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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현실과 환상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
그가 선사하는 마법 같은 세계의 뒷이야기
교토의 천재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첫 에세이 도서를 만나게 되었다.
"읽다 졸리면 그냥 주무세요"라는 띠지의 문구부터 눈에 띄었던 에세이이면서도
방대한 페이지 수에 놀랐던 책이다. 전작들을 읽었던 터라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만의 고유한 색깔을 알게 되면서 아무 욕심 없이 읽어간 일상들과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던 에세이다.
외국 에세이라서 당연지사 일본 작가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과
자신이 자고 나란 지역 그리고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던 일들이
나열이 되어있지만 나로 하여금 독자이지만 주마등처럼 느끼게 하는 작가의 필력 또한 좋았다. 창작을 하기 위해서 작가만의 망상으로 시작으로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콘셉트를 잡아가는 집필의 동기도 알 수 있었다.
소설 작가의 에세이기에 가볍게 읽어가면서 14년 동안 다양한 매체에서 수록된
기고들을 눈으로 읽었지만 소설에서 보여 주었던 작가만의 색깔은 역시 유지하고 있었던 에세이다. 에세이로 분류되는 도서이지만 이 또한 챕터마다 정렬을
이루었기에 시간이 남아돌 때나 잠자기 전이나 무료해질 때 책장을 넘겨보기를...
짧은 분량이지만 특히 제6장 특별기고 편이 재미있었던 챕터인데,
14년 전 '일본판타지소설대상'을 수상하기 전후에 쓴 일기들이다.
소설 작가이지만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가의 일기였다.
이 만엽의 땅에 흐르는 신화적 시간까지 포함한 기나긴 역사에서 보자면,
우리네 인생이랑 '한 여름의 추억'과 같은 것일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속세의 마감은 꼭 지켜야 한다.-p256
모차르트는 작곡할 때 작품 전체가 단번에 머릿속에서 떠올라서 악보만
그리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일까? (중략)...
나는 모차르트가 아니라서 작품 전체가 아니라, 애매한 조각들만 머릿속에 떠오를
뿐이다. 마치 발굴된 토기를 복원하듯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내 소설의 세계를 확립해나가는 거다.-p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