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보에서 채워야 할 2700보가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숙취는 밀려오고. 숙취엔 언제나 우울감도 있다보니 

채워야 할 2700보를 편의점(좀 멀리 있는 곳으로....) 다녀오기로 채우면서 

맥주를 또 마시자. 같은 유혹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맥주. 6월의 마지막 맥주이자 

..... 하여튼 마지막 맥주. 무엇이든 작별은 영원해야지 아니면 작별이 아니다. 


구글 이미지에서 collected letters 입력해 보니 여러 사람들의 서한집들이 뜨는데 

그 중 토마스 하디의 이것. "Volume One"의 위엄. 이런 책 말할 때 쓰는 영어 단어가 "tome"이다. 

불어에선 그 단어가 영어의 volume의 뜻이지만. 어쨌든 영어에서 "tome." 저자의 노고로 무겁고 커진 책. 세월과 학식, 진지로 압도하는 책. 편지들을 모으니 "tome"이 된다면 


결코 낭비한 삶이 아니겠지. 


이들이 평생 많은 편지를 쓸 수 있었던 데엔 

이들이 예외없이 말을 사랑하고 말을 잘 쓰는 사람들이었다는 점 작용했을 것이다. 

이들 같은 사례가 한국에서 드문 이유는 그 역, 말을 사랑하고 말을 잘 쓰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과 

닿아 있겠고. 사실 니체는 좀 아니지만 울프의 편지들 보면 


한국에서 최고 문장가(가 누구든...) 최고 작가 최고 지식인도 

이런 편지 쓰지 못한다. 이런 편지의 1도, 1/10도 쓰지 못한다. 


같은 생각 들 수도 있다. 

내겐 들었다. 


이런 사정은 모든 사정이 그렇듯이 "중층결정"(......) 되는 것이겠고 

그래서 제대로 말해보려면 여러 면들을 같이 보는 나름의 노고 필요할 텐데, 그 노고 없이 

일단 한국어가 천대받고 그냥 막 쓰이는 언어라는 게 극히 중요한 이유이지 않나, 적어두고 싶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칸트 학자이자 학회 번역에도 참여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 통화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학회에서 전집을 번역하기로 한 원인은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을 ‘초월적’이라고 심각하게 왜곡해 번역한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철학과)가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칸트는 그 이전의 신과 영혼 같은 초월적 존재자들에 대한 사변을 파괴하고 철저히 내재적인 형이상학을 전개한 철학자다. 하지만 칸트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트란스첸덴탈’을 현세적 차원과 내재적 지평을 뛰어넘는다는 뜻이 담긴 ‘초월적’으로 번역을 하니, 대다수 칸트 학자들은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어 새로운 전집 번역으로 바로잡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4차례의 학술대회와 용어조정위원회의 논의 끝에 ‘트란스첸덴탈’을 ‘선험적’으로 통일해 전집을 번역한 바 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50134.html#csidx36ef0f05ba54bc3b08ccbf96e0bbb39 



저 아래 아래 포스트에 비슷한 기사에서 비슷한 문단 이미 옮겨 왔었다. 

이건 다른 기사인데 기사 제목이 "백종현 번역어 바로잡으려 전집 내"다. 


핵심 용어를 "심각하게 왜곡해 번역"할 수도 있나? 

오역될 수는 있지만, 어떻게 오역되든 용어의 오역을 "심각하게 왜곡한 번역"이라 부를 수는 없지 않나. 

핵심 용어가 일관되게 오역되긴 하지만 그 점 제외하고 번역에 문제삼을 곳이 거의 없다면, 그 용어를 정확한 번역어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나? 이런 경우, 전체를 다시 번역해야 하는 이유로 용어의 오역을 말하는 건 무리 아닌가? 용어 하나를 바로잡기 위해 전체를 다시 번역함? 왜 그런 낭비를? 


이런 의문들 자극하면서 

무거운 혼란 안기는 문단 아닌가? 


"초월적"의 한국어 뜻을 제시하는 ("현세적 차원과 내재적 지평을 뛰어넘는다는 뜻") 대목도 

비슷하게 혼란 안긴다. 말의 의미는 언제나 어느 정도는 가변적... 말은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는 걸 

모르시지 않으실 리 없으실 그런데 왜..... 


"hidden agenda"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정말 여기도 천대받고 막 쓰이는 한국어의 예가 있다는 생각 든다. 이런 문단을 

읽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이 주제는 다음 포스트에 쓸 수 있다면 써 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