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a-Jumi Kang: Brahms, Violin Sonata No. 3 in D minor, Op. 108

<아무튼, 피아노>를 읽으면 왜 이 동영상을 올렸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강주미씨는 클라라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얼굴도 우아하고 품위있게 생겼다. 바이올린을 하는 얼굴과는 안 어울린다는 내 선입견은 차치하고서라도.


2월부터 책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light duty로 전환되고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패턴은 그전에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집어 들었는데 5월에는 4권을 한꺼번에 읽고 있다는! 물론 light duty가 끝나면 책 읽기도 좀 사그라들기는 하겠지만, 열심히 읽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책을 읽으면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진다. 더 많아진다고 한 이유는 원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인데 책을 읽으면 더더더 할 말이 많아진다는 사실. 조,,,좋은 건가??

모처럼 일요일 휴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나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집어 들었다.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도 부스스 읽어나면서 뭐 읽냐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책장을 넘기면서 우선 작가에 대해서 작가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와, 참고로 아내 몰래 가방 사이트를 뒤지면서 가방을 사는 취미가 있는 작가가 64개의 가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너도 나 몰래 사이트 뒤져서 사는 거 있지? (몰래라고도 할 수 없다. 나는 어떤 것을 사는지 아니까. 자기 것도 아닌 내 것을 산다는 것도.^^;) 나는 그런 사이트가 아주 많다는 것이 문제고, 사는 것도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지만. 아무튼, 그러면서 작가가 철학자들 14명을 구글링을 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순서대로 14명을 선택했다고 하니까 남편이, "과학적인 방법이 아닌데?"그런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얘기를 해주면서 첫 번째 나오는 철학자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야."라고 했더니, "나도 지금 Meditations 읽고 있는데!"라며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이 책 전반부에 대한 간략한 얘기를 해주니까 갑자기 남편이 하는 말이, "너 파드캐스트 해봐.", 뭐? 뭐라고?^^;; 지금 자기에게 해준 것처럼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너 목소리도 예쁘잖아." "우웩!"ㅎㅎㅎㅎㅎ 아무리 학교가 끝났다고, 요즘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일까! 어쩄든, 남편의 으샤으샤는 언제나 즐겁긴 하다.

그나저나 이 책 엄청 재밌다. 철학과 실생활을 조화롭게 연결해서 유머스럽게 비틀은 후에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글솜씨가 이 책을 우선으로 집어들게 한다.


그리고 김겨울의 <아무튼, 피아노>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튼, 피아노>가 나왔을 때 <아무튼, 노래>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기억이 난다. 두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보니까 <아무튼, 노래>는 전자책이 나왔는데 <아무튼, 피아노>는 전자책이 안 나와서 계속 기다렸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왔고 샀고 오늘 읽었는데 전자책이 아주 맘에 들게 나와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역시 종이책, 전자책을 종횡무진 읽고 소개하는 겨울서점의 주인장이라 그런가 전자책도 잘 만들어 나왔구나 싶었다. 

<아무튼, 피아노>를 집어 드는 사람들은 어쩌면 몇 종류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중에 김겨울과 비슷한 피아노에 애증이 있는 부류이다. 나도 어려서 피아노를 좀 배웠고,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중등 동창을 만나 좀 배울 뻔하다가 미국에 왔고,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기본 피아노를 수강한 적이 있고, 바빠서 피아노는 못치고 있지만, 늘 마음속에 죽기 전에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치고 말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김겨울의 눈꼽도 못따라갈 만큼 노력을 한 적은 없지만, 아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치고 싶은 곡을 칠 수 있도록 피아노를 시켰고 시키고 있다. 더 많지만, 여기까지. 그런 내가 왜 어려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을까? 더구나 피아노를 치겠다고 할 때마다 내 손가락을 본 사람들은 피아노를 쳐야 하는 손가락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머리가 나쁘니까 악보를 잘 못 보고, 그러니까 선생님께 매일 맞아서... 다정한 선생님을 만났으면 어쩌면 피아니스트가 됐을까?? 아하하하 그럴리가.ㅋㅋㅋ 한국일보 콩클에서 상을 받았던 여동생도 피아노와 멀고도 먼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내가 그랬을 리는 절대 없다. 더구나 여동생은 나보다 더 피아니스트가 될 가능성이 완벽한 손가락에 힘도 좋은데.. 암튼, 나도 김겨울처럼 피아노 잘 칠 가능성이 다분한 손가락이라는 소리를 떠올리며 내 손을 쳐다본다. 그러다가 이 사진을 발견한다.


