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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5년 후 - 정상에 선 사람들이 밝히는 ‘5년 전략’의 비밀
하우석 지음 / 다온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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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점점 더 명료지는 부분이 있다. 삶의 문제가 터진 다음에 처방하는 것 보다 예방이 백 번 낫고 문제가 되는 단편적인 증상을 다루는 것 보다 근원적인 마음의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상담과 치료가 문제 중심, 처방 중심, 단편적인 증상 해결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이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찾은 길은 책을 통해서 사람들을 세워가는 작업이다.

 

생애설계는 예방적이고 발달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수 백명의 성인들에게 자신의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살아갈 날을 설계하도록 촉진해 보았다. 한결같이 자기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방향감각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나 자신 역시 잠시 직장을 잃었을 때 90세까지 살았다 가정하고 서전을 쓰면서 힘을 얻었고 작년에는 이를 또다시 12쪽 정도로 요약하여 이미지화 시킨 요약판 인생설계도를 만들어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 삶에 대해서 뚜렷한 윤곽과 방향감각, 확신과 희망을 다지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우석의 <내 인생 5년후>라는 책은 아무런 인생의 설계도 없이 막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설계도를 만들어보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훌륭한 작품이다. 우선 5년이라는 시간의 단위를 설정한 점이 눈에 띄는 데 일생을 설계해 보라고 하면 너무 큰 작업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에게 좋은 접근법이다. 90년은 어렵더라도 5년 정도는 설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왜 인생의 설계도를 가져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다양한 사람과 책을 인용하여 독자들을 설득한다.

 

다만 모든 자기 계발서가 그러하듯이 아무리 좋은 방법도 적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자기 삶의 5년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과 읽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만족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가 있을 것이다. 완벽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슬프게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설계도는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네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며 갈림길에 섰을 때 이것을 선택할 지 저것을 선택할 지 선택하는 데 소비하는 에너지를 줄여줄 것이다. 또 그 지점에 도달 했을 때 더 큰 목표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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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 - 승부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삼국지 리더십 2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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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책은 주로 한국인 저자나 서양인 저자, 그중에서도 미국인 저자의 책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이라는 책을 받아들고 자오위핑이라는 중국인 저자의 이름에 눈길이 먼저 갔다. 인력 자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이면서 기업관리 이론과 팀장 리더십에 정통한관릭학 박사라는 저자의 이력답게 중국 고전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시각의 참신함과 배경지식의 풍부함에 나는 매료를 당했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중국인에게 있어서 <제갈량>이라는 인물은 단순하지 않다. 먼저는 역사를 살다간 실제 인물로서 제갈량이 있다. 한편 나관중이 역사적 인물을 내세워 소설형식으로 쓴 삼국지 연의에 등장하는 제갈량이 있다. 저자는 이 두 인물을 모두 중요하게 취급한다. 실존 인물인 제갈량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만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기록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제갈량을 만날 수 없다. 따라서 소설 속의 제갈량이 중요한데 그는 중국인의 지혜, 즉 장구한 역사를 통해 체득한 중국인들의 처세술과 리더십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역사속의 제갈량이 소설속의 제갈량을 통해서 살아 움직이고 소설속의 제갈량은 역사속의 제갈량에 근본을 두고 있으니 둘 다를 이해할 때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교훈을 준다. 이것이 저자가 제갈량을 조명하는 기본적인 입장이자 저술의 관점인데 나에게 무척 참신하게 다가온 부분이다. 아하, 문학적인 상상력과 역사적인 사실은 이렇게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게로구나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국인들의 대인관계에 작용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중국인의 처세술에 비해서 카네기의 서양사람들을 위한 처세술은 지극히 순진무구하고 단순해 보이기조차 한다. 세계가 군웅들에 의해서 할거되고 역학관계가 복잡한 세계에서 자기 한 몸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수천 수만, 수백만의 군사와 백성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할 것인가! 이런 관계에서는 단 한 번의 오판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제갈공명이라는 역사적이자 문학적인 인물을 통해서 중국인들은 그런 상황에서 처세술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다시 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깨달음이 왔다.

