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서울 자가 있고, 대기업 다니고, 연봉 1억인 김부장.’ 이 말만 들으면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처럼 보이죠. 저도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땐 “이 정도면 성공한 삶 아닌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안정과는 달리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불안, 비교, 자존심, 강박이 숨어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인지 김부장이라는 캐릭터는 처음엔 좀 고지식하고 가까이하기 싫은 인물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현실 속 누군가와 겹쳐 보이고, 또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 작품을 이미 소설로 먼저 읽었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정신없이 3편까지 모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 만화로 다시 접하니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장면들이 그림으로 딱 구현되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요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 중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뜻이겠죠. “아… 정말 이런 사람 꼭 있다”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타입의 작품입니다.

김부장은 25년째 대기업에 다니며 진급 누락 없이 부장까지 올라온 사람이고, 서울 자가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투자도 잘한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나름의 자부심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 자부심은 언제나 비교와 경쟁 위에 서 있어요. 부하 직원이 외제차를 끌고 오는 것도 못 참고, 동기보다 좋은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늘 누군가와 자신을 견주며 마음이 불편한 사람입니다. 이런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 직장인’의 표본 같기도 해서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부장의 진짜 시련은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발령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됩니다. 25년 동안 바쳐온 회사에서 자신이 한순간에 밀려났다는 느낌,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덮쳐 오죠. 그 공허함 속에서 김부장이 붙잡는 것은 바로 ‘신도시 상가 투자’. 자칭 ‘부동산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스타벅스 건물주를 꿈꾸며 상가 계약까지 진행하는데, 그 뒤의 전개는 직접 읽어보시는 게 훨씬 더 몰입감이 있을 거예요.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화가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기준이 사실은 남들이 정해놓은 틀일 수도 있고, 그걸 쫓는 사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부장이라는 캐릭터는 처음엔 웃기고 답답해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우리 부모님, 남편·아내, 혹은 나 자신과 어느 부분에서는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결국 이 만화는 단순히 직장인의 고충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만화라서 훨씬 가볍게 읽히는데, 그 안에는 꽤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소설을 이미 읽은 저에게도 만화 버전은 또 다른 재미와 몰입감을 주었고, 김부장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추천하고 싶은 만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