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스스로도 좀 웃겼던 것은 나는 어쩌면 이토록 다수의 선택과 일치되는 적이 한 번도 없는가 하는 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을 환영하는 데에는 그들의 선택이 나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 책이 있었던가?' 내심 당혹스러웠었지만 어느 새 '다른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겠어?'라는 고마움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받으면서도 나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런 책들이 있었던가?' 다만 두 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보다는 많이 낮았다. 그중 이 책 [독신의 오후]의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부제에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가 있어 '과연 나하고 맞을까' 싶은 의구심 반 '이참에 같이 사는 남자를 이해해보자'는 기대감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우에노 지즈코라는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쯤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조한혜정과 주고받은 서신을 모은 책 [경계에서 말한다]를 쓴 사람이었다. 기대할 만 하지 않은가! 더구나 [독신의 오후]라는 제목도 왠지 쿨해 보이고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50대를 안넘어서 그런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내가 혼자 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등등 공감이 되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제목에서 주는 뭔가 시니컬하고 쿨한 느낌의 글이 아닌 데이타로 점철된 글들이 다른 노후대책 관련 자료들과 차별화되지 않아 인상적이지 못했다. 제목이 쿨한 데에 비해 내용은 너무 맹맹한 게 아닌가 싶다. 보통 남자의 나이듦에 있어 자립의 세 단계라던가 ADL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수십개씩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뉴스들을 모은 것처럼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저자만의 신선한 시각이 아쉬웠다. 정녕 [경계에서 말한다]는 조한혜정 여사의 힘이었단 말인가! 아니었기를. 처음엔 이 책과 함께 선별된 책이 피파 관련 책이라 이 책에 더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이 책을 덮자마자 자연히 그 책을 향한 나의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너마저는 안돼! 내 취향이 있어야해! 너 안에 나 있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