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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혼자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절실히도 필요하다.
전부터도 그랬던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필요하다고 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그러지를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글을 조금씩 남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글을 쓸 의욕조차 사라져버린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내 마음을 다 아는 듯이 말했다.
아니 내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잘 정리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목부터 끌렸을지도 모른다. 고요한 세계에 머무르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아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내가 뱉어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남겨진 흔적, 이 글을 보니 문득 코로나로 인해 잃은 것들과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고 스쳐온 세월이 떠올랐다.
내가 지나쳐왔던 그 곳들이 변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골목 그 어디쯤에는 내가 남겨둔 흔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코끝이 시리기도 했다.
사실 2020년부터 이런저런 일로 혼자 많이 힘들어지고 고민도 많아져서 지칠대로 지쳐있었는데 자주 가던 가게, 동네에 있던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도 힘들었는데 추억이 남아있는 곳들도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걸 볼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흔적들은 남아서 나만을 오롯이 기다려주지도 않았고 그냥 새로운 것으로 옛 흔적을 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득 이 부분이 왜 이리도 슬프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글을 읽다가 내 마음을 저자가 다 읽어버린 것 같은 글을 발견했다.
한 계절 쯤은 주인공이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이라는 문장이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여름을 보내기 아쉽다고 남겨진 나의 SNS 글이 생각이 났다.
나는 가을은 나의 게절이라고 강조하고 살아왔었다.
생일도 가을쯤이고 가을이라는 계절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래서 더 내가 주인공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을이면 조금은 생기가 돌고 힘이 나고는 했는데 이번 가을은 무섭고 두렵기만 했었다.
그러지말고 조금은 더 힘내고 웃으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래보고 싶다.
책의 막바지에 히든페이지가 있었다.
저자가 직접 쓴 글들이었다. 일기장의 글들이었는데 직접 쓴 글들에 직접 쓴 글씨였다.
못알아 볼 것 같았지만 그 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두기. 라고 무심하게 적어놓은 글을 열 번이고 넘게 되새기며 읽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고 나에겐 방법도 없으면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내 자신이 싫어지는 요즘이었는데 저자의 일기장 글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냥 두기, 나에게 정말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아주 조금씩은 노력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무엇이건 그냥 두기, 나를 괴롭히는 것들마저도 그냥 둬보기로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뭔가 눈물을 한 번 다 쏟아낸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조금은 힘이 빠지거나 우울해질 것 같을 땐 문득 이 책에 손이 갈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다독여 줄 것 같아서 말이다.
안그래도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고 두려워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나인데 문득 다시 내 마음을 글로써 표현을 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라도 기록하다보면 나도 내 마음을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나중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써볼 수 있진 않을까 싶다.
마침 나에게 필요한 시기에 딱 맞는 글이 나에게 온 것 같았다.
문득 다가온 저자의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