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해방 - 살찌지 않는 뇌를 만드는 21일 식습관 혁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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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라는 키워드가 주목받으며

덩달아 과일·채소식 식단,

간헐적 단식이나 디톡스, 저탄고지 등

수많은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사태로

집콕 생활이 익숙해지며 먹방의 급부상,

배달음식을 너 나 할 것 없이 찾던 때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먹는 것이라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되려 영양 과잉의 시대에는

허기의 이유보다 습관으로 찾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는 행위,

식욕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다 보니

인위적으로 신체가 배부름을 느끼게 만든다는

위고비 주사가 성행할 정도이니

과연 '식탐 해방'은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식탐은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저드슨 브루어가 쓴 《식탐 해방》은

내가 느끼는 배고픔이 실제 허기짐이 아니라

'가짜 식욕'일 수 있다며,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식욕에 대해 재조명하며

식탐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효과적인 길을 제시한다.


그는 위가 비었을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식욕인

실제 허기와 상관없이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이나 충동을 '식탐'이라 명명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기분이 울적할 때 단 음식을 찾는 것처럼

특정한 감정 상태일 때 음식이 당기는 것,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는 것,

적당한 양 이상으로 음식을 먹는 것

모든 것이 '식탐 습관'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저 '배고픔'이라 인식했던 식습관이

사실은 식탐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를 개선하고

식습관을 재설정할 수 있을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는 식습관을 재설정하기에 앞서

음식을 바라볼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습관은 '계기-행동-결과'라는

뇌의 기전을 바탕으로 설정되기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계기)

케이크나 초콜릿을 먹었더니(행동)

기분이 좋아졌다면(결과),

뇌는 단 음식에 좋은 감정을 연결 지으며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그런 음식으로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그런 행동으로 기분이 나아지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식습관 회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새롭게 설정한다면

음식에 대한 식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식습관 회로의 분석을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이다.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복잡하지 않다.

뭔가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그리고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먹는 행동을 반복할 때,

쉽지 않겠지만 그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들여다보고

먹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인식하는 것.


이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욱 명료하게 들을 수 있고,

그런 신호의 수신은 식습관의 주도권을

내가 잡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메시지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만을 먹거나 적게 먹고,

몸을 움직여 운동하며 몸무게나 수치 등을

꾸준하게 측정하고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식탐을 끊는 데 무슨 의지력이 필요하냐는 말이

꽤 충격적인 느낌이랄까.


마음챙김의 대표적인 식사법인

'건포도 수련'을 활용한 음식 음미법,

몸의 감각을 느껴보고 다시 몸과 연결될 바디 스캔,

음식에 대한 갈망이 올 때

스스로 그 갈망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 몸의 신호를 알아채는 갈망의 도구,

음식 갈망에 맞서는 대신에

그 자체를 수용하고 달래는 RAIN 훈련 등은

실제 그가 만난 사례자들의 사연을 통해

'나도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고


이 과정에서 음식을 찾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그런 스스로를 너그럽게 대하는 '자기친절'로

정서적으로 만족하지 못해 먹고 자책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식탐 문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며

습관일 될 수 있는 책망에서 벗어나

본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끌어 주었다.


다이어트라 하면

날씬한 몸과 숫자로 나타나는 몸무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나 먹고 싶은 음식을

얼마나 '잘 참는가'의 영역이라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당장 입에 무언가를 먹고 싶어도

참아야지라고 생각했을 뿐,

그 배고픔이 진짜 허기짐인지 어떤 감정 상태가

원인이 되었는지 내 뇌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볼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식탐의 본질,

내가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는 상황이 어떤 때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면서

오래된 식습관의 회로를 비로소 알아차리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목표는

그저 다이어트가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식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게 되어

다시 몸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중한 나의 삶과 인생을 해롭게 하고

나를 혐오하고 책망하는 해로운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의 긍정적인 관계로 이끄는 것,

식습관의 변화가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이끌고

결국에는 삶의 변화로 나아가게 한다는

'진짜 건강'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독서였다.