 

우리는 종종 약간 허망한 자신만만함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물론 까닭없이 위축되어 주눅이 드는 것도 좋은 삶의 태도는 아니지만 근거 없이, 매우 부족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이웃나라를 무시하는 태도는 미성숙의 극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지면서 나 자신부터도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고 중국상품을 무시하는 습성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미국 다음으로 영향력이 커져버렸다. 머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덕분이 우리 나라는 앞으로 몇 십년 동안 먹고 살 것이라는 어느 경제전문가의 진단도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중국인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아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꼼꼼히 읽고 토론하는 가운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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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권 책을 써라 - 양병무의 행복한 글쓰기 특강
양병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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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힘이 세다. 내가 아무리 엄청난 지식과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생각이 전달되지 않으면 나 하나의 행복과 보람으로 끝이겠지만 기록하여 전달하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글쓰기의 진정한 위력이다.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이전을 선사시대, 이후를 역사시대로 구분짓는 것이다.

 

우리는 초중고 12년과 대학 교육을 받고도 자신의 책 한권 내는 사람이 드문실정이다. 입력이 있으면 출력이 있어야 당연한 이치인데 듣고 읽기를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고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표현활동이 적은 것은 뭔가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징검다리 삼아 나 자신의 책을 만들어보는 것에 도전해보자. 요즈음은 소량의 출판도 가능한 시대이니 돈걱정을 말고 우선 써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종종 우리 조상들의 삶이 어땠을 지 생각해보면서 도무지 기록을 남기지 않은 그분들께 섭섭한 마음이 든다. 아니면 기록을 남겼는데 후손들이 무지몽매해서 보관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지식만을 책으로 써야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 내 경험,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기록에 남기면 후손들이 보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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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자 생존의 법칙을 일깨우다
    from 책사랑님의 서재 2012-04-20 18:17 
    누군지는 모르지만 글쓰기를 강조하기 위하여 진화론에서 말하는 적자생존을 패러디해서 "적자(글쓰기)생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글로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대단히 일리가 있는 말인데 역사상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다 죽었지만 아주 탁월한 성인들 외에는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은 사람들만 기억되기 때문이다. 문자로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 역사를 구별할 때 기록이전을 선사시대, 기록이후를 역사대라 하겠는가. 사실 책 쓰기는 초등학생도 할
  2. 재미 있고 가슴을 뛰게하는 책
    from 책사랑님의 서재 2012-04-20 18:25 
    정진홍의 <사람공부> 첫 번째 권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함께 읽었던 10여명의 독서회원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자료를 가공하는 맛깔스러운 글솜씨, 갓 건져 올린 생선처럼 생생한 일화들에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1권과 같은 컨셉의 다른 사람들을 조명한 작품이다. 결국 모든 인문학의 주제는 사람공부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의 모델을 찾아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내용으로 삼기 위해서 찜해둔다.
 
 
 
<자기계발>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은퇴 후 8만 시간 - 은퇴 후 40년을 결정하는 행복의 조건
김병숙 지음 / 조선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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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8만 시간, 적지 않은 시간이다. 수명이 길어져서 사고나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90세를 사는 세상이니 3분지 1에 해당되는 기나긴 세월이다. 끝이 좋으면 모든 삶이 아름답고 끝이 나쁘면 젊은 시절에 아무리 잘 나갔다 하더라도 비참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노년기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저자의 책은 은퇴후 8만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고 보람있고 건강하게 보낼 것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조언을 준다. 언뜻 생각하면 노년기에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 책은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계획이란 미리 세우고 준비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막연하게 은퇴를 맞이하여 허둥대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재정적인 위기에 빠지는 사람,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노년기의 삶에 대한 비전이 달라서 아예 각자의 꿈을 찾아 따로 떨어져 지내는 부부도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년기의 삶을 구체적으로 설계해 보고 싶다. 결혼 전에는 장년기의 삶을 준비하느라, 막상 결혼하고는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은퇴후에는 이런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내 삶을 디자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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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야기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2
김태연 그림, 임민주 글 / 나한기획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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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주님과 김태연님의 "길 이야기"라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림책의 속성을 자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림책을 읽을 때 독자는 그림을 한 번 보고 글을 읽을 다음 다시 그림을 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음속에서 양자를 통합해 간다. 그런데 이 책을 일독 했을 때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처음에는 잘 알아차릴 수 없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그림책에서 대개 글을 그림을 어떻게 보아햐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그림은 글이 말하지 않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방금 보았던 그림의 의미에 대해서  "아하 이런뜻이군"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반대로 그림을 보면서 글에서 말하지 않는 내용을 알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차원이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 읽고 느껴졌던 불편함은 바로 이때문인 듯 하다.
 
