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悲哀!

너는 모양할 수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았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 않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무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 행복이 너를 아주 싫어 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을 차지하였더뇨?

 

비애 [悲哀] !

오오 ! 나의 신부 [新婦!

너를 위하여 나의 창[]과 웃음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무 석문[石門]도 보지 못 하였노라

스시로 불탄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 [悲哀!

너의 불사조 [不死鳥] 나의 눈물이여! 

너를 위하여 나의 창[窓]과 웃음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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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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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짝을 진

부부도 살다 보면

서로 오래 참고 또 참아야 하는데

둘 중 하나 교만이 앞서다 보니


참질 못해

서로 자존심 건드리는 

썩은 말 튀쳐 나오고


남자 왈 

'여자가 또 잔소리 질 한다 하니'

여자 왈 

'뭐 이런 좁쌀 같은 남자가 있어'

 하고 받아치면


참다 못한 남자는 

분(忿)을 챙기지 못하고

입 열어 썩은 냄새 왈칵 토해 내고

누군들 질소냐 

여자 입 곧 바로 

독 화살 쏘아대니

되돌아 온 화살

남자 가슴에 된 서리로 

콱 박히네


'혀는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의 입은 열린 무덤 되고 말았으니

이 더러움 

이 부끄러움 

어찌할고 


`혀는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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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졸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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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오르는 고목이 될 망정 썩지 않겠다

덤으로 사는 삶이라 사람 가슴 울리는 글을 쓰려

이리 저리 詩 쫒다가 시인 쫒다가 시집 동네 돌다가

허공 치는 바람처럼 길 잃은 나그네 되었네 하다


야 어디 있느냐? 

외치다


만해네 고은이네 정지용 동네 이리 저리 헤메다 

그럼 나도 써 보자 하고 당차게 마음 가다듬어

배타고 남해  느림보 마을 청산도를 갔었지

짚신 신고 삿갓 쓰고 새끼 꼬는 어르신네들 보고 

뭔가 얻었구나 얼씨구 좋다 뿌듯하여 돌아오다


걸작품이라는 청계천도 한번 걷자하여 따라가다

거만한 고층 빌딩 그늘이 마주 내 시야를 막는데

담벼락 한 구석 담쟁이 혼[]에게 내 눈이 꽂혔서

천개의 잎들이 어깨동무하고 담을 넘고 있더군


알고 보니 도씨 동네 주인장이 주인이야

얼씨구 좋다 얼씨구 좋다 감탄사 연발 하며

이 벽에  비록 혼자일 망정 내 도 올려보자 

시인 되겠다 마음 정한 날

담벼락 한 구석 담쟁이 혼[魂]에게 내 눈이 꽂혔서
천개의 잎들이 어깨동무하고 담을 넘고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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