어떻게 하면 식탐을 줄일 수 있을까,

21일이라는 시간 안에 혁신적으로

살이 빠지거나 식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유로 접근했던 마음을

본질적인 측면으로 이끌어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마냥 참는 걸로, 덜먹고 운동하는 걸로

식탐을 참으려 했던 지난 시간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은 더 건강하게,

몸이 말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강한 식습관을 실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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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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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정원이 있는 집'하면

누구나 꿈꾸는 드림 하우스의 모습일 것이다.

초록빛 나무와 식물,

아름다운 빛깔의 꽃이 피어있는 정원,

그 풍경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널찍한 집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너른 공간을 할애해 식물이나 꽃 등을

삶에 가까이 다가오게 만드는 정원은

누구에게나 리프레시 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식물 집사라는 말이 꽤 유행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스스로를 '집사'로 칭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로,

나무나 꽃, 화분 등의 '반려 식물'을 가꾸는 이들이

스스로를 식물 집사라 칭한 것이다.


식물을 재배하거나 가꾸는 가드닝은

그 노동의 강도나 번잡스러움을 떠나

마음 한편에 치유와 재미, 추억 등

다양한 감정을 안겨준다.

그 감동과 재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지 못할 터.


여기 정원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있다.

괴테에서 톨킨,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김초엽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배경으로, 혹은 주인공으로

작품에 정원을 등장시킨 26편을 하나로 모아

그 안에 담긴 정원의 의미를 쫓아가며

문학에서 정원을, 정원에서 인간을 읽고자 한

독서 에세이 《정원의 책》이다.


정원과 글쓰기는 얼핏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소재인 것 같지만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은

'가든 라이팅(garden writing)'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많은 작가들이 해온 일이라고 한다.


식물 재배법이나 기술적인 글은 물론,

정원의 역사나 이론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에세이나

최초의 낙원인 정원이 묘사된 성경과 코란처럼

다양한 종류의 글이 한가득하다.


이 책을 쓴 작가 황주영은 '조금 과장하면

이 세상에 정원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인류의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원의 의미를

예술, 그중에서도 문학 안에서 찾고자 이 책을 썼다.


정원에 대한 정의는 물론,

작품의 배경, 혹은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러 작품들 속 정원을 탐구하며

우리는 왜 정원을 가꾸는가,

혹은 가꾸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실었다.


치유와 사랑, 욕망과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한 26개 작품을 읽으며

단순히 꽃과 나무를 모아 심고 가꾸는 것 이상의

'정원을 통해 인간 읽기'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었는데,


시공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정원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봄으로써

이미 읽어보거나 알고 있는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접근해 새롭게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아직 접해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정원이 서사의 중심이 되거나

강력한 은유가 되는 작품들을 보며,

마치 좋아하는 '최애' 중심으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극에 몰입하듯

'정원 덕질러'의 주관적 시선이 주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식물을 돌보는 데는 손이 많이 간다.

물을 주고 햇빛이나 바람을 신경 쓰는 것 외에도

어떤 때에는 가지를 쳐주거나

잘 올라온 싹을 솎아줘야 충분히 자라듯

시간을 들여 살피고 돌봐야 하는 가드닝처럼

얼핏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것 같지 않은

정원 배경이 담긴 작품 안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었다.


각 장에서는 문학작품에 투영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세분화한다.


1장 〈치유의 정원〉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비밀의 화원'처럼 인간을 자라고 회복시키는

정원의 가치를 담은 작품이 소개되었고


2장 〈사랑의 정원〉을 통해서는

좁은 의미의 성애부터

기억에 대한 그림을 포괄하는

'사랑'을 담은 정원을 소개한다.


