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서 만난, 중학교 때 선생님, 그 선생님은 병원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삼십 년 전의 일을 꺼내듭니다. "자네, 그 반성문을 잊었나? 아니겠지? 그 원고지 500매를 채우게. 너무 늦기전에 말이야" (판에 박혔다구요? 흠...) 눈치가 빠른 아내는 내 과거 속으로 같이 파고들어서 '그 아이' 와의 추억을 꺼대 듭니다. (아, 또 다시 판에 박혔다구요? ) 제 추억을 따라오는 아내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포옹은 "목련" 같습니다만 (맨 마지막에 또 다른 '아이' 이야기는 목련 만큼이나 촌스럽지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내 죄는 "남의 마음을 훔친" 죄는 아무리 시간이 흐른 다음이라 하더라도 사해질 것 같지 않습니다 ..... 는 이야기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 그런지, 아니면 착하디 착한 (이미 요즘 세상에는 너무나 보기 힘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삼십 년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헉, 그렇다. 나도 삼십 년 깎아 내도 아직 넉넉하게 나이가 남는다) 남의 글, 이야기, 마음을 훔쳐내도 요즘은 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중학교 선생님들도 요즘엔 자유시간에 불법 다운 받은 영화를 아이들더러 보라고 해놓고 당신들 바쁜 사무를 처리한다. 게임도 음악도 중학생 아이들은 "훔치는" 데에 도가 텄다. 이런 아이들은 방학숙제도 개학 하루 전날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쓰윽 긁어온 자료들을 재주껏 편집해서 프린트하면 그만이다. 손글씨로 원고지 500매? 코웃음을 칠게 뻔하다. 저자의 기억 속 그 소년은 절에도 들어가고 밤에 볼펜을 깨물기라도 하지만..... 슬프다. 이젠 반성문도 착한 사람들만 쓸테니까. 심심하고 착한 이야기가 가슴을 더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