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달리기 - 되어 가는 삶, 멈추어 묻고 답하다
김지영 지음 / 파지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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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빠른 생일로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19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생각만큼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기대했던 학교에 가지 못했기에

실망한 부모님께 학비 부담이라도 줄여드릴까 싶어

졸업이라도 빨리하자는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결국엔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23살의 사회생활은

참 이르고 어린 나이였는데,

이제 좀 천천히 달려도 되거늘

빨리 돈을 모으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며

멈출 새도 없이 번 돈의 대부분을 저축하며

여전히 '과속'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한 번의 이직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하고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채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출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

앞으로 나아갈 길이 구만 리인데

쉽사리 놓거나 포기하지도 못하겠고,

지금 이 힘듦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너무도 막막해서 눈물바람인 날이 이어졌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기를 몇 달을 이어가다

결국에는 두렵지만 잠시 멈춰가기로 결정했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그 결정은 내 인생에 있어 첫 멈춤이었는데

마침표가 될까, 도태될까 봐 두려운 처음과 달리

막상 잠시 멈춰 선 그 시간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날을 되짚으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생각하다 보니

마음속에 부담처럼 자리 잡고 있던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고 있다.

소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건강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매일을 대체로 행복하게 보낸다.


여기 내 경험처럼 '멈춤'을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빠른 삶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멈추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교육가이자 교육학자인 김지영 작가로,

그녀는 이 책 《쉬어달리기》를 통해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시작이라며,

멈춘다는 것은 도태나 포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을 통해 그녀는 현재의 삶이 버겁거나

자기 계발에 지친 사람,

변화를 꿈꾸지만 두려워 움직이지 못했던 나처럼

인생의 속도감에 회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안내서에 가까운 내용들로,

각 장마다 제시되는 질문을 통해

내 내면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마음을 정리하고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기에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의 속도는 제각기 다를 수 있음에도,

오직 타인과 비교해 '성취'를 이뤄내느라

내 몸이나 마음이 지치지 않았는지

이게 내가 바라고 꿈꾸던 것인지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못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일에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 생각했을 뿐

이것이 '잠시 멈추어야 할 때'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감정이 곪고 곪아서

툭 터지듯 번아웃을 맞이하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매일의 쳇바퀴 속

내 일상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지고,

일에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없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면 더 잘될 거야'라는

긍정의 말과 태도로 가려버린

마음속의 어두움과 잿빛 상처를

보듬지 못한 지난날이었다.


바쁘게 살아야 안심되는 삶,

그 안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휩쓸리던 시간들을 곱씹으니

무너질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이제야 제대로 직면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작가는 오롯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한 번에 잘 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멈춤'이 두렵거나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고

따스한 문장을 통해 두려움을 지워준다.


꼭 퇴사나 여행 같은 거대한 클로징이 아니어도

짧은 산책이나 휴대폰을 멀리하고,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상 속 작은 휴식,

잠시 머리를 식히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작은 멈춤'만으로 충분하다며

변화가 두려워 멈춤을 시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현대인들에게도

멈춤의 용기를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어느덧 나에게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던가,

내가 좋아하고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반성이 든다.


문제가 터지고 해결하려고 하기 전에

인생의 고비가 오는 순간마다,

때로 숨이 가빠질 때마다

이렇게 작은 '쉬어달리기'를 했더라면

조금은 더 즐겁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고민으로 힘든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냥 남들보다 빠르게,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면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멈추었던 지난날의 경험으로

겨우 지금의 평화를 갖게 되었지만,

이처럼 좋은 질문들을 진작 만났더라면

좀 더 일찍 나에게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어디에선가 그때의 나처럼

멈추지 못해 종종 거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일단 멈춰 서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움에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이 책의 질문과 따스한 문장들이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전환'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뒤처지는 거라 생각했던 멈춤에 대한 재정의를 넘어

자기 성찰의 기회는 물론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나를 다시 사랑하고, 느림의 가치를 깨닫고

변화에 용기를 낼 수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지금 멈춰야 할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넘겨보길 바란다.


지금 삶이 벅차게 느껴지는 사람,

번아웃으로 지쳐 있는 사람,

변화가 두려워 멈추지 못하는 사람,

혹은 이미 멈춰 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따스한 문장들이

당신의 삶에 쉼표 하나를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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