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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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창 시절을 지나는 동안

수없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가

“장래희망이 뭐니?”였다.


가정통신문에 내가 꿈꾸는 장래희망,

부모님이 기대하는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면

생각보다 대단하고 멋진 직업을 적어주는

부모님의 기대 앞에서는

내가 벌써 그런 사람이 된 양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내가 꿈꾸는 장래희망과 똑같은 직업을 적어주면

내 꿈을 지지해 주는구나 하는

든든한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과학자, 가수, 대통령, 우주인 등

각자 다양한 꿈을 꾸던 어린이에서

시간이 흘러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꿈이나 희망보다는 내 점수나 전공에 맞춰야 했고,

졸업 후에는 마냥 원하는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적당히 타협했던 건

아마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높다란 현실의 벽, 실패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마냥 원하는 꿈을 좇을 수 없는 요즘,

자신을 믿고 단단한 발걸음을 내디딘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있다.

JTBC <뉴스룸>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이자

대한민국 뉴스 역사상 최연소 앵커,

한민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 만삭의 몸으로도 뉴스를 진행하던 그녀가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책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를 통해

그녀의 성장 과정과 기자로서의 고군분투,

앵커로서의 사명감을 엿보며

그저 ‘여자 앵커’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진면모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어린 시절의 성장담과 중국 유학,

동대문에서의 아르바이트,

수없이 언론 고시에 실패한 끝에

마침내 JTBC 앵커가 된 과정이 담겨 있고,


2부에서는 기자로서의 현장 경험을 담아내며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

자기 연민 대신 긍정적인 자기 인식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3부에서는

“2년마다 자신을 팔아보라”는 선배의 조언을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성장한 경험,

여성 앵커로서의 고민과 자부심,

뉴스의 본질과 기자의 역할에 대한

그녀만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겉으로 보기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마냥 순탄하게 뉴스 앵커라는 타이틀을

단것처럼 보였던 그녀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꿈을 꾸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삶을 만들어간 끈기 있는 모습이

새삼 색다르게 와닿았다.

그녀는 물이 맑아 사람들이 빨래하러 오던

시골 마을 ‘빨래골’에서 나고 자랐다.

가난과 편견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품었고,

우연히 9·11 테러 보도를 보고 난 뒤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꿈을 위해 고등학생 시절

혈혈단신으로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녹록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이면 동대문 옷 가게, 맥주 판매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해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언론사 입사에서도, 스터디 모임에서도

줄줄이 탈락하며 연이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힘들어도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 앵커로 당당히 자리 잡은

그녀의 근성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앵커가 된 그녀는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 계엄령 등 굵직한 사건들을

현장에서 보도하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실감하고,

때로는 감정과 내면의 흔들림을 느끼면서도

의미와 재미를 찾아갔다고 했다.

실패와 좌절을 겪어온 평범한 사람이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 확신을 통해

결국 ‘이야기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고백은

선 바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자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고,


세상의 불공평함 아래 연민을 느끼고

쉬이 포기하거나 놓아버리지 말고,

자신을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며

긍정적인 자기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깨달음은

‘실패’를 마주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누구보다 꾸준한 실천으로

타고난 재능보다 ‘일단 시작하는’ 시도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태도,

결국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그녀의 노력은

불확실한 내일 앞에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단단한 믿음을 가지게 했다.


비단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 있는 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편견에도

도전을 이어가는 담담한 노력은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이토록 진심이던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앵커라 하면 정해진 프롬프트를 읽으며

예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과연 얼마나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최연소 혹은 최초라는 타이틀 아래

직업인으로서의 신념, 뉴스의 본질이 있긴 할까

의구심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저 ‘기자는 100을 알아도 10을 보도한다’는

철학 아래 더 많은 진실을,

누군가는 외면하는 소실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과정과 흔적을 보고 나니

그녀를 곡해하고 오해했던 순간의 마음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순탄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응원하라는 따뜻한 격려로

긍정적인 자기 서사를 만들어간 그녀의 문장 덕분에

앞으로 그녀가 전할 뉴스를 기다리게 되고,

또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재능이 없다고 느껴서 시작조차 망설이는 사람에게,

수많은 실패와 좌절로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 흔들리고 있는 사람,

조용한 응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기자, 앵커라는 꿈을 이뤘음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을 본받아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때로 작아지는 순간에도

나를 믿고 응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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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달리기 - 되어 가는 삶, 멈추어 묻고 답하다
김지영 지음 / 파지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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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빠른 생일로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19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생각만큼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기대했던 학교에 가지 못했기에

실망한 부모님께 학비 부담이라도 줄여드릴까 싶어

졸업이라도 빨리하자는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결국엔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23살의 사회생활은

