생 속

단단한 일상을 가지길 꿈꾸는 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바람이니까.


목적지를 옮기고 만남을 반복하지만

큰 소득 없이 여정이 막 내릴 무렵

운명처럼 '당신'을 만난 문장에서는

영수증 한 장과 글 몇 자에 불과하지만

막 사랑에 빠진, 여전히 소녀 같은

정신의 설렘을 엿볼 수 있어

나 역시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었고


그를 위해 생일 선물로 피아노를 고르고

결혼을 위해 부모님께 소개하고

코로나를 겪으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단단한 일상'에 닿은 일련의 과정은


오랜 친구의 청첩장을 받고,

임밍아웃을 들은 듯

함께 웃고 우는 공감의 시간이었다.


작은 사랑에 설레고,

친구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물건을 사고 삶을 살던 그녀가

이만큼 자라나 여전히 기억을 돌아보며

한 발짝씩 차근차근 인생의 발걸음을

더해가고 있음이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이 세상 속

변함없는 어떤 우직함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스함으로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의 어두움 속에서도

수집과 기록, 나아감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

결국에는 빛을 찾아내고,

또 이를 책으로 엮어

기억 속 오래된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만들어준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각자의 삶이 다르지만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아왔고,

여전히 함께 살고 있기에

그녀가 그러했듯

나 역시 나만의 발걸음을 쌓아

이다음 '정신과 영수증'이 나올 때에도

또 한 번 추억과 공감을 되살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토록 반가운 후속편이 있을 줄이야,

새삼 내가 정말 기다렸던 책이었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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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컨닝페이퍼
박종경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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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그리고 평균수명 약 80세의 인생에서

이왕이면 다른 사람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도

제자리걸음으로 지지부진한 삶.


일확천금까지는 아니어도

돈 없고 빽 없는 일반인들에게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인생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

1%의 승자만이 아는 인생 지름길

일명 '컨닝페이퍼'가 있으면

좀 다르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 《인생의 컨닝페이퍼》는

10년 넘게 변호사로 일하며

탁월한 성공과 부를 이룬 다양한 인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접한 박종경 변호사가 써낸

인생철학과 노하우를 담아낸 책으로,

매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젊은 층에게 제시하는

명료한 인생 통찰이라 할 수 있겠다.


책에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돈, 사람, 결혼, 일, 꿈, 마인드에 대한

성공 로드맵을 담았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이론이나 성공 공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경험'을 담아낸 실감 나는 사례들은

금방 글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돈을 좇지 말고 태도를 바꾸라는

고상하지만 흐릿한 이론이 아니라

돈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고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솔직한 명제 아래

'더 열심히 살아라'가 아닌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할지'를

콕콕 짚어주는 실질적인 메시지가

더 마음 깊이 와닿았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나 성공 처세를 담아낸 책들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산 축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절제력, 지적 능력, 사고력의 총체적 결과이며

소비습관과 경제관념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고

20대에 형성된 소비 패턴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조금 다르게 이야기한다.


돈과 관련된 우리의 잘못된 인식부터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지

처음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갈 수 있도록

'성공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직접 벌어보고 관리해 봐야 가치를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노동과 돈, 저축의 관계를

체험하며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

그리고 무엇보다 공짜로 주어지는

누군가에게 무상으로 받는 '지원'은

돈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길러주지 않기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경험하고 쌓아야 한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해 주었다.


성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사람을 멀리하고

어떤 사람을 가까이할 것인가,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주변 사람, 배우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점검하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쉽게 시작하지 않고 '평생'의 관점으로

내 삶과 직업적 사명을 연결하며,

'워라밸'이라는 요즘의 추구에 대해서도

'남보다 적게 일하며, 혹은 남들만큼 일하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따끔한 질책으로

어떻게 노력하고 성장할 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보다 성공한 사람, 멘토에게

끊임없이 배우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라는

배움의 중요성,

학업과 진로에 대한 첫 방향성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2030 청년들에게

동기부여는 물론 행동에 자극을 주리라 생각된다.


보통 '성공하는 삶'을 꿈꾸면서도

막상 나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스스로를 바꾸기보다

오직 '쉽게 돈 버는 방법'같은 요행을 꿈꾼다.


