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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창 시절을 지나는 동안
수없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가
“장래희망이 뭐니?”였다.
가정통신문에 내가 꿈꾸는 장래희망,
부모님이 기대하는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면
생각보다 대단하고 멋진 직업을 적어주는
부모님의 기대 앞에서는
내가 벌써 그런 사람이 된 양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내가 꿈꾸는 장래희망과 똑같은 직업을 적어주면
내 꿈을 지지해 주는구나 하는
든든한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과학자, 가수, 대통령, 우주인 등
각자 다양한 꿈을 꾸던 어린이에서
시간이 흘러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꿈이나 희망보다는 내 점수나 전공에 맞춰야 했고,
졸업 후에는 마냥 원하는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적당히 타협했던 건
아마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높다란 현실의 벽, 실패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마냥 원하는 꿈을 좇을 수 없는 요즘,
자신을 믿고 단단한 발걸음을 내디딘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있다.
JTBC <뉴스룸>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이자
대한민국 뉴스 역사상 최연소 앵커,
한민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 만삭의 몸으로도 뉴스를 진행하던 그녀가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책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를 통해
그녀의 성장 과정과 기자로서의 고군분투,
앵커로서의 사명감을 엿보며
그저 ‘여자 앵커’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진면모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어린 시절의 성장담과 중국 유학,
동대문에서의 아르바이트,
수없이 언론 고시에 실패한 끝에
마침내 JTBC 앵커가 된 과정이 담겨 있고,
2부에서는 기자로서의 현장 경험을 담아내며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
자기 연민 대신 긍정적인 자기 인식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3부에서는
“2년마다 자신을 팔아보라”는 선배의 조언을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성장한 경험,
여성 앵커로서의 고민과 자부심,
뉴스의 본질과 기자의 역할에 대한
그녀만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겉으로 보기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마냥 순탄하게 뉴스 앵커라는 타이틀을
단것처럼 보였던 그녀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꿈을 꾸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삶을 만들어간 끈기 있는 모습이
새삼 색다르게 와닿았다.
그녀는 물이 맑아 사람들이 빨래하러 오던
시골 마을 ‘빨래골’에서 나고 자랐다.
가난과 편견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품었고,
우연히 9·11 테러 보도를 보고 난 뒤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꿈을 위해 고등학생 시절
혈혈단신으로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녹록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이면 동대문 옷 가게, 맥주 판매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해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언론사 입사에서도, 스터디 모임에서도
줄줄이 탈락하며 연이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힘들어도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 앵커로 당당히 자리 잡은
그녀의 근성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앵커가 된 그녀는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 계엄령 등 굵직한 사건들을
현장에서 보도하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실감하고,
때로는 감정과 내면의 흔들림을 느끼면서도
의미와 재미를 찾아갔다고 했다.
실패와 좌절을 겪어온 평범한 사람이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 확신을 통해
결국 ‘이야기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고백은
선 바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자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고,
세상의 불공평함 아래 연민을 느끼고
쉬이 포기하거나 놓아버리지 말고,
자신을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며
긍정적인 자기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깨달음은
‘실패’를 마주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누구보다 꾸준한 실천으로
타고난 재능보다 ‘일단 시작하는’ 시도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태도,
결국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그녀의 노력은
불확실한 내일 앞에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단단한 믿음을 가지게 했다.
비단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 있는 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편견에도
도전을 이어가는 담담한 노력은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이토록 진심이던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앵커라 하면 정해진 프롬프트를 읽으며
예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과연 얼마나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최연소 혹은 최초라는 타이틀 아래
직업인으로서의 신념, 뉴스의 본질이 있긴 할까
의구심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저 ‘기자는 100을 알아도 10을 보도한다’는
철학 아래 더 많은 진실을,
누군가는 외면하는 소실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과정과 흔적을 보고 나니
그녀를 곡해하고 오해했던 순간의 마음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순탄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응원하라는 따뜻한 격려로
긍정적인 자기 서사를 만들어간 그녀의 문장 덕분에
앞으로 그녀가 전할 뉴스를 기다리게 되고,
또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재능이 없다고 느껴서 시작조차 망설이는 사람에게,
수많은 실패와 좌절로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 흔들리고 있는 사람,
조용한 응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기자, 앵커라는 꿈을 이뤘음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을 본받아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때로 작아지는 순간에도
나를 믿고 응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