참 이르고 어린 나이였는데,

이제 좀 천천히 달려도 되거늘

빨리 돈을 모으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며

멈출 새도 없이 번 돈의 대부분을 저축하며

여전히 '과속'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한 번의 이직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하고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채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출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

앞으로 나아갈 길이 구만 리인데

쉽사리 놓거나 포기하지도 못하겠고,

지금 이 힘듦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너무도 막막해서 눈물바람인 날이 이어졌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기를 몇 달을 이어가다

결국에는 두렵지만 잠시 멈춰가기로 결정했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그 결정은 내 인생에 있어 첫 멈춤이었는데

마침표가 될까, 도태될까 봐 두려운 처음과 달리

막상 잠시 멈춰 선 그 시간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날을 되짚으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니

마음속에 부담처럼 자리 잡고 있던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고 있다.

소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건강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매일을 대체로 행복하게 보낸다.


여기 내 경험처럼 '멈춤'을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빠른 삶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멈추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가이자 교육학자인 김지영 작가로,

그녀는 이 책 《쉬어달리기》를 통해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시작이라며,

멈춘다는 것은 도태나 포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을 통해 그녀는 현재의 삶이 버겁거나

자기 계발에 지친 사람,

변화를 꿈꾸지만 두려워 움직이지 못했던 나처럼

인생의 속도감에 회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안내서에 가까운 내용들로,

각 장마다 제시되는 질문을 통해

내 내면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마음을 정리하고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기에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의 속도는 제각기 다를 수 있음에도,

오직 타인과 비교해 '성취'를 이뤄내느라

내 몸이나 마음이 지치지 않았는지

이게 내가 바라고 꿈꾸던 것인지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못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일에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 생각했을 뿐

이것이 '잠시 멈추어야 할 때'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감정이 곪고 곪아서

툭 터지듯 번아웃을 맞이하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매일의 쳇바퀴 속

내 일상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지고,

일에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없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면 더 잘될 거야'라는

긍정의 말과 태도로 가려버린

마음속의 어두움과 잿빛 상처를

보듬지 못한 지난날이었다.


바쁘게 살아야 안심되는 삶,

그 안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휩쓸리던 시간들을 곱씹으니

무너질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이제야 제대로 직면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작가는 오롯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한 번에 잘 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멈춤'이 두렵거나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고

따스한 문장을 통해 두려움을 지워준다.


꼭 퇴사나 여행 같은 거대한 클로징이 아니어도

짧은 산책이나 휴대폰을 멀리하고,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상 속 작은 휴식,

잠시 머리를 식히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작은 멈춤'만으로 충분하다며

변화가 두려워 멈춤을 시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현대인들에게도

멈춤의 용기를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나에게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던가,

내가 좋아하고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반성이 든다.


문제가 터지고 해결하려고 하기 전에

인생의 고비가 오는 순간마다,

때로 숨이 가빠질 때마다

이렇게 작은 '쉬어달리기'를 했더라면

조금은 더 즐겁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고민으로 힘든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냥 남들보다 빠르게,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면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멈추었던 지난날의 경험으로

겨우 지금의 평화를 갖게 되었지만,

이처럼 좋은 질문들을 진작 만났더라면

좀 더 일찍 나에게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어디에선가 그때의 나처럼

멈추지 못해 종종 거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일단 멈춰 서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움에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이 책의 질문과 따스한 문장들이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전환'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뒤처지는 거라 생각했던 멈춤에 대한 재정의를 넘어

자기 성찰의 기회는 물론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나를 다시 사랑하고, 느림의 가치를 깨닫고

변화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지금 멈춰야 할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넘겨보길 바란다.


지금 삶이 벅차게 느껴지는 사람,

번아웃으로 지쳐 있는 사람,

변화가 두려워 멈추지 못하는 사람,

혹은 이미 멈춰 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따스한 문장들이

당신의 삶에 쉼표 하나를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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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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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여 년의 전통을 지닌 긴자의 시호도 문구점.

1800년대에 문을 연 이곳은,

지금도 변함없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문구에 얽힌 사연과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에게

그에 걸맞은 문구를 추천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문구점 주인 다카라다 겐의 진심 어린 모습은

독자에게도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그 감동을 전했던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서는 새로운 손님들과의 교감은 물론,

겐과 료코의 서사가 더욱 깊이 있게 펼쳐진다.

겐은 여전히 진심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들의 이야기 속 추억이 담긴 작은 문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며,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시호도의 기적은

이번에도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새롭게 문구점을 찾는 손님들은

단어장, 가위, 명함, 책갈피, 색연필 등

각기 다른 문구에 얽힌 에피소드를 품고 있다.


결혼을 앞둔 외동딸이 남긴 단어장을 따라

긴자를 여행하게 된 부부는

시호도 문구점에서 딸이 남긴 사진과 편지를 읽으며

감정적 거리감을 좁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직업 체험을 위해 문구점을 찾은

성격이 다른 남녀 고등학생은

일을 함께하며 예상치 못한 교감을 나누고,

타협과 존중을 배우며 새로운 우정을 쌓아간다.