하지만 박종경 변호사는

그가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먼저 스스로의 재능과 능력을 명확히 파악하고

세상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근거 없는 낙관은 버리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노력해야만 한다고,

나의 삶에 집중하고 기회를 잡는 용기가

있어야만 한다는 조언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근성과 끈기의 자극이기도,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의 제시이기도 했다.


지금 나의 위치에 관계없이

그저 '마인드'만 바꾸면 된다 이야기하는

뻔하고 진부한 성공 공식이 아니라


따끔하게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안일한 나의 노력을,

딱 '남들만큼만' 하면서 더 많이 가지려는

우리의 욕심을 꼬집어주기도 해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혼자 해답을 찾느라 헤매지 말고,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서 발견한

공통된 흐름을 이해하며

시간을 아끼고 시행착오를 줄이게 해주는

그의 직관적인 메시지는

그 어떤 책보다 가장 명확한 인생 조언이자

성공을 향한 인생 가이드라 생각된다.


타인의 성공을 쫓기 이전에

나의 삶과 노력하는 방식을 되돌아보며

지금의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재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회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방식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방식을 아는 사람들은 길을 돌아가지 않는다.


노력에도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마냥 '열심히만' 살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삶의 좌표를 찾아

성공한 사람들이 선택했던 길을 따라

마냥 어리고 이른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영리하게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가 찾아낸 지름길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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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3 - 언제나 그 자리에 오늘의 인생 3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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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주어져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오늘'이라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된 시간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갔고,

서로 맞닿아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은

각자의 집과 방 안에서 '홀로'의 시간을 보냈다.


봄이면 탄성이 절로 내리던 벚꽃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여름이면 바다와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가까운 지인과 식당이나 카페에

마주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 나누던

작은 즐거움이 모두 금지가 되었다.


결혼식에서도 신랑, 신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친척끼리 모이던 명절도

쓸쓸하고 조용하게만 지나갔다.


이런 시간을 겪으며 새삼스럽게

그동안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당연한 듯 흘려보내던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감각하지 못했던

그 행복을 실감하면서

과연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를

되찾을 수 있을까 두려워지기도 했다.


지금이야 팬데믹이 해제되고

다시 원래의 일상을 되찾아

다시 '오늘의 소중함'이 흐릿해졌지만

이따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이 감각은 금세 되살아난다.


엇비슷한 매일이 지루해지던 요즘,

평범한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캐치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3》를 통해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오늘의 인생 3 : 언제나 그 자리에》는

2017년부터 작가가 꾸준하게 그려온

〈오늘의 인생 시리즈〉 가운데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이야기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서로의 표정을 짐작할 수 없고

집합 제한으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던

팬데믹 시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낸

작가의 '오늘' 일상을 담았다.


마땅히 누려야 할 계절의 변화,

풍경의 아름다움이나 산책의 즐거움,

타인과 어우러져 '함께'하는 삶을

모두 금지당한 현실 속에서

때로는 속상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단절' 속에서 되려

강하게 '오늘을 감각하는 법'을 깨달으며

나름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매일을 충만하게 만끽하고 영위하는

단단한 발걸음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오늘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조금은 천하태평한 말 같지만

'잃어버린 것을 헤아리지 않고

기대도 절망도 없이 오늘을 산다'는

작가의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은

특유의 유유자적한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로 인해 '오히려 좋은 하루'를

엿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나를 위한 간식을 사다 냉동실에 넣어두거나

몸무게가 늘어 좌절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작은 즐거움'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옷 정리를 하며 옷과 옷 사이에 생긴

틈으로도 안정감을 느낀 날,

청소하면서 상쾌함을 느꼈던 날,

바람을 맞서고 서있는 사람을 보며

그 마음이 이해되던 날처럼


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를

잘 살아내고 감각하며 저장하는

마스다 미리 식 '오늘을 대하는 태도'는

꼭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은 하루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하루도

충분히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쳇바퀴 돌듯 사는 삶'에 지친 마음에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했다.


여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오늘에 감사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매일을 즐겁고 충만하게 만끽하는

일상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마법을,

나 역시 그렇게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나만의 방향과 속도, 방식으로 살아낸

오늘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것이 만들어낸 힘으로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는 믿음,

그 기대가 또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준다.


이제는 다시 원래의 일상을 찾았지만

조금은 나태하게만 느껴지는,

특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느끼는

요즘의 마음에 꼭 필요한 독서였다.


'매일 사는 게 똑같지 뭐' 하며

그냥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환기시켜줄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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