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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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 이어지길 고대합니다! 무순♡홍마플여사의 환상 케미 또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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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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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리 레방의 그로 박사 밑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의사 몽장. 그는 우연히 카티야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고, 그녀의 남동생인 폴을 치료하게 되며 그들 가족(아버지인 트레빌 박사, 쌍둥이 남매인 카티야와 폴)과 친분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젊은 남녀가 만났으니 자연스레 썸을 타게 되지요. 매일 같이 카티야를 만나러 그들 가족이 살고 있는 허름한 저택인 에체베리아에 방문하는 몽장. 그들과 식사도 같이 하고, 차도 마시고, 농담 따먹기도 해가면서 친해지긴 하는데...이 가족 좀 이상하긴 합니다. 사람은 좋아보이는데 왠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 같은 트레빌 박사, 누나와 몽장의 관계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폴. 폴은 몽장에게 누나와 절대 가까워져서는 안된다고, 그어떤 신체적 접촉도 해선 안된다고 끊임없이 몽장을 다그치지요. 몽장 입장에선 그런 폴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한 트레빌 가족과 몽장의 애타는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어 나가며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거 정말 스릴러 맞나?하구요. 그래서 책 뒤표지를 살펴보니 분명 '강렬하고 우아하며 기발한 스릴러'. '최고의 심리 스릴러'등의 찬사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 중반을 넘어 가는 동안까지도 몽장 박사와 카티야의 썸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지라 어떻게 스릴러로 발전하게 될지 굉장히 의아했지요. 물론 트레빌 가족이 좀 여러모로 미스터리하긴 합니다만, 그것을 몽장이 조사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서 더욱 그랬지요. 이야기는 몽장이 에체비리아에 방문하여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거든요. 그러다 급기야(?) 몽장의 고향 축제에 함께 피크닉을 떠나기까지 합니다. 도무지 이야기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판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 펼쳐지는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들 뒤에 숨겨져 있던 진실들 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 섬뜩하지만 안타까움이 더욱 컸던 결말 덕에 말이죠.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을 고르기가 참 힘드네요^^;;) 그리고 그제서야 이 작품은 완벽한 '스릴러'가 맞구나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로맨스인 척 주인공들을 계속 썸을 태우다가 (그 썸 타는 속도도 솔직히 너무 더뎌서 고구마 두어개를 한번에 먹은 것처럼 답답했었습니다;;;) 막판에 아주 제대로 뒤통수를 날려주시는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안타깝고 또 안타까워하며 책을 덮으려던 찰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행에서 선사해주신 통쾌함 또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몽장 박사 멋져부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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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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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하면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기욤 뮈소'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저는 '미셸 뷔시'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요. 국내에 <그림자 소녀>. <검은 수련> 두 작품이 번역되었는데, 두 작품 모두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예술적'이라는 단어와도 잘 어울리면서 재미있고, 세련됐던 두 작품들덕에 세번째 작품도 몹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레위니옹 섬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고 있는, 화산과 산호초등 자연 유산이 살아 숨쉬고 있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인 레위니옹 섬. 그곳에 휴가를 즐기러 온 벨리옹 가족. 그리고 사라져버린 리안 벨리옹.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녀의 남편인 마샬 벨리옹. 이런 작품의 초반 설정은 솔직히 매우 식상하고 진부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막장이니 불륜이니 이런 걸 싫어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많이 느껴져서 이 작품 역시 그런 류인가...하고 섣부른 판단을 했었거든요. 게다가 레위니옹 섬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들이나 그 지역의 독특한 생활방식등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읽기 힘들고 좀 지루하게도 느껴졌구요.

 

그런데 100페이지 정도를 넘어가자 정신없이 책에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작가가 원래 지리학자 출신인지라 프랑스 구석구석을 그가 만든 스토리에 아주 잘 녹여내 소개하는 능력이 탁월한데(특히 그림자 소녀 같은 경우는 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프랑스로 날아가고 싶어집니다.) 이 작품에서도 이것이 아주 가감없이 발휘되더라구요. 마샬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저도 레위니옹 섬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느낌이랄까요. 특히 화산과 안개에 대한 묘사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의 반전이랄지, 사건의 진상이랄지가 전혀 예상밖이었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림자 소녀>와 <검은 수련>의 경우에 반전은 작품 초반부터 짐작했었거든요. 그런데 <내 손 놓지 마>는 전혀 짐작도 못할 뿐더러, 그 반전이 너무나 뜻밖이었어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제목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그 의미를 알았을 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구석구석 마음 아린 부분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더욱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앞으로도 미셸 뷔시의 작품들은 더욱 믿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걸요.

