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50년 - 흔들리지 않는 인생 후반을 위한 설계서
하우석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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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솔직한 마음은 “아직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닐까?”였습니다. ‘퇴직 후 50년’이라는 말이 꽤 멀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인 하우석님의 이전 책 『내 인생 5년 후』를 읽고 나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던 터라, 이번 책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건 퇴직을 앞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퇴직 이후를 막연한 불안이나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고, 아주 현실적인 ‘정리와 재설계의 시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특히 “내가 꾹 참고 산 이유를 적어보라”는 문장을 읽으며 괜히 마음이 멈췄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책임 때문에, 상황 때문에 미뤄왔던 감정들이 떠올랐고, 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꿔 남는다는 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불편한 인연을 정리하는 일을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품위의 문제’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퇴직 이후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관계가 배우자라는 대목에서는, 앞으로의 삶에서 대화와 감정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마운 사람에게 지금 연락하라는 조언 역시,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남았습니다.


재정 이야기도 현실적입니다. 노후를 평생 단위로 계산하지 말고 10년 단위로 나누라는 조언은 불안을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되는 관점이었습니다. 돈의 총액보다 흐름이 중요하다는 설명 역시, 지금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퇴직이 두려운 미래 사건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다시 설계해야 할 삶의 한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멀었다고 느껴질 때 읽을수록 오히려 더 좋습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막막해지고, 준비하면 생각보다 담담해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차분하게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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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지구상 가장 비싼 자산의 미래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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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는 요즘 많이 나오는 부동산 책들과 결이 확실히 다릅니다. 이 책은 언제 사야 하는지, 어디가 오를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왜 돈은 반복해서 땅으로 몰리는지, 그 흐름이 어떻게 굳어졌는지를 묻습니다. 읽다 보면 이 책이 부동산 시장 전망서라기보다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경제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늘 개인의 선택 문제로 이야기됩니다. 언제 샀느냐, 어느 지역을 골랐느냐에 따라 인생이 갈린다는 말도 익숙합니다. 저 역시 집값이 오를 때마다 ‘그때 왜 안 샀을까’ 혹은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같은 고민을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질문 자체가 이미 구조 안에 갇힌 사고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토지가 담보가 되고, 그 담보를 기반으로 신용이 만들어지며, 다시 그 신용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개인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수백 년간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토지가 제로섬 자산이라는 관점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는 반드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한국 부동산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오를수록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무주택자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듭니다. 가격 상승이 안정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구조적 불안은 쌓여간다는 점을 이 책은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일본의 장기 침체, 중국의 부동산 위기, 싱가포르의 토지 관리 사례를 통해 토지를 다루는 방식이 국가 경제와 사회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를 비교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왜 늘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당장의 매수·매도 판단보다, 흐름을 이해할 기준이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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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인간 - AI 사용법을 넘어 AI 사고법으로
안병민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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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질문인간은 AI를 잘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라기보다, AI 앞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저자 안병민은 인간의 경쟁력을 ‘질문력’으로 정의하며, 정보를 빨리 찾는 능력보다 무엇을 어떻게 요구할 줄 아는 힘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합니다. AI가 대답을 전담하는 시대일수록,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는다는 주장입니다.


