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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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호주에서 살아본 것도 아니잖아. 여기서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거기 가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어.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 같은 생활수준을 누리면서 사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난 여기서도 2등 시민이야. 강남 출신이고 집도 잘 살고 남자인 너는 결코 이해 못해."

(61쪽)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151쪽)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 과 `현금흐름성 행복` 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184 - 185쪽)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 매는 거랑 똑같지 뭐.

(…)

정말 우스운 게 , 사실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려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대접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호주가 좋다 이거지. 사람대접을 받으니까.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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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 가장 소중한 건 바로 지금, 그리고 나
김신회 지음 / 미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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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 주머니만 쳐다보고 살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가진 콤플렉스는 나만의 개성일지도 모르니까.
나의 단점을 개성으로 인정하고 사는 것, 그 개성을 받아주는 어울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처세 아닐까. (70쪽, 콤플렉스라는 이름의 개성)

따지고 보면 아름다움이란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때
거울 속 나는 못생겨 보이고, 초라해 보이고, 그렇게 우울해 보일 수가 없다.
결국 내가 아름다워지고 싶은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 (72쪽)

남의 말에 좀처럼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 자신해도,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에게 듣는 칭찬 대신 충고가 늘고, 거울을 볼 때마다 빛이라고는 없는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은 사라진다. 그래, 이렇게 생기도 없는 내가 연애를 쉬는 건 당연한 거겠지. 뒤이어, 누군가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내뿜을 시기는 이미 지났을 거라는 자괴감이 엄습하며, 새로운 만남을 위한 노력에도 점점 나태해진다. (162쪽, 연애를 몇 년 쉬었습니까?)

평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인지에 따라 주변 환경의 효용도 달라지는 법이다. 운동을 평생 안 하던 사람이 바로 아래층에 피트니스센터가 있다고 운동광이 되지 않으며, 병원 가는 일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옆집에 병원이 있다고 해서 자주 가게 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부동산이 강력 추천하는 `주변 환경`에 혹해서 자신의 취향과 관련 없는 집에 매혹당하지 않기를.
(180쪽, 스마트폰 말고 스마트홈)

고민과 걱정에 앞서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은 행동이다. 고민과 걱정만 하다 보면 평생 방바닥에 앉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을 잡고 칡뿌리처럼 말라비틀어져 갈 것이기 때문에.
(189쪽, 불행의 3단계 `생각→고민→걱정`)

좋은 말은 좋은 에너지를 낳는다. 그게 만에 하나 식상한 말 혹은 빈말이라도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살찌우고, 서로를 한 번 더 웃게 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이제 더는 식상함의 힘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빈말이라도 웃는 얼굴로 건네는, 두꺼운 얼굴도 탑재해야겠다.
(207쪽, 빈말과 식상함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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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용 책
신해욱 지음 / 봄날의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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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은 예나 지금이나 십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격은 좁아진다. 그러나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듯,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식 더 친구에 가까워지지만 나란해질 수는 없다. 여전히 할머니 등 뒤에 엄마가 있고 엄마의 등 뒤에 내가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의지의 극한값은 무엇일까. (39쪽, 제논의 역설)

일 초 후의 시간에 대한 불안과 무능력 속에 곡예의 숭고함이 있다면, 시간이 장악되었다는 안도감 속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79쪽, 점프)

고유함을 가장 깊이 간직해야 할 사람의 이름 마저 규격에 맞추어야 하는 현실이 축하의 뒤끝으로 씁쓸하게 지나가는 밤이었다. (156쪽, 이름의 규격)

그림 속에는 한 명의 훈장님과 아홉 명의 아이들, 총 열 명이 있다. 바닷속에는 아직도 열한 명의 실종자가 있고, 그 중 다수가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이다. 앞으로 단원의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단원고의 어떤 교실과 세월호가 함께 떠오를 것만 같다. 기억은 예기치 않은 자리에서 호출된다.
(301쪽, 단원 김홍도, 201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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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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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실제가 아니라고 알렸던 일을 돌이켜본다. 과학이 간질간질한 느낌, 무모해지고 안전해지는 느낌을 주는 호르몬과 화학물질을 알려줄 수 있지만, 잭과 함께 있을 때면 왜 간질간질해지는지, 무모해지고 안전해지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이 실제가 아니라는 생각은 곧바로 무시했다. 특정한 두 사람이 왜 서로를 거부하지않고 자석처럼 이끌리게 되는지, 과학은 설명해주지 못한다. 사랑만이 설명해줄 수 있다. 그리고 동화나 솔메이트, 그 밖에 순전히 로맨틱한 개념을 믿어본 적이 없지만, 나는 잭을 믿었다. 잭과 나 사이에는 믿음이 있었다. (374쪽)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지금 내 옆 바닥에는 하얀 운동 양말이 열 켤레는 쌓여 있다. 치우기를 잊어서가 아니다. 너무 게을러서도 아니다. 그게 우리들만 이해하는 장난이기 때문에 거기 둔다. 내가 끊어낼 수 없는 데이지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

그리고 데이지가 어디에 있든, 웃고 있기를 바란다.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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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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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쯤은 무심코 던지는 말의 무게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정환경이 좋다, 가정환경이 나쁘다

(…)

가정환경이 좋다는 말의 의미는 그럭저럭 이해가 된다. 부자라거나 뼈대 있는 가문이라거나…그런 뜻이겠지 싶은데, 자 그럼, 반대로 나쁘다는 건 대체 뭐지?

가정환경이 나쁘다. 부자가 아니고 뼈대 없는 가문의 사람이란 뜻인가? 우리집은 좁은 주택단지인데다 욕실도 없었다. 나는 나쁜 가정의 아이일까?

(…)

하지만 어른에게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른이 이 말을 쓸 때 뿜어내는 숨막히는 공기가 왠지 싫었으니까. 엄마한테도 물어볼 수 없었다. 혹시 우리집이 가정환경이 나쁜 집이면 대답하기 곤란해할 것 같아서였다. (58~9쪽)

삼십대든 사십대든 모조리 뭉뚱그려서 `아줌마였던 젊은 날이 저 멀리 떠나버렸음을 절절히 실감했던 과일 디저트 전문점에서의 미팅. 찬찬히 살펴보니 바로 코앞에서 핫케이크에 포크를 찔러넣는 그녀들의 손끝은 무척이나 싱그럽고 윤기 넘쳤다! 버석버석 메마른 내 손을 바라보다 문득 나이는 끄트머리에서부터 드러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99쪽)

언제부터일까?

"저 사람은 쓸모없어."

인간을 이렇게 기계 취급하듯 말하게 된 게…. 나도 화가 날 때는 무심코 이 말을 끄집어내서 혼잣말처럼 투덜거린다.
전에는 `눈치 없는 사람`이나 `일이 서툰 사람` `요령 없는 사람` 정도로 끝났던 감정인대, 그것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둔갑하는 순간, 거기에는 싸늘한 어둠이 깃든다.
설령 홧김에 내뱉었을 분이라 하더라도 이런 말을 계속 쓰다보면 어느새 자기의 사고방식으로 침전되어버리지 않을까. 나는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쓸모 있다.
쓸모없다.

이런 말을 계속 쓰다보면 결국에는 스슬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된 기분이 들 것 같으니 안 쓰는 게 신상에 이롭지 않을까 한다. (1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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