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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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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속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개인 생활에서도 전략은 강조된다. 하지만 모든 전략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현실' 때문이다. 합리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도 정말 사소한 현실에 의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 현실을 들여다보라고 권유한다. 현실을 보기 위해 크게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첫번째 파트인 큰 그림에서부터 네번째 파트인 당신의 머릿속까지 거시적 현실에서 미시적 현실로 좁혀들어가며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조망해 본다.
본문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질문은 바로 '당신은 누구인가?'이다. 일반적인 경영전략 도서에서 느낄 수 없는 충격이 첫번째 내용에서 전달되었다. 이 질문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 전역에 지점을 둔 대형 약국의 사례와 시스코와 플립의 M&A 사례를 들고 있다. 첫번째 약국의 사례의 경우'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그 지역에 꼭 맞는, 믿을 만한 건강 관련 전문 지식을 공급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지식은 여러분의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엄선된 제품과 약사의 조언이라는 형태로 제공됩니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약국은 그동안 약과 함께 비의약품을 팔면서 고객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게 되었을 때 건강과 무관한 제품을 취급함으로써 정체성을 어지럽히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반면 시스코와 플립은 코끼리와 말의 이종교배와 같이 달라고 너무 다른 회사의 결합을 통해 실패를 맛본 케이스이다. 이 실패사례 역시 '당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전략만을 고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시장을 보는 조직의 시야가 제한되는 것(p.78)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조직에서 이 불확실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을 일탈이 아닌 비즈니스의 본질적 요소로 받아들이는 태도(p.84)가 중요하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나 이벤트를 전략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결과로 많은 비용이 낭비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예로 인맥구축을 생각할 수 있다. 회사원의 입장에서 인맥구축은 기업에서 행하는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다. 판매라는 목적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한두 번의 점심 값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살 수 있는 계산적인 만남이다. 그러나 인맥구축의 또 하나의 방법은 상대방에게 뭘 바라서가 아니라 관심이 있어서 갖게 되는 만남이 있다. 이 두번째 방법은 만남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전망은 없지만 진실한 만남이 가능하다. 저자도 이 두번째 관계를 지지하고 있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회사에서 계약관계에 의해 가졌던 개인적인 만남과 네트워크가 퇴사 이후에 어떻게 끊어졌는지 직접 피부로 경험한 바 있다.
비즈니스의 핵심이 정말 인간관계에 있다면 우리는 이미 잘 아는 사실, 즉 인맥구축 규칙에서 자유로워져야 인간관계도 더욱 좋아진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중략)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단지 비즈니스를 위해 인맥을 쌓는 것은 당신 개인의 진실성을 희생하고 타협하는 일이다. - pp.103~104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성공적인 삶을 위한 제안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MS와 애플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더 비싼 값에 팔아야 성공할 수 있다(p.112)고 조언한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MS나 애플도 그렇게 성공했고, 저자가 몸담고 있는 컨설팅 업계도 많은 컨설턴트들이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가치있게 보이기 위해 포장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거드 보너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수많은 경쟁자로 붐비는 시장에서 나만의 독자성의 될 수 있다는 조언(p.114)도 인상깊다. 누군가를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내세움으로써 성공한 사례들을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다.
전략을 세우는 방법에 제품에 중점을 두는 X축과 함께 그 제품이 사용될 환경을 Y축으로 했을 경우 우리는 흔히 X축에서의 움직임으로 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의 가정을 무시하고 Y축을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p.126).
이러한 조직의 자기정체성 인식은 개인의 자기인식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자기인식이 결여된 채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이 개인적인 결함으로 회사에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p.222)는 것이다. 명함에 써있는 직급이 CEO라면 그것은 개관적인 모습을 나타낼 뿐이다. 저자는 바로 이 객관적인 모습은 주관적인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자기 내면의 자기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이 높은 비즈니스 성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은 읽는 내내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감동을 전달받았다. 우리는 그동안 조직의 내외부 환경을 분석하여 우리 회사의 전략을 파악하는데 급급했다. 최적의 전략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때그때 발생하는 돌발상황들로 인해 전략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전략실행에 영향을 주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분석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는 작업이 조직과 개인 등 다양한 차원에서 강조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동안 전략 기획과 실행이 관심이 많았던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http://techleader.net/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