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용 책
신해욱 지음 / 봄날의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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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은 예나 지금이나 십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격은 좁아진다. 그러나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듯,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식 더 친구에 가까워지지만 나란해질 수는 없다. 여전히 할머니 등 뒤에 엄마가 있고 엄마의 등 뒤에 내가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의지의 극한값은 무엇일까. (39쪽, 제논의 역설)

일 초 후의 시간에 대한 불안과 무능력 속에 곡예의 숭고함이 있다면, 시간이 장악되었다는 안도감 속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79쪽, 점프)

고유함을 가장 깊이 간직해야 할 사람의 이름 마저 규격에 맞추어야 하는 현실이 축하의 뒤끝으로 씁쓸하게 지나가는 밤이었다. (156쪽, 이름의 규격)

그림 속에는 한 명의 훈장님과 아홉 명의 아이들, 총 열 명이 있다. 바닷속에는 아직도 열한 명의 실종자가 있고, 그 중 다수가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이다. 앞으로 단원의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단원고의 어떤 교실과 세월호가 함께 떠오를 것만 같다. 기억은 예기치 않은 자리에서 호출된다.
(301쪽, 단원 김홍도, 201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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