완전하고 안온한 세계를 의미하기도,

닿으려 해도 다다를 수 없는 연인을

동시에 은유하는 무대로서의 정원이나

애니메이션으로 그 스토리가 익숙한

'캔디 캔디'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스토리부터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까지

흥미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3장 〈욕망의 정원〉에서는 좀 더 치열하고

또 역동적인 인간사가 투영되었다.

실제 관광지로서도 그 엄청난 규모감과

화려함으로 압도되는 베르사유 정원에 담긴

루이 14세의 공간 통제 욕망을 읽기도,

유혹과 타락의 무대가 된 닫힌 정원과

피와 비명으로 지어진 아우슈비츠 사택의 정원까지

상상의 이야기 속에 펼쳐진 정원의 의미를 넘어

실제 우리의 역사 속 정원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4장 〈생태의 정원〉에서는

기후 위기로 위험에 처한 현대의 인류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는 정원이 등장한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땅에 돌려주는

정원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

아직은 먼 미래의 배경이지만

엉망이 된 지구 모퉁이마다 씨앗을 심어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일한 국내 작가 작품인 '지구 끝의 온실'까지


문학과 정원이라는 세계를 관통하며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의 감정은 물론

이를 캐어내 정성스레 가꾼 작가의

'가드닝'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스물여섯 편의 책을 다 읽은 듯

무척이나 길고도 다양한 호흡이었다.


책의 중간마다 들어간 정원 삽화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표현해 낸

정원을 담은 문장들을 통해서

역시, 하며 감탄하게 되는 작가들의 문장력은 물론

푸릇한 정원에 대한 애정, 갈증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참 싱그러운 독서였다.


정원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그저 모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가장 소중하고 좋은 것을 두고 지키는 일'

이라는 정원의 의미를 더 확대해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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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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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별것 아닌 기분에서 출발해

뭔가 찜찜하고 미심쩍은 기분으로

다시 곱씹게 되는 순간이 있다.


무심히 지나친 순간이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했어,

혹은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 기묘하고 수상한 마음이 남아

이게 현실인지 곱씹으면서 내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헷갈려지기도 하며 말이다.


최제훈 작가의 미발표 짧은 소설

15편을 엮어낸 《아뇨, 아무것도》는

불투명한 틈새로 독자들을 이끌어

다가올 일상에서 자꾸만

작가가 펼쳐놓은 일상의 판타지를

스스로 감지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들을 담아낸

각각의 단편들 속에는

기묘하고 수상한 기척들이 담겨있어

반전으로 오소소 소름을 돋게 하거나

여운이 남아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물음표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는데


누구나 매일 쉽게 방문하는 편의점,

아파트 단지 지하 수영장,

회식을 마친 후 한 방향이라

같이 움직이게 된 어색한 동료와의 대화,

친구의 다이어리 같은

보편적인 일상의 조각 사이에

예상치 못한 전개를 집어넣어

긴장감과 미묘한 심리 변화를 유도한다.


각각의 단편들 속 주인공들이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사건이나 기점을 계기로

내면의 변화를 가지게 되는데

그러한 변화 아래 드러나는 욕망의 본질,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혹은 그저 농담이나 우연인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스토리 전개는

짤막한 길이의 문장이지만

흡입력 있게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각각의 작품 사이에 자음 순서의 배치에 따라

중간에 쑥 들어와있는 '작가의 말' 역시

진짜 작가의 작품 후기인지

이 또한 하나의 소설인지 갸우뚱하게 하는

재미 포인트도 있었고


몇 개의 작품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들조차 전혀 이상하지 않고

'이번에는 무슨 뒤틀림이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기대하게 되었다.


