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연말에 나온 아도르노의 강의록 영어판 두 권. 

(한국어판은 진작에 나와 있다). 도서관 구입신청했던 책을 받아보니 

나도 사야겠어서 구입했고 내일 도착 예정이다. 이 둘 전에 나온 강의록들 모두 

갖고 있고 그 중 어떤 것들은 꽤 열심히 읽었다. 한국어판과 같이 읽은 것도 있어서 

한국어판과 영어판 차이에 대해 뭐라 적어둘 만도 할 거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냥 그러지 말기로. 

아도르노는 저술들도 독자의 취향, 관심, 인내심 정도에 따라 끌릴 사람들은 완전히 끌리는 저술들이지만 

강의록도 (물론 위의 '끌놈끌' 독자들에 거의 한정해서지만) 독특하고 강력한 매력이 있다. 도서관 책 받아와서 

넘겨 보다가 


아 정말 이 공기. 

억압적이고 무거운 공기라 느낄 법도 한 공기. 

니체의 겨울 산의 차갑고 맑은 공기와 같지 않은 공기. 전혀 다른 공기. 

그러나 이 역시, 해방의 공기. 


위와 같은 내용의 (굳이 말로 정리하라면) 감탄이 일었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지성은 도덕의 범주"고, 그러니까 지적인 사람이 도덕적인 사람인데 

나는 여기서 지성의 핵심이 언어능력일거라 생각한다. 지적인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이고 말 잘하는 사람이다. 

"말을 잘한다"는 게 한국에서 하도 저평가, 혹은 부당하게 비방되는 자질이라서 "말 잘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니깐" 이런 생각은 어디 적어두거나 누구에게 말로 하거나 하지 않고 혼자 생각만 했다. 그러다 culture gabfest 애청하게 되면서 이 방향으로 더 생각할 거리들도, 증거들도 축적되어가는 중이다. 할 수 있는 한 자신을, 타인을, 사태를 잘 말로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덜 억압적이고 덜 지배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점. 그런 사람일수록 "불안(insecure)"하지 않으며 자기인식도 뛰어나고 그리고 좋은 의미에서 자기만족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점. (자기인식과 자기만족 둘 다를 말할 좋은 영어 단어가 self-possession이다. self-possession, self-possessed). 


뒤집어서 본다면 조금 더 설득력 있을지 모른다. "insecure"한 사람들에게

흔히 "불안"과 연결되는 면모들도 있지만 그 정반대로 여겨지는 면모들도 흔히 있다는 점. 

타인을 억압, 조종하고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한 이들 거의 전부가 실은 "insecure"한 사람들일 거라는 점.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건 

표현의 자기 레퍼터리가 풍요한만큼 

들을 수 있는 의미 영역도 넓다는 뜻이라서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그의 상대에게 자유를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대로 말하게 하는) 

줄 것이라는 점. 우월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해방감엔 이것도 있지 않나 한다. (이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120% 이해하겠으니,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나여도 될 거 같은 느낌. 가장 좋은 나가 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라고 쓰고 보니 교묘한 잘난 척처럼 보일 거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당신도 순간 동의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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