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우스님 (http://blog.aladin.co.kr/747250153)
Q. 알라딘 10주년을 맞이하여 축하 메시지
 그러네요. 벌써 10년이네요. 서재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인터넷 서점에 블로그를 만듦으로써 책읽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다는 건 참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나중에 타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공간을 만들었지만, 한다 하는 독서가들은 죄다 알라딘으로 간 뒤였습니다. 책 리뷰의 수준이나 페이퍼에 올라오는 글의 면면으로 봤을 때 알라딘은 십년째 책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저는 책을 살 때 알라딘 리뷰를 절대적인 지표로 삼습니다. 



Q. 당신에게 알라딘 서재란?
A. 서재가 생길 당시엔 제가 책도 많이 읽고, 상대적으로 시간도 많았어요. 처음 3년 정도는 정말 서재활동에 온몸을 불살랐었죠. 하루에 글을 세편씩 쓴 날도 굉장히 많았고, 학회 참석 때문에 하루 동안 글을 못남겼을 때 “납치설” “와병설” 등의 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서재질을 하는 사람이 적었기에 쉽게 주목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한겨레와 경향에 칼럼을 쓰기도 했으니 제겐 행운이 많이 따랐죠. 그때는 잘 몰랐지만 하루 세편씩 매일같이 글을 쓰는 게 제 글쓰기 실력을 크게 향상시켜 준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알라딘 서재는 제게 가장 좋은 글쓰기 훈련소였어요. 또한 알라딘은 제 친정입니다. 제가 자랑하고 싶은 게 있을 때, 혹은 누군가한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알라딘으로 달려와 글을 올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잖아요. 후자가 특히 더 고마운데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드문 세상에서 제 하소연을 들어주고 같이 욕해 주는 곳이 있다는 건 제 복이지요.

Q. 지난 10년간 알라딘 서재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3가지만 알려주세요)
1. 첫 댓글이 달렸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석달 정도 글을 부지런히 썼는데, 인지도가 낮은 변방의 서재라 그런지 댓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 라스꼴리니꼬프님인가, 지금은 활동 잘 안하시는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분의 서재점수를 보니까 무지 높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런 답을 드렸어요. “아니 이렇게 높은 분이 친히 방문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제가 신생서재에 댓글을 달았더니 그분이 제게 똑같은 말씀을 하더라고요.^^

2. 3류소설을 썼던 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알라디너들과 친해진 다음에 “이분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3류소설이란 카테고리를 만들고 소설을 썼습니다. 내용은 정말 유치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좋아해 주셨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웃음이 나오네요. 어떻게 그딴 생각을 할 수가 있었는지.

3. 서재 초기에 알라딘에서는 가장 열심히 활동한 사람들에게 5천원의 적립금을 줬어요. 열혈 서재인들은 “적립금을 받는 건 서재인의 자존심”이라고 해가면서 순위를 올리려고 노력했어요. 월요일에 순위가 발표되니, 좀 모자라다 싶으면 일요일날 엄청나게 글을 써댔습니다. 그때 늘 5위 안에 드시던 분이 지금은 돌아가신 물만두님이셨어요. 처음에 그분의 서재를 봤을 땐 의아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예를 들어 집에 택배가 왔다든지 집에서 감자전을 드셨다든지 하는 일을 가지고 글을 쓰셨어요. 글에는 뭔가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게 물만두님은 좀 의아한 존재였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죠. 물만두님이 큰병을 앓고 계시며, 집밖에 나가지 못하신다는 걸요. 그분은 당신 집이 우주였고, 그래서 택배 같은 일도 외계에서 생명체가 온 것 같은 큰일이었던 겁니다. 물만두님과 나중에 인사를 하고 친해졌는데, 그분이 돌아가시니 서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어요. 하늘나라에서는 고통없이 잘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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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밴스 2015-08-1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알고 또 그분의 죽음이 이렇게 엮여있군요... 인생은 소풍왔다가 다녀가는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