 

그리고 제 진심을 다해 외치고 싶은 말, 상사님 파이팅! (작품을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달콤한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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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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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산북스 페이스북에서 도서 홍보차 올려놓은 표지 (띠지 벗기기 전과 벗긴 후)를 보고 완전 반해버렸었습니다. 이런 표지 디자인을 가진 소설이라면, 분명 유쾌하고 재밌을 게 뻔하라리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흔치 않은 지극히 한국적인 코지미스터리라니요!

 

무순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서울로 도시로 나갔던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장레를 치르기 위해 충청도의 완전 깡촌 마을은 아홉모랑이로 모여들지요. 그렇게 무사히(?) 장례는 치렀으나, 이대로 식구들이 떠나고 나면 홀로 남겨질 할머니가 걱정입니다. 배우자를 여의고 난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는데...... 그래서 가족들(고모들, 큰아버지, 아빠)이 모종의 회의를 거쳐 삼수생 강무순을 할머니곁에 한동안 남겨두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무순이가 늦잠을 자고 있을때 그들은 도망치듯 할머니댁을 떠나가지요. 그렇게 할머니와 둘이 남게 된 무순.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텔레비전도 고작 k사만 간신히 나오는 상태. 무순은 멘붕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골의 아침이란 시간하곤 상관없이 해가 뜨면 시작인지라, 해가 긴 여름엔 새벽 대여섯시면 하루가 시작되지요. 때문에 할머니는 늘 해가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는 무순이를 게으르다고 타박이십니다. 무순이는 무순이대로 미칠 노릇입니다. 심심해서. 폰도 안되고 텔레비전도 안나오니 심심해서 돌 지경이었지요. 그러다 자신이 6살에 남긴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6살 강무순이 남긴 보물 다임개술을 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15년전 마을에서 일어났던 4명의 소녀 실종사건을 알게 되고, 의도치는 않았으나 홍간난여사와 강무순양은 이 사건의 진상을 점점 파헤치게 됩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독자를 이야기속에 미치도록 몰입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때문에 용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독자들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저는 이 소설의 반전 비스무리한 걸 이야기 1/3 지점에서 짐작했고 결말에선 그것이 여지 없이 맞어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천재인 걸까요?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미치도록 재밌습니다. 서술자 무순이의 말투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가 특유의 경쾌한 문체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합니다. 홍간난 여사를 대표로하는 시골 할매들의 생활상 묘사 또한 저희 할머니를 떠올리게 해서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었던 건 역시 손녀 강무순과 할매 홍간난 여사의 미친 케미스트리였지요. 격한 말이 오고가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둘의 콤비플레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거기에 감초처럼 종종 등장해 이야기의 비주얼(?)을 살려주시는 꽃돌이도 그렇구요. 역시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캐릭터였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환장하는 저는 당연히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 소설, 마냥 웃기고 코믹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밝혀지는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굉장히 씁쓸하고 안타깝거든요. 가끔 한스러운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눈물이 나게도 하구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 인생사가 원래 그런 것을......

 

책을 먼저 읽으신 어떤 분의 서평을 보니, 사계절 시리즈로 내면 좋겠다고 하던데... 그 서평을 보고 전 이미 다른 계절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무순양이 드디어 대학 입학을 앞두고 홍간난 여사 댁에 방문한 겨울의 이야기 정도가 어떨까요? 편집자님의 스토킹으로 작가님을 설득하여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하던데, 그 편집자님의 스토킹을 다시 한번 응원하는 바입니다!

 

 

p.359 깔끔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어떤 일이 칼로 자른 무처럼 깨끗한 시작과 결말을 갖는 걸 본 적이 없다. 낮과 밤은 분명 구분할 수 있지만, 낮이 밤이 되는 순간을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고.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한 말이니까 아마 맞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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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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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2 그날 이후로 나는 진심으로 웃을 수가 없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그랬다. 피붙이가 살해된 가족은 일상생활 속에서 웃을 때조차 죄책감을 느낀다. 유카리 누나가 살해된 그날 이후로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존재가 됐다. 』

 