정년퇴직을 맞은 직장인은

사회 초년생 시절 회장님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새로운 인생을 향한 따뜻한 도약을 준비한다.


겐과 료코의 온천 여행 에피소드에서는

겐의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과 가족사,

그리고 이를 넘어선 성장을 엿볼 수 있으며,

1권에서 이어지는 서사와

미묘한 로맨스가 잔잔하게 스며든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세계적인 미술 감독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시호도를 다시 찾아오며 깨닫게 된

전통과 변화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흔히 구할 수 있고, 별것 아닌 듯 보이는 문구들이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과정은

1편에 이어 변함없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따뜻한 감동과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하는 시호도 문구점.

오랜 전통을 지키며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해지는 추억과 감동을 전한다.


1편이 시리즈의 시작으로

문구점의 분위기와 주인장 겐의 역할을 소개하고

손님들이 문구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을 통해

위로를 받는 스토리 중심이었다면,


2권에서는 겐의 과거와 가족사, 어린 시절 등

인물의 내면에 더 깊이 다가가며

1권에서 호기심을 자아냈던 서사를 회수하고

궁금증을 해소함으로써

더 연결성 있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감정적으로도 더 뭉클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깊이 있는 사연들이 펼쳐진다.


편지지나 잉크 같은 문구의 디테일뿐 아니라

왼손잡이용 문구, 색연필의 색 이름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문구의 역할과

현대적 이슈를 반영함으로써

이야기는 가족과 성장, 사회적 시선으로 확장된다.


문구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기억과 감정을 회복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인물들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새로운 결심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여정을 보여준다.


문구점 손님과 겐이 서로에게 베푸는 따스함과 배려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하며,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위로받게 한다.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퇴직이나 자녀의 결혼처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중장년층의 부모님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복잡한 플롯 없이 단순하고 따뜻한 이 이야기는

마음이 지치고 조용히 위로받고 싶은 누구에게든

읽고 나면 마음 한켠이 말랑해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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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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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항상

9시에 시작하는 정규 업무시간 보다

최소 한 시간은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었다.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었기에

교통체증을 피해 여유롭기 위함도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그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밤새 쌓인 메일을 읽으며 답장을 쓰는 데만 해도

꼬박 한 시간의 시간은 걸려서

아침에 이메일 답장만 써놔도 퇴근이 빨라진다는 걸

몸소 실감하고는 매일 루틴처럼 반복했었다.


하루 종일 일과 사람 사람에 치이다 보니

그렇게까지 심각하거나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님에도

오후 즈음에는 날선 답장을 쓰게 될 때가 많았다.


왜 제대로 일을 처리해 주지 않느냐는 원성,

때로는 마냥 죄송하다는 말로 가득한 문장을

일하는 중간중간 써 내려가다 보면

이메일만 안 써도 업무능률이 늘겠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습관처럼 수신인과 참조로 들어간 메일,

어떤 것은 내가 꼭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며

이따금 중요한 업무지시나 클레임이 있었기에

메일 도착 알림이 울릴 때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깟 편지 한 통, 문장 몇 줄이 뭐라고

메일을 읽고 쓰는데 시간을 쏟아붓고

스트레스를 받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기에

대충 아무렇게나 쓸 수 없었던 당시의 고민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하다.


여기 '이메일 쓰기'에 도를 튼 사람이 있다.

등단을 하지 않고도 작가가 된 사람,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한 달 구독료 만 원을 받고

매일 한편의 글을 메일로 전송하며

문학계에 센세이션 한 이슈몰이를 한

이슬아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구보다 수많은 메일을 써왔을 그녀가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는 제목으로 쓴 이 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섭외와 조율,

설득의 비법을 녹여낸 글쓰기 팁이자

작가가 되기까지 자신의 일과 삶을 담아낸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글쓰기 지침을 넘어,

타인과 관계를 다정히 맺는 법은 물론

자신이 직접 겪은 이메일을 통한

섭외와 설득, 거절과 사과, 연애와 협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닫게 된

총 18가지의 이메일 비기를 소개하면서

'삶을 바꾸는 기술'로서 이메일 쓰기를 전수한다.


책에서는 이메일을 업무 도구로서가 아닌

관계의 시작점으로 조명한다.

이메일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지 않기에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배려의 매체라는 것.


그렇기에 이메일을 잘 쓴다는 것은

문장력의 뛰어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글쓰기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기하에게 보낸 인터뷰 섭외 메일,

노희경 작가에게 보냈던 10대 시절의 편지,

수많은 요청에 응하고 거절하며 협상한

경험으로 쌓아온 노하우는 제목 한 줄, 문장 하나에도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시켜주었다.


