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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259
고형욱 지음 / 살림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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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그저 비싼 술이라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와인을 마시려면 다른 술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저렴한 가격으로도 얼마든지 와인을 구입할 수 있고, 어디에서든 와인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집에 맥주가 아닌 와인을 항상 사놓을 정도로 와인이 부담이 없는 술이 되었다. 하지만 소주나 맥주와 달리 와인은 알기가 참 어려운 술이었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 도무지 알기 힘든 그런 술이었다. 그저 와인이 다른 술에 비해 분위기도 있고 맛도 좋기 때문에 와인을 좋아할 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와인은 이성과도 같았다.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상대방을 온전히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저 같이 있으면 좋으니까 자꾸 연락하고 만나는 그런 사이.

 

그래도 언젠가는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와인을 좋아하면서 와인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도 와인에 대해 예의가 아닌 것도 같고, 정말로 와인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의 역사는 너무나 길었고, 와인의 문화는 너무나 방대했다. <와인의 문화사>라는 제목으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와인이 폭넓고 깊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와인에 대해 안다는 것은 지리와 역사, 문화, 종교 등 많은 걸 안다는 것이라는 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와인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많은 것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와인, 참 어려운 술이다.

 

 

그리스는 전 국토의 80% 정도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토지는 비옥하지 않았지만 햇살은 따사로웠고, 대기는 투명했다. 시인들은 대지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여름에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겨울에는 이따금씩 큰 비가 내리거나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물은 귀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강은 드물었으며 메마른 탓에 강과 샘물은 신성하게 여겼다. 그리스에서 세 가지 필수 식품이라 할 수 있는 탓에 밀보다는 보리 경작에 더 적합했고, 언덕에서는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가 잘 자랐다. 사람들은 이를 신성하게 생각했다. 데메테르 여신은 인간들에게 빵을, 디오니소스는 와인을, 아테나 여신은 올리브나무를 선사함으로써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었다. 지중해 세계에서 이 세 가지 식품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는 부연하지 않더라도 충분할 것이다.

- <와인의 문화사> p18 중에서  

와인은 피를 상징했고, 여자가 다른 피를 마시는 것은 다른 남자와 간통을 저지르는 것을 상징했다. 또한 와인이 낙태를 시킨다고 믿기도 했다. 여성에게 와인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은 집에 돌아오면 부인이나 딸이 와인을 마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 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여기서 오늘날의 키스라는 관습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 <와인의 문화사> p35 중에서  

다른 이야기들은 그래도 자세히만 모를 뿐 어느 정도 알 듯 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여자가 와인을 마셨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입 냄새를 맡아보려 한 것이 지금의 키스가 되었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과연 정말일까 싶어 책을 읽다 찾아보기 까지 했는데, 그것은 정말이었다. 키스는 본래 지금처럼 사랑을 확인하고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의심을 품고 검사하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사냥 갔던 남자가 집에 있던 여자들이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하려 하던 행동이 나중에 그리스 시대에는 남자들이 여자가 술을 마셨는지 확인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 키스의 유래였다. 당시 와인이 갖고 있던 상징 때문이었다고는 하나, 그리스 시대의 여자들은 와인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마신 걸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내가 그리스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수께서 빵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너희가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그러나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 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

- <와인의 문화사> p43 중에서  

예수 이전까지 피는 신에 속한 것이었다. 예수의 행동은 기존의 인식에 비하면 가히 혁명성을 띤 것이었다. 피는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으며 종교적인 비유이기도 했다. 인간과 짐승의 피는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으며, 신에게 속죄의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다. 예수의 시절까지도 신에게 속죄의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다. 예수의 시절까지도 짐승들을 신에게 바쳤다. 곳곳에서 피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예수를 통해서 피를 사용하던 의식은 혁신되었다. 더 이상 짐승을 죽여서 제단에 피를 뿌리는 행위는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육신은 빵으로, 피는 와인으로 대치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을 빼앗아 신에게 기원하는 행동은 이로써 종말을 고하게 된다.

