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양원근 지음 / 오렌지연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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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이 독자의 품에 안기기까지, 저자외에도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편집자, 출판 기획자, 마케터, (표지 등) 디자이너, 제본소 직원 등등. 이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는지라 정확히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 수 없었고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최근 편집자들의 목소리는 간혹 들을 수 있지만, 기획자라?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는 출판기획 20여년 경력의 저자가 쓴, '출판가이드 북'이다. 제목은 마치 쉽게 글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창작론' 같지만, 어떻게 책을 낼 수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지 설명한 '아주 실용적인 출판가이드 북'이다.

 

사실, 읽기 전에는 출판기획자의 다양한 기획 에피소드나 역할론, 고충 등이 담긴 (살짝 에세이 느낌이 나는) 글을 기대했다. 허나 기획 에피소드는 "베스트셀러 몇등을 했다" "판매량 얼마였다"식의 성과 보여주기가 대다수다. 책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자화자찬은 감안하고 있었지만, 막상 접하니 "오 대단한데"가 아닌 '피식'이 먼저 나와 버렸다.

 

또한, 읽기 전 목차를 보고 [4장 기획부터 츨판까지, 책쓰기에 필요한 16가지 과정]에 큰 기대를 품었다. '이거지.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부분이야!' 하지만, 남은 건 실망뿐이다. 너무 개략적이고 실용적인 (교과서 같은) 내용이라, 지금 당장 원고를 들고 책 만들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흥미를 가질 수 없다. 다시금 이 책의 출간목표와 내가 읽고자 했던 내용과의 간극을 확인한 부분.

 

제목의 중요성을 강조한 p.62이하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다양한 베스트셀러의 제목 선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표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p.125이하는 대공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표지가 별로면 사고 싶지 않다. 반대로 그저그런 책이라도 표지가 예쁘면 사두고 싶다. 책도 하나의 인테리어라는 점에서, 전자책의 엄청난 휴대성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소장욕구를 배가해주는 표지는 필수다.

 

'제목을 잘 정한 책들'이라는 섹션에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를 소개하고 저자는 이런 멘트를 달았다. "이 책은 100퍼센트 독자를 속였지만, 30쇄가 넘게 나갔다고 한다. 제목의 힘이 돋보이는 순간이다."(p.75) 한마디로 책 내용이 제목과는 다르지만, 매력적인 제목이 독자의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는 뜻이다. 갑자기 이 내용을 왜 소개하냐고?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역시 제목을 아주 잘 정했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은 대상독자에 따라 정반대의 평을 얻을 것 같다. 출판을 원하는 사람들, 과연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는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베스트셀러다. 실용적이고 친절한 설명이 잘 되어있다. 하지만, 출판기획자의 고충,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사람들, 혹은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창작론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쉬울 것이다. 매혹적인 제목의 함정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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