대화를 나누듯 친밀하고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다정함을 유지하는

그녀의 이메일을 통해

지난날 내가 썼던 수많은 문장을 반성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싶지 않아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낸 문장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

애써 매일 갈고닦아야 하는 기술이라 말했지만

다정함으로 엮어낸 글로

상대와 싸우지 않고 개선하는 법,

예술처럼 사과하는 법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노하우를 이제서야 늦게나마 배운다.


이슬아는 이메일만으로

자신의 작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이다.

출판사 없이 독자에게 직접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 시리즈를 통해

문장 하나로 생계를 꾸리고 판도를 바꾼

그 자체가 이메일이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닌

삶을 바꾸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자신만의 철학이자 경험이 녹아든 문장은

이메일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삶을 더 다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은 물론,

글쓰기의 본질과 관계의 기술까지 일깨워 줬다.


한창 이메일 쓰기로 스트레스를 받던

직장인 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다.

보다 타인을 헤아릴 줄 아는 소통으로

이기고 지는 혹은 섭외와 협상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공감했다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업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이메일 쓰기'에 있어

그녀가 제안한 기술을 오래 곱씹게 될 것 같다.


✔ 상대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다정하게 말을 건넬 것

✔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 거절과 사과도 관계를 지키는 기술이 된다는 것

✔ 유머와 다정함은 강력한 설득 도구라는 것

✔ 디지털 시대에도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느린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

✔ 글쓰기는 자신을 지키고 세상과 당당히 연결되는

자존감의 도구라는 것


그녀와 같은 프리랜서나 창작자는 물론

사회 초년생, 직장인과 조직 생활자에게도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

관계에 서툰 사람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좋은 자극과 배움이 될 것이다.


이메일 쓰기 하나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일단 이 책을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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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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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한창 입시 준비로 예민해지고

때로는 무력감으로 어떤 때에는 막막함으로

마음이 뾰족해졌던 그때,

나를 위로하고 견디게 해주었던 것은

함께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의

애정 어린 편지 한 장이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힘듦을 헤아려주는 친구의 진심,

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이나

나도 같은 마음이야 하는 동조의 문장에서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힘을 얻었다.


편지란 게 그런 것 같다.

말로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고

때로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망설이는 이야기도

마음을 거르고 걸러 침전시킨 문장에 담아

오직 한 사람만의 독자를 위해 탄생한

가장 특별한 책이랄까.


여기 이렇게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글을 쓰는 김사월,

그리고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훤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일 년여의 시간 동안

편지와 일기, 인터뷰와 짧은 단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서로에게 공유한다.


또 창작자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고민은 토로하고

이에 진심 어린 응답을 이어가며

사랑, 외로움, 우정, 자아에 대한 탐구 등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길어올렸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은

살아온 환경도 일하는 모습도 각자 다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상대가 만들어낸 작업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탄탄하고 깊은 소통이

시간을 더해갈수록 깊고 진실한 우정으로 나아가게 했다.


편지를 통해 느리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

각자의 작업을 바라보며 교류하는 방식은

즉각적인 말, 대화로 하는 전화나 SNS처럼

가벼운 소통을 이어온 현대의 우리들에게

깊이 있는 울림은 물론

진정한 소통과 우정의 의미를 일깨우게 했다.


책의 초반만 해도 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서로의 예술에 대해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너는 어때라는 물음으로 호기심을 전하면서도

자신을 표현하고 생각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고,

서로가 만들어낸 음악, 시와 사진에

시간을 들인 감상과 이해를 건네는 정성스러움은

상대를 넘어 나를 이해하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예술가로서 예술의 순간성과 진심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각자가 가진 우울과 상처를 드러내며

이들은 이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아 주는 다정함을 발휘한다.


있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잊지 않는 배려까지 엿보며

편지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도 했다.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DM처럼 쉽게 쓰고 휘발되며

얼마든지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요즘에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행위는

마냥 느리고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비유,

편지를 통해 타인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복되는 두 사람의 글을 통해

느림과 기다림, 빈틈을 인정하는 태도를 담은

편지의 매력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정한 시선을 그들의 문장을 보니,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스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고 싶기도 받고 싶기도 하다.


편지를 쓰는 것은 받는 사람을 위한 글 같지만

사실은 내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나를 위한 글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가들이 주고받는 문장들이라 때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온 마음을 다해 서로와 자신을 이해하려 애쓴

그들의 시간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나의 감정과 관계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힘이 가득한 책이었다.


손 편지에 얽힌 추억이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사람에게,

친구 사이의 우정과 관계에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창작과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이 책이 많은 울림을 주리라 생각한다.


마음이 복잡한 날,

누군가의 다정한 말과 헤아림이 필요하다면

이 둘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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