- <와인의 문화사> p45 중에서 - 

디오니소스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났듯이 예수 또한 마찬가지다. 와인의 역사에서 오시리스와 디오니소스, 그리고 예수는 유사한 길을 걷는다. 바로 죽임을 당하고 부활하는 과정이다. 이집트의 오시리스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가 지녔던 같은 상징성을 예수 또한 갖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예수는 부활한 오시리스, 디오니소스와 같은 인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들은 포도나무와 동일한 존재가 된다.

- <와인의 문화사> p47 중에서 -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와인과 종교 간의 연관성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와인에 대해 갖고 있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기독교에서 와인에 대해 갖고 있는 이야기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기독교적으로 와인과 포도나무에 갖고 있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 역시 새삼 놀라웠고 말이다.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에서는 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때론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와인과 포도나무에 대해 성경에 적힌 글들을 보니, 어찌 보면 개신교에서는 와인과 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도 하겠다 싶었다. 성경적인 해석에 있어서도 여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니, 기독교에서 와인이 갖고 있는 의미나 뜻이 참으로 심오하구나 싶었다.

 

알면 알수록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은 와인. 그 안에 담긴 역사, 문화, 종교, 정치, 지리, 삶 등 와인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자꾸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그냥 마시기는 쉽지만, 알고 마시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와인.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말이 와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와인에 대해 알수록 그저 입으로만 맛을 느끼는 와인이 아닌, 와인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까지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이 책 한 권으로는 와인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와인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깊이를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관심만 갖고 있던 와인에 대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루이 15세를 알현한 자리에서 왕은 리슐리외의 젊어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공은 어찌 된 게 보르도로 떠나기 전보다 25년은 젊어 보인단 말이오?” 리슐리외가 황송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폐하, 제가 젊어지는 샘물이라도 찾았겠습니까? 저는 기운을 돋우어 주는 샤토 라피트 Lafite라는 와인을 찾았습니다. 그 맛은 마치 올림푸스의 신들이 마신다는 암브로시아 같았사옵니다.”

- <와인의 문화사> p88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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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436
정은숙 지음 / 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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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임에서 우연히 막걸리를 한 잔 마시게 되었다. 아마도 막걸리를 마신 건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인 듯 했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찾는 술도 아니었고, 막걸리는 숙취가 심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평소 술자리에서 잘 찾는 술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마셔서 인지, 막걸리가 꼭 이것저것 다양한 맛이 섞인 칵테일 같기도 했고 달콤하면서 입에서 톡 쏘는 맛이 스파클링 와인 같기도 했다. 막걸리 잔만 바꿔서 마시기만 하면 막걸리도 훨씬 분위기 있는 술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각보다 막걸리 맛이 좋아 집에다 맥주나 와인만 사두지 말고 언제 한 번 막걸리도 사 놔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무관심했던 막걸리에 약간의 호감을 갖게 되었을 때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내가 막걸리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걸리 9가지 이야기

하나, 물에서 불이 났구나!

, 막 걸러 막걸리로구나!

, 오랜 세월만큼 그 이름 또한 많구나!

, 아랫사람(농민)들이 마시던 술?

다섯, 오덕삼반(五德三反)의 술

여섯, 술에 세금을 매겨라!

일곱, 쌀막걸리를 금하라!

여덟, 가장 값이 싼 술? - 나라의 특혜를 받다

아홉, 그들의 은밀한 관계? - ‘동동주막걸리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막걸리의 기본 재료는 멥쌀, 찹쌀 등 전분을 가진 곡물과 누룩 그리고 물이다. 항아리 안에는 어머니와 향과 같이 밥 냄새를 풍기는 고두밥과 누룩, 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이불을 뒤집어쓴 항아리에서 보글보글 끊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술덧에 크고 작은 거품이 일고 있다. 한껏 부풀어 오른 거품이 양조장 주인장에게는 마치 여인네의 젓가슴처럼 보였나 보다. 술의 원초적 생명력이 느껴진다.

