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의 진화 - 최초의 이민부터 워킹 홀리데이까지 호주 이민사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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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끝없이 오르는 집값,

경기 불황이 연일 이어지면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여기저기 이어진다.

누군가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탈한국'만이 살 길이라 말하기도 한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낯선 타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언어적 어려움 외에도

여러 가지 제약과 차별이 존재할 것임에도,

지금의 현실을 타파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이 해외로 나간다.

나 역시 이런 현실을 접할 때마다,

떠나는 이들의 선택이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타국으로 터전을 옮기는

최초의 이민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들은 왜 대한민국을 떠났으며

그 시작과 역사, 변화는 어땠는지.

이 책 《이민의 진화》는

호주 이민사를 되짚으며

한국 근현대사를 풀이한다.

책을 읽으며 단순히 '떠남'의 기록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사회 구조가 맞물린

역사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호주 이민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고

연구한 기록을 모은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앞으로 더 발전하는 사회,

어느 사회가 앞서갈지 알기 위해

청년들이 처한 환경과 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청년의 삶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의 미래와 연결해 바라보는

이 시각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책은 1876년, 미지의 땅인 호주로

처음 이주한 존 코리아를 시작으로

인간안보와 이민에 대한

종합 계산법을 바탕으로,

호주로 이민을 결심한 2-30대 한인 청년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날

유일한 동아줄로 호주를 선택한

존 코리아,

최초의 한인 유학생 김호열,

한국전쟁으로 나라를 떠난

전쟁 신부와 호주군 소속 마스코트 보이,

90년대 이후 늘어난 조기유학,

워킹 홀리데이에 이르기까지.


이민의 역사를 통해

청년이 어떻게 본인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상황에 따라 한국인의 이주 유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는

원초적인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이주가 대다수였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는

국민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안보,

한국 전쟁 이후에는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안보,

70년대 이후로는 국가와 집단보다

개인안보가 이민의 이유가 되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이민의 이유가 곧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1990년대 세계 여행 자유화 이후

경제, 환경, 건강 등 복합적인 안보 요인이

이민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150여 년에 걸친 이민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이민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새롭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2-40대의 청년층은

경제력과 노동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로,

이 시기의 청년 이주는

사회의 발전을 예측하는 잣대가 된다고 했다.


청년이 유입되는 나라는

그만큼 다양한 노동력과 기술력을 제공받기에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발전해나간다.

이와 반대로 청년들이 떠나는 나라는

발전 동력을 잃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문득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떠올리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과거의 불안했던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나

'생존'하기 위한 이민이 아닌,

현재의 이탈을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며

그 이유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호주와 체결한 워킹 홀리데이 제도로

다수의 한국 청년이 지금도 호주로 향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워홀 제도를 이용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부동산을 사들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버지의 기술 이민 비자로

학생 때부터 호주 생활을 시작해

10년도 넘게 호주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이민의 길이 결코 단순하거나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15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이민을 가는 방법과 이유가 다양해졌다.

가난을 피하고 생계를 위한 생존 이주에서

건강, 환경, 복지 등

사람답고, 혹은 '나답게' 살고자 하는

웰빙 이민으로 형태가 변하고 있다.


지금의 주된 이민의 모습 역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형태와 이유가

수없이 달라지겠지만,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살펴보며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처한

환경과 문화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독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더 잘 살고 싶어서'의 이유는 한결같았다.

어렵게 도착한 타국에서의 삶은

때로는 차별과 고립 앞에

희망보다는 좌절하는 순간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과한 경쟁,

과도한 교육열보다는 덜한 부담이라는 것이

씁쓸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떠나는 청년들의 선택을

그저 비판하기보다는 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탈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우리의 사회나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층의 손실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지만 말고,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청년들이 '믿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민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인 '배출 요인'과

끌어들이는 이유인 '유입 요인'으로 나누어

이들의 이동을 통해

미래 사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제시하는 작가의 참신한 접근법,


이민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다루며

이민사를 통해 개인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사회·경제·정치적 맥락의 해석은

이민사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의미 있는 지표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떠나는 사회는

희망을 잃은 사회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묵직한 울림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고,

개인과 사회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변화하는지 깨닫게 했다.


책을 덮으며,

'그들은 왜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라는 질문이 다시금 마음에 남았다.


한국의 이민 근현대사를 되짚으로

사회적 차원에서의 교훈을 꼬집는 이 책은,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은 물론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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