탄탄한 서사와 잘 짜인 이야기,

아무리 예상을 하고 돌입해도

허를 찌르는 뒤틀림을 보면서

순수한 창작욕구에서 출발한 이 책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결집이자

기묘하고 수상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무 소름 끼치거나 두렵지 않은,

적당히 귀여운 스릴러적 긴장감을 주는

재미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서두에서 제시되는 상황에

각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을

마음속으로 혼자 해석했던 결론이

뒤로 갈수록 손쉽게 와르르 무너뜨려

새로운 결말로 이끄는 참신함,


유머는 물론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자유로운 창작의 마음에서 시작된

예상치 못한 반전의 즐거움과

여운이 남는 결말,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작은 균열로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를 뒤흔드는

이 이야기들은,

평범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 속에서 '재미난 구석'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희미한 진실과 사소한 거짓이 섞여

구분이 안 되는 채로,

소설처럼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

소설 속의 문장처럼

만들어 낸 균열과 뒤틀림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현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게

희미한 진실, 사소한 거짓이 뒤섞인

소설 같은 삶이라는 메시지가

끝까지 많은 여운이 남았다.


맹렬한 폭염으로 지치고,

반복되는 일개미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상을 비트는 작가의 시선이

새로운 짜릿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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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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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글쓰기란 고작해야 어릴 적 쓰던 일기,

혹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대부분이었기에

나만의 글, 스스로를 위한 쓰기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말하듯 쓰고 쓰는 듯 살아온

작가들의 놀라운 필력이 담긴

문장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편에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 책은 독특한 에세이스트이자 젊은 작가,

수년째 '까불이 글방'이라는 이름으로

글방을 운영하고 있는 양다솔 작가의 신작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이다.


학창 시절 글짓기 과제나 독후감 쓰기에서

나름 '좀 쓴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독서로 마주한 책들 앞에서는

한낱 부끄럽기 그지없는 글 솜씨에

부끄러워지곤 했는데


책 띠지에 적힌 추천사에 적힌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나니 책장을 덮고 나면

조금은 나은 '글쓰기'의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이 책은 글쓰기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팁은 하나도 쓰여있지 않다.

나만의 글을 쓰고 싶은 독자 스스로가

각자 자신의 삶을 활자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자극이자 독려 편지 즈음으로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문장들이다.


작가가 건네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그녀가 추천하는 글감, 읽을거리를 따라

내 마음속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무얼 쓰는 게 좋을까'

'내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다.


그동안 글을 써 올 때면 글을 쓰는 내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마주하기보다는

그저 이 글을 읽게 될(그게 누가 있다고)

누군가에게 나의 부족한 솜씨가 드러나지 않게,

혹은 내 생각에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을 꺼내기 위해 애써왔던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진솔하고 솔직한 문장보다는

유행처럼 책 속에서 수집해온 표현이나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겉으로만 그럴싸한 글을 쫓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양다솔 작가는 글방에서 보낸

자신의 10대 시절을 회상하며

글방은 자신이 작가가 되기 위한 공간이기 보다

하찮은 실수도, 믿을 수 없는 사건도,

먹고살기 위한 지겨운 분투도

모두 근사한 이야기가 되는

마법의 공간이라고 했다.


쓰면 쓸수록 그 글자만큼 작아지는

삶의 웅덩이를 마주하면서

그는 글을 쓰는 시간이

자신도 모르는 나의 '숨겨진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라 고백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글방을 찾는

한 명 한 명의 사람에게 정성껏 편지를 써서

모두가 '스스로를 위한 글쓰기'를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한다.


나를 압도했던 감정, 시절과 순간,

내가 깃들었던 공간이나 관계 등

나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키워드를

글감으로 무심한 듯 툭툭 던지면서도

그 이야기 속에 오롯이 내 마음에 집중하고

나를 한 겹씩 떼어내 문장에 담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다정함을 전했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마음의 부담은 낮춰주면서도

글쓰기에 꼭 필요한 초고 완성법,

퇴고에 필요한 체크리스트 등

실질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팁을 담아내

그저 하루의 일과를 나열식으로 담아내거나

감정을 쏟아내는 '배설'에 그치지 않는

진짜 글, '에세이'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키워드마다 주제의 제시는 물론,

