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비가 그쳐서 우산 없이 나갈 수 있게 됐다. 

어제는 낮에 나가서 오래 걸을 생각이었는데 비가 와서 (저녁에도 오고 밤새도록 온) 

집에 갇힘. 오늘 아침에도 근처 작은 지붕 있는 시설에서 30분 정도 걸은 거 외엔. 


짐 홀트의 책이  

독자를 굉장히 강하게 끌어당기는 책이라 (곧 한국어판 나오겠지만, 대성공할 거 같다) 

자꾸 듣게 된다. 데이빗 포스터 월러스가 "the infinite"(극한이라고 해야 맞습니까. 극한, 무한, 둘 다 맞습니까.... 뭡니까) 주제로 쓴 위의 책 논의하는 에세이도 있다. 그가 이런 책도 쓴 줄 이 에세이로 오늘 알았다. 알라딘 중고가 있길래 바로 주문했다. 



"초심자를 위한 작은 과제" 말하면서 바슐라르가 생각한 게 이런 건 아니겠지만 

예를 들어 니체, <선악을 넘어서> 읽는 수업이라면 중요하게 읽는 단장들의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그 주제와 연결할 니체의 다른 말들을 찾아 "니체가 말하는 니체"가 되게끔 그 주제를 다시 쓰기, 이런 과제 

내줄 수 있을 거 같다. <선악을 넘어서> 이 책 이거 정말, 징글맞게 어려운 책이던데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읽던 때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단장 별로 주제들을 미리 안다면, 그리고 그 주제들을 어떻게 다루나를 

누가 설명해 준다면, 그런 다음 혼자 읽을 때 니체의 스타일과 방법에 유의하면서 주제를 찾아 읽어가는 방법을 

(무작정 혼자 읽을 때보단) 더 쉽고 분명하게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배웠던 수업이 있었기를 잠시 소망해 보았다. 

나라면 그런 수업 원한다. 


예를 들면 이 책의 6부, "우리 학자들"을 시작하는 204번 단장. 

"철학과 과학 사이에 있게 된 위계를 말하고 있음. 위계가 발생한 이유는 (니체에 따르면) 무엇인가. 

철학이 철학이기 위해서 할 일은 무엇인가? 쇼펜하우어는 왜 등장하는가? (....) : 이 정도만이라도 같이 

검토하고 생각한 다음 개인적으로 읽기 시작하기. 같이 읽을 다른 저술들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나 보고 

문제 재구성하기. 


학부 교양 수업에서 할만한 이런 과제에서도 

의미있고 중요한 작업(통찰)........ 나올 거라고 나는 예상하겠다. 

학식만큼 (혹은 그보다 더) 성격이, 경험이 중요하기도 해서 

토대가 없거나 기초에 불과해도, 저명한 니체 연구자들이 보지 못하는 지점들을 보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성격과 경험이 (그러니까 인식의 기관이) 훼손되었기 때문. 다쳤기 때문. 

.... 이라고 강변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훼손의 힘들이 도처에 있고 그 힘들은 막강하다. 

일단 내 사례부터 적어둘 수도 잇겠지만 그러지는 않겠. 않겠어요. 이만큼 오래 살았으면 말없이 알아서 치유하고 복원해야.

이제 저는 다시 오래 쉬다가 또 뭐 황급히 극딜할 일 있을 때 돌아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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