딸아이가 2월 여기 방문했을 때 함께 밑탑에서 갔을 때 찍어준 사진인데 나는 어쩌면 저렇게 다소곳하게 하고서 사진을 찍혔을까? 뭐가 좋아서 웃고 있을까? 아니다,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웃고 있었다. 갑자기 사진 찍어준다고 해서.ㅎㅎㅎ 암튼 그 사진을 보다가 끝이 뭉툭한 피아노 잘 치게 생긴 손가락이 보여서 이 사진이 좋다. 내가 사랑하는 내 손, 내 손가락들.


그리고 곽아람의 <공부의 위로>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튼, 피아노>를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글을 쓰는 톤이 달라져서 그런가 잘 안 읽혔다. 아무래도 나는 곽아람보다 김겨울식 글쓰기가 더 잘 스며드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둘 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인데 느낌이 좀 다르다. 그래도 좀 참고 읽으니 이 책도 좋다. 약간 별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책에서 그녀가 고등학교에 불어를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불어와 독어를 제2 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었고, 독어를 선택했다. 그때는 불어를 선택하는 것은 거의 공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불어를 선택하든 독어를 선택하든 사용하지 않는 것을 물론, 기억도 하지 못할 건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했는지 우습기는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독어보다 불어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불어라는 언어가 아니라 불어와 관련된 주변 이야기. 우리 딸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2년이 안 되게 다녔었는데 그때 불어과를 갔다. 그리고 러시아로 갔을 때 같은 팀에게 불어를 러시아어로 통역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딸아이가 고딩때 배운 실력으로 (DELF B2) 통역을 했는데 그때 지금의 남편이 된 사위가 딸에게 반했다고 함. 그러고 결혼 후 시부모님과 프랑스로 여행을 갔다 왔을 때, 나는 은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너가 시부모님께 통역해 드렸니?"그러니까 딸아이가 심드렁하게 "아니, 우리 시아버지 나보다 불어 더 잘해." 아 놔~. ㅎㅎㅎㅎ 자기보다 불어 더 잘하는 시아버지 앞에서 주름잡을 수 없었겠다.ㅋㅋㅋ 

어쨌든 나는 요즘 하루에 아주 조금씩 파스칼 브르크너의 책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를 영어, 불어, 그리고 한국어로 필사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불어는 알파벳도 모르니까, 내가 잘 베끼고 있는 것인지를 떠나서 어떻게 읽는지가 궁금해서 알파벳을 찾아서 듣다가 기가 죽었다. 아니 도대체 알파벳처럼 생긴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ㅠㅠ 알파벳으로 된 것이라고는 영어와 스페인어밖에 읽을 수 있는 것이 없는 나는 좀 좌절했다. 과연 나는 이 책의 한 챕터라도 필사를 마칠 수 있을까?? (알라딘에 불어책은 검색이 안 된다.)







그리고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하여>를 읽고 있는데, 아 놔~~~!! 

왜 이렇게 또 좋은 거야!!! 이건 강의 내용을 글로 옮긴 책인데,,, 이 강의 들었던 사람들의 수준이 이분의 강의를 이해할 수 있었겠지?라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이 책을 읽으면서 '실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머리가 좋다는 것은 진정..."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호흡이 얼마나 가빠지고 있는지 느껴지면서 헤롱거린다. 결코 길게 읽을 수 없다. 그래서 한 챕터씩 읽기 시작한 시작도 사실은 이분의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저 표지를 자세히 보니까 옆모습은 어쩐지 여자 아인슈타인 같은 느낌이 든다. 하하~.


