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태그 제시어가 '올해의 책'이라고 하니 다소 애매한 느낌이 든다. 그냥 '올해에 출판됐으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된 책이 뭐라고 생각 하느냐?'를 쓰는 것인지 아니면 각 개인이 올해읽은 책중 가장 좋은 책을 쓰라는 것인지 모호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냥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 좋은 것으로 한정해서 정리를 해 볼까 한다. 누구처럼 책을 아주 많이 빨리 읽는 편은 아니니 얼마 되진 않을 것 같다.

한때는 알라딘 회원이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탈퇴하고, 지금은 문학동네 영업 일을 하신다는 정민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기행문을 읽을 기회가 없었던 나로선 저자가 직접 친필로 읽어 달라고 수줍게 쓴 글씨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보내줬는데 안 읽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아는 사람이 이런 책을 냈다니 좀 특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책은 무난하게 읽힐 여행서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난 이 책 때문에 산타아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가 볼 엄두가 나지않는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래서 내맘대로 좋은 책이 되어버렸는지도...

지금은 하루키의 책은 단 한권도 읽지 않게되었지만, 나도 한때는 하루키가 좋아서 나름 꽤 읽었다. 난 특히 그의 단편을 좋아했었다. 일본 작가지만 일본 작가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좋아했더랬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모처럼 하루키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었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좋았다.

사실 사람은 '비참한 현실'이란 말에 외면하길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제일 첫번째 이유는 혐오감이고, 그 다음으론 이렇게 만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일 것이며, 나는 그 불특정 다수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것과, 이렇게 한들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하는 자기 합리화 내지는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리 등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지구에 존재하고 있는한 결코 옳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을 그런 것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저자가 굉장히 쉽게 썼다는 점이 오히려 패부를 찌른다고나 할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알라딘에서 나에게 두번째로 '이주의 마이리뷰'의 영예를 안겨줬던 책이다. 김지운 감독의 진솔하고도 걸출한 입담이 흥미를 더한다. 뒤에 부록으로 이 시대 최고의 인터뷰 전문 작가인 지승호님과의 인터뷰가 책의 가치를 더한다. 지승호님 아니면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을 책을 나는 그분의 친필 사인과 함께 선물로 받아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상금으로 지승호님께 개평을 떼어 드렸다. 좋아 하셨다.

   

이 책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없지 않은 것 같고  저자의 문체를 꽤나 힘들어 하지만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에겐 존경하고 싶은 작가 중의 한 분이다. 물론 그의 문학 사상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문학하는 태도는 본 받고 싶다. 한없이 진지하고, 가라 앉아 있으며, 뼈를 가는 듯한 느낌으로 글을 쓰는 작가다. 

 

오래 전에 사 놓고 못 읽고 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루쉰! 그에 대해 말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조용히 책을 펼쳐 읽으면 그의 뜨거움이 전이가 되어 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간증을 빌미삼아 자기자랑하는 그렇고 그런 간증서는 아닐까? 하는. 하지만 올해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건 큰 기쁨이었고 자유함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이 갖는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옭죄고 자유하지 못했는가? 나 자신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가를 가르쳐 준 소중한 책이다. 그런데<더 내려놓음>이란 책이 최근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얼른 사 봐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봐서 난 아직도 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길 주저하는가 보다.

살면 살수록 사는 것이 힘들고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또 앞으로 살면 살수록 더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럴 때마나 이 책과 같이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책을 가까이 하라. 원래 삶은 좌절의 편에 서기 보다 희망의 편에 서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오래 전에 이 책을 선물 받고 게을러서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관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속죄하는 맘으로 읽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 됐으려나? 그런데 이 책 정말 재밌고 따뜻하다. 얼마나 좋았으면 이 책 읽고, 나도 내 어렸을 때 살았던 집과 동네에 대해서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쓰게되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쓰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록이란 중요하다. 요즘 같이 건물 부수기도 새로 세우기도 쉬울까? 나의 생가와 어렸을 때 집이 지금까지도 보존됐었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기억을 더듬어 기록이라도 해 두는 수 밖에. 언젠간 쓰고 말거야!!

소설을 좋아하고, 소설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정말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특히 묘사나 문체가 가히 일품이어서 애정이 간다. 나중에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신윤복을 그렇게 그려놓다니! 같은 여자지만 그의 카리스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떨까?

 

어느 친절한 나의 서재 지인이 이 책을 보내주시는 바람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박완서 선생의 책을 다시 읽는 호사를 누렸다. 그의 입담은 중년의 때나 노년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노련해지고 깊어졌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즐거웠고 따뜻했다.

 

 

그밖에 레몽 장의 <카페 여주인>을 추가로 언급한다. 이 책은 현재 알라딘에서는 검색은 되지만 이미지는 없다. 이 책은 이국적이고, 에로틱하며, 짖궂고, 프랑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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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2-1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3권만 있어요. 로쟈님의 리스트에도 3권이었거든요, 스텔라님^^

stella.K 2007-12-10 16: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혜경님이 책은 저 보다 많이 읽으시잖아요. 혜경님도 알려 주셔요. 올해에 좋은 책이 뭔지.^^

진달래 2007-12-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3권 공유... 하지만 맘은 같아요. ^^;;
나머지 책들은 올해의 책으로 꼽아주시니 모두 장바구니로~!
근데 모두 언제 읽을지... 깜깜합니다.

아, <카페 여주인>, 넘 느낌 좋네요.
저도 좋아할 거 같은 느낌이... ^^

stella.K 2007-12-10 16:48   좋아요 0 | URL
참고만 하는 거죠 뭐. <카페 여주인> 진달래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한번 읽어 보세요.^^

조선인 2007-12-1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권이네요. 히히.

stella.K 2007-12-11 10:21   좋아요 0 | URL
오, 많은 건데요? 아무래도 조선인님과 제가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니르바나 2007-12-1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다양하게도 읽으셨네요. 스텔라님
추천 들어갑니다.^^

stella.K 2007-12-11 10:22   좋아요 0 | URL
에고, 많이 읽기는요...ㅜ.ㅜ 추천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7-12-1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6권 겹쳐요. 이지누의 집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

stella.K 2007-12-11 10:22   좋아요 0 | URL
오, 6권이나요? 마노아님 많이 읽으셧네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