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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 -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행을 만드는 무의식 사용법
코트니 트레이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를 읽다 보면 "아, 내 의지력이 약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부터 든다. 코트니 트레이시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무의식을 몰라서" 변화가 막힌다고 명확하게 짚어준다. 저자가 중독을 극복하고 치료사가 된 만큼,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현장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핵심은 이거다. 우리 감정과 행동의 95% 이상을 움직이는 건 의식적 판단이 아니라 "생존을 우선하는 무의식"이다. 매번 반복되는 충동이나 회피를 자기 성격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내 안의 자동 조종 장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협력하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1부에서는 무의식을 세 층으로 나눠 설명한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신체적 무의식', 편향과 지름길 사고로 판단을 왜곡시키는 '인지적 무의식', 과거 경험이 현재를 휘두르는 '정신분석적 무의식'이다. "진짜 힘은 언제 기어를 바꿀지 조정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처럼, 멈춤—관찰—선택 사이의 간격을 벌리는 방법을 뇌과학 연구와 실제 사례로 친근하게 풀어낸다. 기분이 나쁠수록 가혹한 판결을 내리는 연구나, 군중을 따라가려는 뇌의 성향 같은 예시들을 보면 우리 판단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2부의 '의식의 12단계'가 진짜 실전편이다. 1단계에서 4단계에서는 무의식의 개입을 인정하고 감정과 감각을 기록해 "자동 반응"을 눈앞에 꺼내놓는다. 5단계에서 9단계에서는 타인과 솔직하게 나누고, 환경과 관계를 조율하며, 망가진 부분을 화해로 복구한다. 10단계에서 12단계는 변화를 일상 루틴으로 고정시키는 구간으로, 물 한 잔 마시기 같은 작은 행동을 반복해 "새로운 자동화"를 만든다. 한마디로, 의지력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무의식을 재배선하는 방법이다.
이 책의 장점은 확실하다. 첫째, 끝없는 자책의 고리를 끊어준다. "무의식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문장만으로도 실패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동시에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묻는다. 둘째, 도구들이 구체적이다. 체크리스트부터 일일 점검 질문, 사과와 화해 절차까지 그냥 따라 하면 된다. 셋째, 저자의 개인 경험과 임상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읽기 편하고, 실행 문턱이 낮다.

아쉬운 점은 12단계 포맷 특유의 반복감과 "스스로 적용"한다는 전제가 크다는 것이다. 외상이나 중증 우울 등은 전문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습관을 바꾸고 감정 반응을 다뤄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시작점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세 가지 질문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①지금 내 몸은 뭐라고 말하는가? ②오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③다음 한 걸음은 무엇인가?
결국 이 책은 "생각은 계획을 만들고, 무의식은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가이드북이다. 목표는 잘 세우지만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패턴에 지친 사람들에게, 의지를 소진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변화를 만드는 실용적인 사용설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