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광석'을 감독한 이상호 기자의 팟케스트 방송을 들었다.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는 몇 년전 처음 들었는데, 정말? 그래도 설마..... 싶었다. 아,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여러 증거와 거짓말이 있어도 덮히기도 하는구나. 무섭다. 이 나이를 먹도록, 숱한 피 낭자한 소설과 드라마, 영화를 봤지만, 사건들이 실제와 연결될 때는 도망칠 수도 없는 진짜 공포가 시작된다. 설마, 하는 일들이 멀쩡한(?) 사람들이 눈감아준 가운데 벌어진다는 걸 작년에 새삼 배우고도, 또다시 소스라친다.

 

영화 '싸이코'를 몇몇 유명한 장면 말고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그 유명한 호수옆 베이츠 모텔도 몇 번 봤는데 별관심 없었지. 어젠 맘먹고 조용히 혼자 영화를 다운받아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결말을 알아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이츠 모텔의 노먼이 실존 인물로 만든 캐릭터라는 걸, '양들의 침묵'의 그 버팔로 빌과 함께 그 악명 높은 (하지만 난 다행히 몰랐던) 에드 게인이라는 살인자라는 걸 어제서야 알게되는 순간.... 아, 영화는 영화일 뿐이 아니잖아. 너무 무섭다. 어머니와 비이상적 유착관계, 고립된 생활, 그리고 사체에 대한 집착이 이런 끔찍한 살인과 잔여물들을 만들어놨다. 생각을 말고 관심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이미 실제 피해자들도 있기에 이런 영화나 이야기를 소비하는 행위에 죄책감이 생긴다. 무섭다.

 

 

싸이코 영화는 살인자 노먼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혼남과 시내 모텔에서 한낮의 만남을 가지는 여자 마리온을 따라간다. 그녀는 지속적인 공간에서의 지속적인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 집적거리는 거부 할아범, 직원 사무실에는 에어컨을 달아주지 않는 (십년 동안 일했다는데) 사장 아저씨, 아리조나에서요! 위협적으로 따라붙는 경찰관, 그리고 그나마 친절해 보였던 노먼은 몰카(찍었을 넘)범에 살인범. 한밤의 외딴 모텔에서 샤워하다 칼에 맞는 마리온. 왜 마리온의 스토리를 이렇게 넣었을까.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고 싶어서? 동정하지 말라고? 노먼보다 뇌리에 남는건 해골 상태 노먼의 어머니와 곧 시체가 될 마리온의 얼굴이다. 싸이코는 노먼인데 두 늙고 젊은 여자 시체만 크게. 왜요. 무섭게.

 

김광석 부인인 서씨가 다시 조사 받기를 바란다. 김광석의 딸이 별일 없이 (이미 많이 겪었을테니까) 살았으면 좋겠다. 서씨의 오빠도 조사받았으면 좋겠고.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미 가버린 사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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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9-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에서 이미 김광석 딸은 10년 전 17살 나이로 세상을 뜬 게 밝혀졌다고 나오네요.안타깝죠.15살에 언론에 나와 사진 찍은 게 있더군요.그런지 2년 후에 죽음이라..참..그런데 엄마란 사람은 10년 동안 딸이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네요.

유부만두 2017-09-20 17:38   좋아요 0 | URL
아 ... 어째... ㅠ ㅠ

레삭매냐 2017-09-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쇼킹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인 사인이 규명되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유부만두 2017-09-28 09:27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리는데, 간 사람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더 나요. 노래는 왜 그리 구슬픈지 몰라요.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