저 역시 AI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느꼈습니다. 보고서 초안이나 정리 문서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결과물이 너무 그럴듯하면, 그 안의 전제나 논리를 깊이 따져보지 않고 넘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고의 아웃소싱’이 바로 이런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질문을 멈춘 인간이 문제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은 질문의 시작, 언어, 확장, 진화, 깊이, 설계라는 여섯 단계로 사고의 구조를 정리합니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을 넘어서, 이 질문이 왜 필요한지, 이 문제를 AI에게 묻는 것이 적절한지까지 되짚게 만듭니다. 특히 리더의 역할을 문제 정의자, 가치 설계자, 최고 회의론자로 설명한 부분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각 장 끝에 정리된 여섯 가지 질문 도구 역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회의에서 결과를 요구하기보다 판단의 근거를 묻는 질문을 던리니 대화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질문인간』은 AI 시대에 생각의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은 분들께, 질문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무기를 다시 꺼내 들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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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 물결 - 시뮬레이션을 넘어 현실로,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로봇의 미래
류윈하오 지음, 홍민경 옮김, 박종성 감수 / 알토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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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AI를 다룬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 솔직히 또 하나의 AI 책이라는 생각에 큰 기대 없이 펼쳤다. 그런데 류윈하오 교수의 'AI 다음 물결'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챗GPT로 대표되는 언어 모델이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AI의 진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바로 '피지컬 AI', 즉 몸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저자는 칭화대학교 교수이자 ACM Fellow, IEEE Fellow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인물이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앨런 튜링이 어린 시절 장난감 인형을 땅에 묻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다. 새로운 인형이 자라기를 바랐다는 그 순진하고도 섬뜩한 발상이,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AI의 역사를 기호주의, 연결주의, 행동주의라는 세 학파의 관점으로 정리한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던 건, 단순히 기술 발전사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각 학파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접근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피지컬 AI의 핵심 메커니즘인 감지, 인지, 결정, 행동, 진화라는 다섯 단계를 다룬다. 이 순환 구조가 반복될수록 AI는 단순한 계산 기계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는 존재로 진화한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체화된 지능'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언어나 이미지 같은 데이터를 학습했지만, 진짜 지능은 몸을 통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로봇이 춤을 추거나 물건을 집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물리 법칙을 배우는 것처럼, AI도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한다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알파고가 바둑판이라는 제한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 AI는 거리를 걷고 충돌을 피하며 실제 세상을 학습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적 설명뿐 아니라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 인간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튼튼한 몸을 가진 존재가 조용히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로 남을 수 없다. 책을 덮고 나니 AI를 더 이상 '도구'로만 볼 수 없게 됐다. 그것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존재에 가깝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미래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당신은 이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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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디아 - 트럼프 알고리즘을 해부하다
이지윤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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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트럼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 반응은 극과 극이다. 어떤 이는 미친 사람이라 하고, 어떤 이는 천재 전략가라 추켜세운다. 근데 우리한테 진짜 필요한 건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거다. 동아일보 이지윤 기자가 쓴 트럼피디아는 바로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럼프를 괴짜로 보지 말고 하나의 작동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8살 때 백만장자 됐고 뉴욕 부동산판에서 생존하면서 익힌 방법이 그대로 정치에 적용됐다고 분석한다. 그 방법은 두 가지다. 수비할 땐 나는 된다, 공격할 땐 내가 맞다. 자기 확신을 밀어붙이고, 필요하면 거짓말도 협상 도구로 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트럼프 뿌리를 파헤친 부분이다.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아들한테 돈뿐만 아니라 특별한 마인드를 물려줬다.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한테서 뭔가를 빼앗아야 속이 시원한 그런 본능 말이다. 한 기자는 트럼프를 이렇게 표현했다. 단순히 이익만으로는 만족 못하고 무언가를 더 빼앗아야 짜릿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이런 성향이 정치에서는 기득권 공격하고 대중 선동하는 무기가 됐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 2기를 실제로 돌리는 핵심 인물들을 소개한다.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중동 문제 해결사 스티브 윗코프, 돈 관리하는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이민 정책 총괄 스티븐 밀러, 그리고 일론 머스크까지. 트럼프의 즉흥적인 생각을 실제 정책으로 만드는 이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앞으로 관세 정책이나 이민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중립적 시각이다. 저자는 트럼프 편도 아니고 반대편도 아니다. 그냥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메커니즘을 보여줄 뿐이다. 장강명 작가 말처럼 트럼프는 이제 개인이 아니라 점점 커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스템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요즘 한국은 방위비 문제며 무역 압박이며 트럼프 때문에 골치 아프다. 매번 당황하고 우왕좌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트럼프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차분하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거다.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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