술덧에 거품이 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룩 속의 효모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불은 지피지도 않았는데 마치 항아리에 불을 지핀 듯 거품이 나는 것이 마냥 기이하였다. 술을 만들어 내는 알코올 발효 과정, 즉 미생물들의 향연을 알지 못한 그들은 물에서 난데없이 불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수불이라 하였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이라는 말이 바로 이 수불에서 수울수을술로 변화되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부풀었다 터졌다 하며 끊어 오르던 수불(거품)이 희미한 숨소리와 함께 눈 녹듯이 사라져 가면 알코올 발효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 <막걸리 이야기> p4중에서 -

막걸리란 도수를 낮추고 양을 늘리기 위해 익은 술덧에 또는 청주를 뜬 후 남은 지게미에 물을 넣어가며 체에 거른 술이다. 일반적으로 탁주와 막걸리는 같은 의미로 혼용되나 탁주가 막걸리보다 범주가 더 넓다. 막걸리는 탁주류의 하나로 물을 쳐 가며 거른 술로 설명할 수 있다. 맑게 고인 술을 조심스레 뜨는 청주와 비교하면 투박하고 거침이 없다. 이름 또한 있는 그대로 (마구/거칠게)+거르다하여 막걸 리가 되었다.

- <막걸리 이야기> p5중에서 -

  

우선 막걸리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편견이었던 막걸리의 숙취였는데, 이렇게 막걸 리가 숙취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은 막걸리에 대한 나라 정책이 자꾸 변하면서 생겨났던 현상이었던 것이다. 막걸리의 흐름에 있어서는 일족의 과도기에 해당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동안 막걸리도 꽤 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루었고, 이제는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막걸리와는 상당히 다른 맛과 이미지를 가진 술이 되어 있었다. 특이 이 책의 마지막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게다가 막걸 리가 평범한 술이 아니라 한국음식 겸 막걸리 전문점인 막걸리바에서 파는 고급술로 알려져 있다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막걸리 전문점이 생겨났다고 하니 언제 함 가봐야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마신 막걸리에서 나는 전과는 다른 맛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막걸 리가 갖고 있는 숨겨진 매력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막걸리가 막걸러서 만든 술이라는 이름처럼 고급스런 이미지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평범한 이미지가 전부였지만, 막걸리가 갖고 있는 풍부한 맛을 잘만 이용한다면 와인 못지않은 분위기 있는 술이 될 역량이 충분하지 싶다. 어쩌면 이 책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언젠가 세계맥주를 고르듯, 와인을 고르듯 지역의 막걸리를 골라 마시며 막걸리를 즐기는문화가 더 넓게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중간 즈음부터 시작되는 각 지역의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나는 각 해당 지역에 갈 때마다 음식점에서 각각의 지역 막걸리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막걸리는 다 똑같은 막걸리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막걸리가 있는 줄이야.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깜짝 놀란 것이기도 하다. 여행을 할 때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즐거움인데, 거기에 이제 마시는 즐거움을 더 하는 것도 좋지 싶다.


 

모든 전통주는 동동주를 모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동주라는 부모로부터 청주, 탁주, 막걸리, 소주라는 자식이 태어난다. 그래더 동동주가 맛있으면 청주, 탁주, 막걸리, 소주의 맛도 좋다. 동동주는 청주와 가깝고 잡맛이 없으며 도수는 청주보다 약한 11~14도다. -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님 인터뷰 중에서

- <막걸리 이야기> p16중에서 -

막걸리와 막걸리의 간극(間隙)

빚는 법을 취()하라 - 가양주막걸리 vs 양조장막걸리

술의 씨앗 누룩을 취()하라 - 전통누룩막걸리 vs 입국막걸리

재료의 다양성을 취()하라 - 쌀막걸리 vs 밀막걸리

장기보존법을 취()하라 - 생막걸리 vs 샬균 막걸리

단맛을 취()하라 - 인공감미료 첨가 vs 인공감미료 무첨가

막걸리 도수를 취()하라 - 6도 막걸리 vs 10도 막걸리

마시기 전에 취()하라 - , ,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막걸리의 맛과 이야기를 담다

