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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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마음을 울리는 소설 작품을 만날 때면

이따금 이다음에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혹은 등장인물들 사이에는 어떤 서사가 있을까?

등의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프리퀄이나 시퀄, 스핀 오프로

속편이나 같은 세계관을 담은

새로운 작품이 등장해,

원작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연이어 많은 인기를 얻기도 하는 만큼


내가 애정하는 작품,

인상 깊게 본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그 안으로 푹 빠져드는

경험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한겨레출판에서 새로 출간된

《서른 번의 힌트》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역대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중

20인의 작가가 자신의 수상작을 모티로

더 확장된 세계관, 서사를 드러내며

기존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은 물론,


과거와 미래를 횡단하며

경계 없이 확장되는 서사를 통해

세계의 면면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하나로 모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가 하승민, 서수진, 박서련, 한은형, 장강명 등

굵직한 메시지를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들의 소설 앤솔러지는


각각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에게도,

기존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에게도

새롭고 다채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기존 수상작의 주인공이 그대로 등장하기도,

그 세계관만을 유지한 작품이나

혹은 주변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소설들은

그 자체로도 다양한 각 시대의

우리를 묘사하기도 했고,


당선작의 프롤로그, 에필로그 형태로

원작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해

원작과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각의 단편들을 느슨하게나마

연결하기 위해서 '30'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하나로 묶어놓아 다른 시점,

이야기이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수상작 중 많은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지만

아는 작품의 경우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처음 접하는 작품은 그 자체로서의

문장을 즐김과 동시에

앞으로 먼저 쓰여진 수상작을 읽어봐야겠다는

독서 의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좋았고


여러 작가들의 각기 매력이 담긴

다양한 소재와 시점은

여러 시대를 오가는 '우리'를 체감하며

각 스토리에 순식간에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작품은

가장 최근 수상작인 《멜라닌》을 모티브로 한

하승민 작가의 〈유전자〉였다.


파란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차별과 소외 안에서 성장하는 인물의

서사를 담아낸 《멜라닌》의 세계관을 확장해


파란 피부를 가진 알파가

장애를 가진 베타와 결혼해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걱정 어린

약간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또 다른 파란 피부의 아이는

자신의 외적인 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하며

한 명의 '소년'으로 한정된 세계가

하나의 인종처럼 확대된 소설 속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친숙한 이야기들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새로이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작품들은

'한겨레문학상 3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존 작품을 확장해

스스로 다시 해설하는 새로운 접근이기에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때로 '뭔가 더 설명이 필요해' 싶은

소설을 만날 때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하는데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

뒷이야기 같은 이 작품들은

탄탄한 서사와 구성으로 꽉 차있어

물음표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역대 수상작들을 찾아 읽으며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느낀

여운을 한번 더 만끽하고 싶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도,

긴 시간 동안 멈춰있던 작품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가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문학적 역량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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