아무튼, 이분도 불어를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여전히, 아직도 나는 불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하지만, (이 '하지만'은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에 1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왜? 사람은 변하고, 또 변덕도 심하고 (나는 더욱), 에 그리고 어쩌면 내가 불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이 책은 이제 겨우 몇 챕터 안 남아서 아쉽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녀의 질문을 참석한 사람들은 어찌 견뎠을까? 싶은 애처로움이 글을 읽을수록 더 커지는 참 재밌는 독서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녀는 우리가 다 자기처럼 천재인 줄 아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궁금하다. 아니, 그런데 질문은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 놔~~~ 애트우드 여사여~~~~ 것도 쏟아지는 질문!!!!!!


그리고 별거 아닌 자랑질.

내가 남편이 차려준 저녁을 먹고 사무실에 왔을 때는 일요일이었는데 책 4권을 읽고 났더니 월요일이 되었다. 그것도 벌써 새벽 4시가 넘었다. 

시어머니가 만드신 음식을 남편이 이렇게 담아서 줬다. 호박과 베이즐은 집에서 기른 것이란다. 우리 집 정원엔 베이즐, 호박, 오이, 깻잎, 토마토 등등이 자란다. 이 음식을 보면서 섬세하고 자상한 남편이랑 결혼해서 좋다는 생각을 또 했다. (너무 자랑을 많이 하니,,,쿨럭) 투명한 그릇에 담겨 있는 것 말고는 다 데워먹어야 하는 것이라서 저렇게 차게 먹는 음식을 담아서 차려주는 그 마음이 너무 이쁘다, 내 남편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쓰다 보니 정말 착하고 착하고 착한 남편의 눈이 또렷이 떠오르네.


지난 번에 알라딘에 들어와서 21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때 달러가 $1274원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더 올랐을 줄 알고 달러 확인을 하니까 내려갔네. $1264.50원. 하아~. 

독서가 잘 되는 요즘이라 책을 마구 지르고 있다. 아직도 5월인데 4번의 구매를 했고 산 책도 20권이 넘는데 또 장바구니에 그만큼 들어있다. 그래도 이번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거의 대부분이 만화이긴 하다.^^;;


<스파이 패밀리> 재밌다고 엔군도 그랬다. 그리고 오랜만의 요네스 뵈의 책도 담았다. 한때 그렇게 열심히 읽었던 뵈의 책을 이제 다시 관심이 가다니, 좀 아이러니 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람이 변하는 거지 싶기도 하지만, 또 돌아오는 거군 싶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방금 다시 확인하니 $1270원이다. 급할 것도 없으니까 더 오르길 기다리자. 아~~ 달라 오르는 거 기다려서 책 산다고 생각하니 좀 많이 어이없긴 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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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5-24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뵈는 예약떠서 구경만 했는데 이미 사셨다니.빠름 빠름 ;

라로 2022-05-31 21:44   좋아요 2 | URL
샀다고 안 했으유. ㅎㅎㅎㅎㅎ 장바구니에 있다고 합니다. 달러 오르기 기달려요. ㅠㅠ 네스뵈 것은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라서 욕심나요.

singri 2022-05-24 01:50   좋아요 2 | URL
라켈이 죽었다니 읽어야될꺼같고 그렇습니다ㅎㅎ해리만큼 라켈도 좋아했는데.

곽아람책도 읽고싶고(우리도서관엔 벌써 대출중) 페이퍼백을 좋아하는 저로선 아무튼 시리즈 장정이 조그맣고 가벼워서 좋아요. 그득그득한 라로님 목록을 보니 피아노도 욕심이 나지만 이미 쌓인책이 한가득이라 침만 흘리고 갑니다ㅎ
달러는 왔다갔다 거리다 또 오르겠죠. ;;1300원이 곧이라고들

psyche 2022-05-28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글에는 사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미 내리셨군요. 제가 너무 늦게 ㅜㅜ

라로 2022-05-30 19:44   좋아요 2 | URL
너무 늦게 오셨어요!!ㅎㅎㅎㅎㅎㅎ
자주 뵈어요,,, 만나기도 힘든데...여기서라도...

mini74 2022-06-10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이패밀리 ㅎㅎㅎ 다 큰것 같은 우리 애도 혼자 키득키득합니다
나가서 연애를 좀 하라고 !!! 외치고 싶지만 ㅠㅠ 라로님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2-06-10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라로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소크라테스도 두렵지 않습니다 ~!!

그레이스 2022-06-10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singri 2022-06-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