서울.경기

대중의 맛을 이끌다 - 서울탁주의 장수 생막걸리 : 서울

대통령은 막걸리를 좋아해 - 배다리 막걸리 : 고양

군인의 젖줄이 되다 - 포천 이동막걸리 : 포천

양조장의 추억 더듬기 - 지평 막걸리 : 양평

막걸리계의 허준을 꿈꾸다 - 불곡산 막걸리

강원도

강원도 두메산골의 술 - 옥수수 막걸리 : 정선

엿 고는 황골마을의 술 - 옥수수엿술 : 원주

그곳 땅에서 나는 작물을 살려라 - 송이 동동주 : 양양

충청도

효모에도 고수들이 있다 - 덕산 막걸리 : 진천

대통령을 추억하다 - 오곡진상주 : 단양

쌀과 이야기를 나누다 - 미담(美談) 막걸리 : 당진

경상도

밀막걸리를 사수하다 - 불로 막걸리 : 대구

짭조름한 왕소금과 만나다 - 화곡 막걸리 : 안동

음악에 맞춰 춤추게 하라 - 단장 막걸리 : 밀양

전라도

남쪽 바다 섬의 자연을 머금다 - 개도 막걸리 : 여수

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 - 황금빛의 술, 울금 막걸리 : 광주

부산

누룩마을의 술 - 금성산성 막걸리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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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세계 살림지식총서 325
원융희 지음 / 살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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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실 때의 시원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맥주는 여러 술 중에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술에 속한다. 술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취하고 싶어서인데, 맥주는 취하기 전에 배가 불러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맥주를 마시면 민망하고 괴롭게 왜 이리 트림이 많이 나는지. 기분 좋게 취하면서 즐기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맥주를 마실 때 조금 취하고 싶을 땐 소주와 함께 소맥 한두 잔을 마신 후 맥주를 마셨다. 순전히 알코올에 강한 나의 체질 때문인데, 술을 마셔도 잘 안 취하니 좋을 때도 있지만 취하게 마시려면 술값이 많이 드는 단점 또한 있었다. 물론 간혹 맥주만 마시면서도 취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두툼한 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 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맥주를 마실 땐 안주를 많이 안 먹는다 해도 취하기 전에 배가 불렀고, 그러면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니 너무 번거롭고 귀찮았다.

 

그럼에도 가끔씩 맥주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건 짭짜름한 안주가 있거나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가 가끔 생각난다. 술이라기보다는 음료수의 느낌으로. 특히 무더운 여름 날밤, 이국적인 거리의 북적이는 포장마차를 지날 때면 시원한 맥주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지게 된다. 이 책의 표지는 맥주의 거품을 통해 맥주의 생생함을 담아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맥주의 시원함은 흘러내리는 맥주의 거품보다는 맥주잔 안에 담긴 약간의 거품과 황금색 맥주에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이었다. 그리고 맥주잔에 송골송골 맺어있는 물방울. 그래도 이 책을 한 손에 들고 있자니 꼭 맥주잔을 하나 들고 있는 것 같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생각났다. 안타깝게도 집에 있는 맥주가 다 동이나, 겨우 음주 독서를 막을 수 있었다. 대신 나는 인터넷으로 바로 그동안 고민했던 소맥잔을 구매했다.

 

 

맥주의 어원은 마신다는 의미의 라틴어 비베레 Bibere'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맥주는 다음과 같이 불리고 있다.

독일 - 비어(Bier)

포르투갈 - 세르베자(Cerveja)

프랑스 - 비에르(Biere)

체코 - 피보(Pivo)

이탈리아 - 비르라(Birra)

러시아 - 피보(Pivo)

덴마크 - 오레트(Ollet)

- <맥주의 세계> p3 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들, 예를 들면 독일의 레벤브로이(Lowenbrau), 네덜란드의 하이네켄(Heineken), 덴마크의 칼스버그(Carlsberg), 일본의 기린(Kirin) 맥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인 미국의 안호이저 부시의 버드와이저(Budweiser) 등이 모두 저온 열처리 맥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례귤러맥주라고 불리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 <맥주의 세계> p19 중에서  

참고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회사는 아래와 같다.