피붙이가 살해 당한 피해자의 유족.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일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과연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편하게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면 유괴범에게 자식을 잃은 전도연이 그 고통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종교에 귀의하게 됩니다. 종교 덕에 마음의 평화를 찾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가해자를 면회하러 가지요. 하지만 그 가해자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그 가해자도 교도소 안에서 종교에 귀의해 신으로부터 자신이 용서 받았다 생각하고, 때문에 평화를 찾게 되었던 겁니다. 그걸 본 전도연은 가해자와 더불어 신에게조차 분노하게 됩니다. 결국 전도연은 가해자를 용서할 수도, 편안해질 수도 없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친족이 살해당했을 경우 복수을 어느 정도 용인해줬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원한을 어느 정도 이해했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복수를 한다고 해서 살해된 피붙이가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복수가 진정한 답도 아마 아닐 겁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다섯 생일날 누나를 잃은 슈이치라는 남자입니다. 열다섯이 되어 비로소 아버지의 직업인 이발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를 물여 받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슈이치. 아버지 또한 그의 성장이 대견해 성인으로서 인정하는 의미에서 그에게 나이프를 생일 선물로 전달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단란했던 가정은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소년은 자라서 경찰이 되지만, 열다섯 생일날 갖게 된 분노때문에 경찰직도 잃게 되고, 결국 선배 경찰이 퇴직하고 만든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의 분노와 증오는 여전합니다.

 

그런데 탐정 사무소에 기이한 의뢰가 들어옵니다. 자신의 아들을 십수년전 살해했던 가해자가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 그래서 자신들이 그 가해자를 용서해도 되는지 판단해 달라는 의뢰. 슈이치는 물론 그 일을 거절하고 싶지만, 소장인 고구레가 이를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카가미라는 인물을 조사하게 된 슈이치는 누나의 사건을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사카가미라는 인물은 역시 어떤 범죄행위를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슈이치는 어쩐지 그가 아주 싫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내적 갈등 또한 겪게 되지요. 그렇게 조사는 계속되고 조사 결과는.............

 

p.75 범죄 피해자가 가장 괴로운 순간은 가해자가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다.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를 눈곱만치도 반성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다. 그럴 때는 증오의 불꽃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마음속이 격렬하게 날뛴다. 』

 

첫 의뢰에 아이디어를 얻은 고구레 소장은 이제 아예 대놓고 '범죄 전과자에 대해서 알아봐 드립니다.'하고 탐정 사무소 광고를 합니다. 때문에 연이어 이런 식의 의뢰가 들어오게 되지요. 그렇게 등장하는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들의 심도 깊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넘어선 심도 깊은 고민을 담은 이야기들이 펼쳐지지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두번째 단편인 <복수>였습니다. 엄마의 방치로 집에 두달 동안 갇힌 어린 형제가 있었습니다. 간난쟁이 동생은 결국 숨을 거두고, 세살의 형은 죽은 동생이 부패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생쌀을 씹어 생계를 이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왕왕 언급되는 친부모나 친족에 의한 아동학대문제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가 온전히 누군가를 사랑하며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세번째 단편인 <유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족이 범죄자라른 이유로 세상의 온갖 손가락질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가해자의 가족이야기. 단죄는 범죄자가 받아야하는건데 우리 사회에서도 가해자의 가족에게 행해지는 연좌제의 횡포가 참 많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결말에서의 어머니의 유품과 누나의 결정이 조금 뭉클하기도했던 이야기였습니다.

 

p.105 사건을 벌인 장본인은 담장 안에 들어가 보호를 받아요. 튼튼한 벽이 피해자 유족의 증오와 세상의 규탄을 막아 줘요. 하지만 우리는 그 증오와 규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어요.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

 

슈이치는 이런 의뢰들을 조사하는 한편으로 누나를 살해한 범인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개의 단편을 하나의 장편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죠. 누나 유카리를 살해한 범인들은 사건 당시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들 중 한명의 행적을 파악한 슈이치는 그를 지켜보게 되고 그 안의 고독과 증오의 불꽃은 점점 거세져만 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사건들이 터지는데......

 

p.243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악당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래서 용서라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걸 구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아. 악당은 자신이 빼앗은 만큼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기어코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는 인간, 그게 바로 악당이라는 거다. 』

 

생일날 누나를 잃은 슈이치, 그를 향한 동정과 연민. 이야기가 고스란히 슈이치의 관점으로 서술되다 보니, 슈이치에 한껏 몰입해 슈이치만큼 불타오르게 되는 증와 분노. 하지만 슈이치가 부디 '악당'이 되지 않길 바라는 염려. 부디 그가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고, 그와 행복해지길 바라게 되는 간절한 염원. 이 모든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다 보면 금세 책 한권이 뚝딱입니다.

 

묵직한 고민들을 이야기속에 흥미롭게 녹여 낸 작품.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제 이 작가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의 결말을 보니 시리즈로서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 같던데, 결코 불행하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된 슈이치의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p.220 언제든 웃어도 된단다. 아니, 웃어야만 한다. 우리는 절대로 불행해져서는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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