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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평점 :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항상
9시에 시작하는 정규 업무시간 보다
최소 한 시간은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었다.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었기에
교통체증을 피해 여유롭기 위함도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그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밤새 쌓인 메일을 읽으며 답장을 쓰는 데만 해도
꼬박 한 시간의 시간은 걸려서
아침에 이메일 답장만 써놔도 퇴근이 빨라진다는 걸
몸소 실감하고는 매일 루틴처럼 반복했었다.
하루 종일 일과 사람 사람에 치이다 보니
그렇게까지 심각하거나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님에도
오후 즈음에는 날선 답장을 쓰게 될 때가 많았다.
왜 제대로 일을 처리해 주지 않느냐는 원성,
때로는 마냥 죄송하다는 말로 가득한 문장을
일하는 중간중간 써 내려가다 보면
이메일만 안 써도 업무능률이 늘겠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습관처럼 수신인과 참조로 들어간 메일,
어떤 것은 내가 꼭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며
이따금 중요한 업무지시나 클레임이 있었기에
메일 도착 알림이 울릴 때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깟 편지 한 통, 문장 몇 줄이 뭐라고
메일을 읽고 쓰는데 시간을 쏟아붓고
스트레스를 받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기에
대충 아무렇게나 쓸 수 없었던 당시의 고민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하다.
여기 '이메일 쓰기'에 도를 튼 사람이 있다.
등단을 하지 않고도 작가가 된 사람,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한 달 구독료 만 원을 받고
매일 한편의 글을 메일로 전송하며
문학계에 센세이션 한 이슈몰이를 한
이슬아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구보다 수많은 메일을 써왔을 그녀가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는 제목으로 쓴 이 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섭외와 조율,
설득의 비법을 녹여낸 글쓰기 팁이자
작가가 되기까지 자신의 일과 삶을 담아낸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글쓰기 지침을 넘어,
타인과 관계를 다정히 맺는 법은 물론
자신이 직접 겪은 이메일을 통한
섭외와 설득, 거절과 사과, 연애와 협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닫게 된
총 18가지의 이메일 비기를 소개하면서
'삶을 바꾸는 기술'로서 이메일 쓰기를 전수한다.
책에서는 이메일을 업무 도구로서가 아닌
관계의 시작점으로 조명한다.
이메일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지 않기에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배려의 매체라는 것.
그렇기에 이메일을 잘 쓴다는 것은
문장력의 뛰어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글쓰기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기하에게 보낸 인터뷰 섭외 메일,
노희경 작가에게 보냈던 10대 시절의 편지,
수많은 요청에 응하고 거절하며 협상한
경험으로 쌓아온 노하우는 제목 한 줄, 문장 하나에도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시켜주었다.
대화를 나누듯 친밀하고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다정함을 유지하는
그녀의 이메일을 통해
지난날 내가 썼던 수많은 문장을 반성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싶지 않아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낸 문장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
애써 매일 갈고닦아야 하는 기술이라 말했지만
다정함으로 엮어낸 글로
상대와 싸우지 않고 개선하는 법,
예술처럼 사과하는 법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노하우를 이제서야 늦게나마 배운다.
이슬아는 이메일만으로
자신의 작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이다.
출판사 없이 독자에게 직접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 시리즈를 통해
문장 하나로 생계를 꾸리고 판도를 바꾼
그 자체가 이메일이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닌
삶을 바꾸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자신만의 철학이자 경험이 녹아든 문장은
이메일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삶을 더 다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은 물론,
글쓰기의 본질과 관계의 기술까지 일깨워 줬다.
한창 이메일 쓰기로 스트레스를 받던
직장인 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다.
보다 타인을 헤아릴 줄 아는 소통으로
이기고 지는 혹은 섭외와 협상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공감했다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업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이메일 쓰기'에 있어
그녀가 제안한 기술을 오래 곱씹게 될 것 같다.
✔ 상대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다정하게 말을 건넬 것
✔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 거절과 사과도 관계를 지키는 기술이 된다는 것
✔ 유머와 다정함은 강력한 설득 도구라는 것
✔ 디지털 시대에도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느린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
✔ 글쓰기는 자신을 지키고 세상과 당당히 연결되는
자존감의 도구라는 것
그녀와 같은 프리랜서나 창작자는 물론
사회 초년생, 직장인과 조직 생활자에게도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
관계에 서툰 사람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좋은 자극과 배움이 될 것이다.
이메일 쓰기 하나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일단 이 책을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