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물결 - 시뮬레이션을 넘어 현실로,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로봇의 미래
류윈하오 지음, 홍민경 옮김, 박종성 감수 / 알토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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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AI를 다룬 책들이 쏟아지는 요즘, 솔직히 또 하나의 AI 책이라는 생각에 큰 기대 없이 펼쳤다. 그런데 류윈하오 교수의 'AI 다음 물결'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챗GPT로 대표되는 언어 모델이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AI의 진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바로 '피지컬 AI', 즉 몸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저자는 칭화대학교 교수이자 ACM Fellow, IEEE Fellow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인물이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앨런 튜링이 어린 시절 장난감 인형을 땅에 묻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다. 새로운 인형이 자라기를 바랐다는 그 순진하고도 섬뜩한 발상이,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AI의 역사를 기호주의, 연결주의, 행동주의라는 세 학파의 관점으로 정리한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던 건, 단순히 기술 발전사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각 학파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접근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피지컬 AI의 핵심 메커니즘인 감지, 인지, 결정, 행동, 진화라는 다섯 단계를 다룬다. 이 순환 구조가 반복될수록 AI는 단순한 계산 기계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는 존재로 진화한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체화된 지능'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언어나 이미지 같은 데이터를 학습했지만, 진짜 지능은 몸을 통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로봇이 춤을 추거나 물건을 집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물리 법칙을 배우는 것처럼, AI도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한다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알파고가 바둑판이라는 제한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 AI는 거리를 걷고 충돌을 피하며 실제 세상을 학습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적 설명뿐 아니라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 인간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튼튼한 몸을 가진 존재가 조용히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로 남을 수 없다. 책을 덮고 나니 AI를 더 이상 '도구'로만 볼 수 없게 됐다. 그것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존재에 가깝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미래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당신은 이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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