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난 사실 참으로 여성적(?)인 쪼마한(?), 갸날프기까지한 계집애였다. 글쪼가리 조금 쓴다고 그림도 쪼마 그리고, 밥은 참새마냥 찍어먹고, 하얗고, 가늘다 못해 엉키키만하는 갈색 머리칼에 눈동자까지 (한국인치고) 연한 갈색인.
골골거리며 잘 아파서 집에서 책만 읽으며 지냈고, 다섯살의 나이에 혼자 한글을 그러다 떼서 어른들을 놀래키고..아..아... 선비 스타일의 울 아빠와는 달리 호탕하고 술잘마시고 목소리도 우렁찼던 외삼촌들앞에서 눈하나도 깜짝안고, 음. 남자 냄새는 딱 세개야 - 머리기름냄새, 술냄새, 담배냄새. 라고 쫑알 거려서 어른들을 기겁하게만들었던 되바라진 아홉살바기였기도 했고 말이다...
지금도 어린 시절 날 봤던 사택 (울 아빠는 한전다니셨고, 한전직원들은 사택에 살았더랬다) 아줌마들은 지금도 딸 만셋인 울 엄마한테, 집에 둘째가 젤로 곱상하고, 여성스럽지? 하고 묻는단다....허헛.
내 그말을 듣고 절대, 저~ㄹ대 그 아줌씨들 앞에 내 실체를 안보여주리라...맹세를 했다. -___-;
그 말을 전하는 울 엄마 조차도....날 물꾸러미 보며 '내 암말도 안했다'고 하시더라. (엄마가 더 밉다.)
하지만...(불끈) 난 이제 개성으로 버틴다는 30대. (음홧핫)
스스로의 정체성에 늘 불안했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지나고,
남친에게 잘보이고 싶어 손등의 털까지 하나하나 다 뽑았던 초조하고 불안했던
그 시절도 다 지나고 ^^;
아....나는 정말 미인이 아니어도 행복하데라~~~~
박정희 대통령 앞에 뽑려 나가기까지한 한 미모하던 울 엄마와
아기 정윤희란 말을 듣던 한 미모했었고,ㅡ 여전히 한미모 하고 있는 동생을 두고도,
미모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두 여자 틈바구니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
아..지금 난 내가 더 행복하데라~~~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남자에게 잘보이는 것에서부터 한걸음 물러나게 되니 지금은
더 편하기만 하더라.
지금같은 누가 미모 / 직업+경제력 중에 하날 고르라고 하면 당근,
후자를 고르겠다. (돈벌어서 고침되지....ㅎㅎ)
얼굴만 믿고 공부안하고 전업주부로 과잉 부지런을 떨며 사는 동생이나
에너지가 넘쳐도 사회활동을 할 통로가 차단돼 늘 불만인 엄마 나
너무나도 착한 딸, 착한 여자가 되려는 장녀 콤플렉스에 전업주부로 사는 언니
를 다 두루 두루 둘러보아도...
내 삶을 그 누구랑도 바꾸고 싶지 않더라....
내돈 벌어 내 살고 부양가족 먹여 살릴 능력되는 내가 제일 속편하고 자유롭더라.
(아...막강한 돈의 힘....난 돈이 좋아..돈이 좋아 *^^* )
경제력이 주는 존엄성과
경제력이 주는 자유가...난 좋아~~~~~
남자한테 잘보일라고 안절부절 살기 애진작에 때려치고 공부하기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