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에세이] 웃음이 풀풀나는 산문집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 인생, 힘 빼고 가볍게
김서령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9월

: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보고 싶을때가 있다. 특히 나랑 비슷한데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보고 싶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은 너무 부담스럽고 공감되지도 않고 그래서 평범한 보통사람들 중 하나인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가 보고 싶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그런 평범한 보통 사람 김서령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저자의 전작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우일필>에서 평생 혼자 살겠다 이야기했지만

이번 신작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에서는 어느새 아기엄마가 되어 결혼전 연애이야기부터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현재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가 나이가 들고 결혼 안하겠다하지만 결혼을 해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애쓰지 않고

힘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재미있고 훈훈했다. 이 책에서 "최후의 여자"라는 제목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남자에게 최후의 여자란 딸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몇 줄 안되지만 괜시리 울컥하고 여운이 남았다.

"서령아, 딸이란 게 남자한텐...... 참 특별하다."

"어떻게 특별한데?"

그가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나한테 내 딸은 ...... 최후의 여자야."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아빠한테 어떤 딸이였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그동안 아빠가 잘못했던 일들,

알게모르게 서운하게 했을지모르는 일들이 생각나면서 아빠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최후의 여자"라는 말 괜시히 아프고 눈시울이 따가워지는 말이었다.

그런데 한참 생각하다보니 "그럼 손녀는"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울다가 웃어버렸다.

 이 책에서 담은 일상적인 작가의 이야기들은 "사랑따위야"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겐

사랑의 가치를 알게해주고 아무리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나를 반겨주는 내 주위의 사람들,

친구, 가족들의 사랑과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나게했다.

또한 30대 여성들의 솔직하고 소탈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30대가 되면 누군가는 결혼하고 애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독신으로 화려한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20대의 연애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나이이기도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엄마와의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웃긴 이야기도 많지만

도란도란 엄마와 함께하는 추억사이로 엄마에 대한 생각들이 이전과는 달라질때가 있다.

이 책에서 엄마의 시원한 미역된짱찌개를 이야기를 하고 난후 저자와 친구 사이의 대화가 등장하는데

이걸 읽으면서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넌 1년에 고향 집을 몇 번이나 가?"

"두번쯤? 설하고 추석"

내 대답에 곰곰히 생각하던 친구가 말을 잇는다.

"그럼...... 이제 서른 번 정도 남았겠구나."

"뭐가?"

"엄마를 만날일."

이 대화를 읽으면서 아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감정들이 한순간 멍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정말 저자와 엄마와의 웃긴 에피소드가 많다.

예를들어, 앞집 이사온 총각이 실직한게 안타까워 5살밖에 안된 손자의 과외선생으로 받아준다든지,

키가작은 엄마가 통돌이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빼낼때 튀김 젓가락으로 빼낸다든지등의 소소하고 웃긴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그 속에 웃기면서 묘한 여운이 담겨있었다. 따스하면서도 웃기고 아련하기도 했고 평범한 일상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였다. 나중에 이 작가의 전작들도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