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멀리 떨어져 산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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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책읽는고양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모르고 헤매는 것투성이인 어린 시절엔

어른이 되면 뭐든 다 알게 될 거라 믿었다.

뭐가 정답인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문제도

나이를 먹고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니

척척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마음속의 아이는 그대로인 채 몸만 자라

여전히 매 순간을 고민하고 흔들리며

'과연 이게 맞나'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너무도 열심히, 치열하게 매일을 살지만

마음 같지 않게 크고 작은 걸림돌을 맞닥뜨린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삶에서 마주하는 실패나 가난,

고통과 같은 어려움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한가득하다.


어떻게 해야 담대하게 이 문제들을

기꺼이 끌어안고 헤쳐갈 수 있을까,

언제쯤 담담하게 마음의 동요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렵기만 하다.


이럴 때면 나보다 조금은 인생을 더 살아낸

인생 선배이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가깝게는 선배나 가족,

혹은 책이나 미디어에 소개된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조금은 마음에 얹어진 부담이나 걱정이

덜어지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마음에 명쾌한 답을 안겨주는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소노 아야코이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우리 할머니 연배의 老 작가이지만,

어찌나 기세가 좋고 강단 있는 표현의

글을 써내는지

무거운 문제도 그녀의 조언 아래

아무 일 아닌 양 툭 털어낼 때가 많았다.


이번에 읽게 된 소노 아야코의 신작

《때로는 멀리 떨어져 산다》는

그동안 작가가 발표했던 글 가운데

관계, 삶, 인간, 신 네 가지의 주제로

그가 발표했던 글 중 발췌한 것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인생 가치관과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충분히 교육은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암울한 가정환경,

이로 인해 얻게 된 폐소공포증

그리고 실명 위기,

결혼 이후에 시부모님과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한 집에서 모시고,

남편의 죽음까지 겪은 그녀의 인생은

어쩌면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꽤나 고달픔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글을 쓰고

나름의 의미를 찾아 삶을 긍정하며 살아낸

소노 아야코식 조언은

냉철하고 때로 꼰대 같은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

그리고 고통이나 어려운 순간을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로 많은 울림을 주었다.


이따금 운동 경기를 볼 때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선수를

감독이 잠시 코트에서 제외해

'환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너무 집중해서 몰입하느라

전체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내 욕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바탕 거리를 두고 코트 안을 보면,

전체적인 시합의 흐름,

상대의 움직임이나 생각이 보이기도 하고

조금 지쳐있던 컨디션이 회복되고

감정적이던 마음이 식으며

보다 냉정한 판단이 가능해지는 법.


소노 아야코는 그녀의 글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그런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될 대로 돼라'라고

무관심한 태도로 사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애쓰지 않고 치열하지 않으며

그저 담담히 바라보는 것.


그런 시선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오히려 본질이 도드라지고

불필요한 갈등의 실체는 사라진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동화 속 메시지처럼

선입견을 떨쳐내고 거리를 두고 힘을 뺄 때

고정 관념 속에 묻혀 있던

인생의 숨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그녀만의 재미있고 호쾌한 글은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긍정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생을 살며 마주하는 나쁜 상황에서조차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는 그녀의 시선은

사실은 그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가치였을 것이다.


그 노하우랄까, 치열한 자기 싸움 아래

얻어낸 용서와 수용의 감정을

이렇게 '액기스'로 모아

쉽게 받아도 될까 싶을 만큼

하나하나 참 소중한 글이었다.


마냥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선인,

혹은 나만을 생각하거나

타인을 무시하는 악인도 아닌 채

있는 그대로 타인과 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그의 태도가 참 단단하고 부럽다.


강하게 어떤 가치를 강요하지도,

이게 맞다는 논리가 아니라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한 솔직한 문장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는 부드러운 힘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자유롭게 손 가는 페이지를 열어

읽어도 좋다는 말이 책의 서두에 적혀있다.


같은 문장이라 하더라도

읽는 시점에 따라, 내 마음과 상황에 따라

그녀의 조언이 다른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주리라 생각된다.


재미있고 호쾌하며,

때로는 단호하고 솔직한 그녀의 문장을

더는 만나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가 남긴 문장들을 통해

앞으로도 인생의 많은 순간에

더 나은 발걸음을 내딛고,

또 그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남았다.


인생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고민이 쌓일 때마다 정답지를 찾듯

목차를 열어 마음을 울리는,

고민되고 흔들리는 문제를 다룬 페이지를 열어

오래 두고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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