그녀의 마음속을 울린 읽을거리를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 번 수정하고 반복하며 때로 지쳐

글쓰기에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이를 멈추지 않다 보면

어느덧 나라는 세계의 언어,

그에 꼭 맞는 진솔한 문장들을 써내는

능력에 이만큼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삶을 활자에 옮기는 것은

특별한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고

때로는 인생에서 이미 지나친 시간이지만

자꾸만 돌아보게 되고 곱씹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기억'으로만 가지고 있으면

어느샌가 흐릿해지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힐 수 있는 감정들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완성시키고

그런 글을 발판 삼아 나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인생에서 이뤄낼 업적보다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편지나 일기가 아닌 누가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문장을 쓰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던 나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헤매던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는 독서였다.


한 권을 한 번에 다 읽어도 좋지만

한 통씩 그녀의 편지를 읽고

그가 던지는 미션을 수행하며

차분히 문장을 써내려가 보며

천천히 차를 마시듯 생각을 우려내

제대로 문장으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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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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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마음을 울리는 소설 작품을 만날 때면

이따금 이다음에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혹은 등장인물들 사이에는 어떤 서사가 있을까?

등의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프리퀄이나 시퀄, 스핀 오프로

속편이나 같은 세계관을 담은

새로운 작품이 등장해,

원작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연이어 많은 인기를 얻기도 하는 만큼


내가 애정하는 작품,

인상 깊게 본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그 안으로 푹 빠져드는

경험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한겨레출판에서 새로 출간된

《서른 번의 힌트》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역대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중

20인의 작가가 자신의 수상작을 모티로

더 확장된 세계관, 서사를 드러내며

기존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은 물론,


과거와 미래를 횡단하며

경계 없이 확장되는 서사를 통해

세계의 면면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하나로 모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가 하승민, 서수진, 박서련, 한은형, 장강명 등

굵직한 메시지를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들의 소설 앤솔러지는


각각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에게도,

기존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에게도

새롭고 다채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기존 수상작의 주인공이 그대로 등장하기도,

그 세계관만을 유지한 작품이나

혹은 주변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소설들은

그 자체로도 다양한 각 시대의

우리를 묘사하기도 했고,


당선작의 프롤로그, 에필로그 형태로

원작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해

원작과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각의 단편들을 느슨하게나마

연결하기 위해서 '30'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하나로 묶어놓아 다른 시점,

이야기이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수상작 중 많은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지만

아는 작품의 경우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처음 접하는 작품은 그 자체로서의

문장을 즐김과 동시에

앞으로 먼저 쓰여진 수상작을 읽어봐야겠다는

독서 의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좋았고


여러 작가들의 각기 매력이 담긴

다양한 소재와 시점은

여러 시대를 오가는 '우리'를 체감하며

각 스토리에 순식간에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작품은

가장 최근 수상작인 《멜라닌》을 모티브로 한

하승민 작가의 〈유전자〉였다.


파란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차별과 소외 안에서 성장하는 인물의

서사를 담아낸 《멜라닌》의 세계관을 확장해


파란 피부를 가진 알파가

장애를 가진 베타와 결혼해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걱정 어린

약간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또 다른 파란 피부의 아이는

자신의 외적인 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하며

한 명의 '소년'으로 한정된 세계가

하나의 인종처럼 확대된 소설 속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친숙한 이야기들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새로이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작품들은

'한겨레문학상 3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존 작품을 확장해

스스로 다시 해설하는 새로운 접근이기에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때로 '뭔가 더 설명이 필요해' 싶은

소설을 만날 때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하는데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

뒷이야기 같은 이 작품들은

탄탄한 서사와 구성으로 꽉 차있어

물음표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역대 수상작들을 찾아 읽으며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느낀

여운을 한번 더 만끽하고 싶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도,

긴 시간 동안 멈춰있던 작품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가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문학적 역량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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