먼저 문자로 된 서사를 읽어보자. 이 책의 주인공인 길은 문자서사에서 아직 문명화 되기 이전의 순박하고 거친 시골길이다. 그것도 큰 길이 아닌 오솔길이다.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진흙탕이 되어 질척거린다고 싫어하고 흙탕물이 튀긴다고 "이놈의 길 다시 만들들가 해야지!"라고 심한말을 한다. 거기다가 시골길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도시아저씨가 넘어지면서 "아이쿠, 무슨 길이 이해"라고 불평하는 대목에서 오솔길의 자존감을 깨지고만다. 누구든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면 자아상이 건강해질리 없다. 오솔길은 그 자체로서 봄이면 꽃으로, 여름이면 진한 녹음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겨울이면 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그곳을 걷는 사람들에게 낭만과 건강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솔길은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은 보지 못한채 "나도 깨끗하고 반듯한 길이 되고 싶어. 그러면 사람들이 날 좋아하겠지?"라는 소망을 품는다. 참 자신이 아닌 사람들의 지극히 편협한 기대에 부응하는 거짓자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하여 오솔길은 자신을 파헤쳐 두꺼운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거친 공사를 꾹 참아낸다. 이제 포장도로가 된 아스팔트길위로 자동차가 쌩쌩달린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좋은 데 그 다음에 비극이 시작된다.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사고가 나면서 사람이 죽고 피가 뿌려진다. 이제 예전처럼 더 이상 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저 죽을둥 살둥 모르고 달리는 사람들뿐이다.  길은 비로소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뼈져리게 느끼며 옛날의 오솔길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력한 소망을 품는다. 그리하여 기를 쓰고 아스파트를 갈라 숨을 내쉰다. 그것도 잠시 도로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깨진 틈에 아스팔트를 다시 들이붓는다. "제발 숨 막히고 무서운 이 옷 점 벗겨주세요."소리친다. 오직 아이들만이 그 소리를 듣고 어른들에게 전해 주지만 아이들의 소리는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오솔길은 지금도 울고 있다.
 
이제 그림을 읽어보자. 그림서사에 등장하는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룬 태극 모양으로 등장한다. 태극의 전체는 하나의 원이다. 즉 음과 양, 너와 나,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근원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공동체을 상징한다. 둥근 태극 안에는 빨강색 부분과 파랑색 부분이 서로를 감싸 안은 모습으로 어울어져있다. 둘이 분리 된 것이 아니라 하나이면서 둘로 나뉘어 만물이 생성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따라서 그림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음양이 조화와 균형과 질서를 이룬 하나의 아름다운 세계를 형상화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길이 아프면 길이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땅을 상징하는 파랑색 부분이 아파한다.
 
문자서사가 진행되면서 태극문양은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모습, 다양한 형상을 띤다. 결정적인 구조의 변화는 아스팔트가 깔렸을 때이다. 이전까지는 음과 양이 서로를 껴안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제 아스팔트 도로를 경계선으로 상하가 분명하게 구별된다. 너와 나, 주체와 객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 받는 사람, 자연과 인간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됨을 상징하는 듯하다. 음과 양, 자연과 사람,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약함과 강함이 조화를 이루던 세계는 더이상 없다. 그러자 오솔길은 병이나고 만다. 둘로 갈라진 길은 상상 속에서나마 예전의 조화를 이룬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두꺼운 아스팔트로 단절된 두 세계를 통합하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금을 내본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또다시 원상복귀되고 만다.
 
자 이렇게 글과 그림을 따로 읽어보니 문자 서사의 길과 그림서사의 길이 어떻게 같으면서도 다른지 이해할 수 있겠다. 문자서사는 미시적 길로서 소우주를 상징한다면 그림서사는 거시적이고 우주적인 길로서 대우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가 타인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아상으로 만들어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비극을 이야기한다면 후자는 자연을 한 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으로 대하는 인류 문명의 비극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문자서사의 길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가짜 자아상을 스스로 만들지만 그림서사에서는 오히려 땅을 파헤치는 인간들의 모습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길이 길답지 못하게 된 것은 내적인 동기때문인가 외적인 환경때문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 대목이 이 책을 단순하게 환경을 파괴하지 말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뚸이 넘는 부분이다.
 
이렇게하여 문자서사의 길과 그림서사의 길이 다른 차원의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겹으로 꼬여진 새끼줄처럼 말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타인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삶, 참 자기를 살아갈 때 자연이든지 타인이든지 그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나-너로서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 수 있을게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미시적으로 볼 때 곧 가장 자기답다는 것이요 거시적으로 볼때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삶,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이 되어주는 상생의 삶일 것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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