독일 : Lowenbrau, Ulnion, Hansa, Dab, Astra

덴마크 : Carlsberg, Tuborg

네덜란드 : Heineken

스웨덴 : Three Crown

체코슬로바키아 : Pilsner(Pilsen ())

아일랜드 : Guiness Stout

미국 : Budweiser, Miller

일본 : 기린맥주 등

- <맥주의 세계> p44 중에서  

맥주의 맛은 온도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보통 4-8°c, ·가을에는 6-10°c 정도로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맥주가 시원하지 않고 미지근하면 거품이 너무 많고 쓴맛이 남으며, 또한 지나치게 차가우면 거품이 잘 일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별로 느낄 수 없다.

맥주의 참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맥주 고유의 향을 맛보아야 한다. 맥주 고유의 향을 느끼는 방법으로는 코로 느끼고(Aroma), 혀로 감지하며(Taste), 입 전체로 즐기고(Mouse-Feel), 목으로 느껴야(Texture) 본래의 제맛을 즐길 수 있다.

- <맥주의 세계> p46 중에서  

맥주의 안주로는 단맛이 나는 것은 피하고, 짭짤하며 기름기가 있는 땅콩, 소시지, , 치즈, 팝콘, 크래커 샐러드 및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이 적합하다. 콩에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체온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땅콩 안주에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각에 잘 맞는 두부찜과 생선전 등 튀김 요리도 좋다.

- <맥주의 세계> p49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맥주를 제대로 마실 줄을 몰라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씩 상온에 있는 맥주를 사가지고 와서 빨리 차게 만들겠다고 냉장실이 아닌 냉동실에 넣었다가 마시던 그 사소했던 행동들이 맥주의 맛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맥주 역시 나름 온도에 민감한 술이었는데, 성급함은 맥주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게 했으니 말이다. 맥주가 워낙 편한 술이다 보니 아무렇게나 마셔서 그렇지, 사실 맥주도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술인데 그동안 맥주를 마실 때 너무 무신경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맥주가 가진 매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맥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맥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로 맥주에 전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맥주가 맛, 색 등 모든 것이 자연의 원료로 만들어지는 완전한 자연 식품이라는 것이었다. 맥주도 술이다 보니 즐기기 위해 마시는 기호식품이라고만 생각하며 알코올 성분이 있으니 당연히 인위적인 식품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맥주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그 어떤 식품보다 자연 그대로의 식품이라고 하니, 맥주가 달리 보였고 가끔씩 맥주를 마셔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나 잘 아는 맛에 대해 미묘한 성분 분석부터 다양한 표현으로 담아 낸 책을 읽다보니, 입에서는 자꾸 맥주를 떠올리며 갈증이 났다. 다른 술들에 비해 취하는 부담이 조금 덜한 맥주.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때 나는 여러 가지 종류의 맥주를 냉장고에 비치해 놓고 읽게 될 듯하다. 이 책에서 말 해준 것처럼 적당한 맥주는 건강에도 좋으니까. 맥주가 입맛을 돌게 하고 식욕을 돋게 하니 적절히 자제하며 안주를 먹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책의 첫 부분에는 다소 복잡한 맥주의 성분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그 부분만 넘어가면 음주 독서를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맥주에는 방부제·색소·향료 등이 일체 사용되지 않는다.

쌉쌀한 맛, 맑은 호박색, 산뜻한 맛 등은 모두 자연의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맥주는 완전한 자연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 <맥주의 세계> p89 중에서  

맥주는 흔히 액체로 된 빵이라고 한다. 맥주가 빵에 못지않게 영양 있는 음료라는 뜻이다. 맥주에는 지방분은 없지만 단백질, 당질, 미네랄, 비타민B군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는데다 맥주의 알코올은 인체 내에서 연소하면서 상당한 칼로리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맥주는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맥주의 세계> p90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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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이야기 - 이슬과 불과 땀의 술 살림지식총서 533
이지형 지음 / 살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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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솔직함에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이 났다. 작가 소개란에 애주가란 말을 굳이 넣은 것처럼, 이 책의 작가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도 술과 함께였고, 이 책을 쓸 때도 술과 함께였음을 너무나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대놓고 술의 힘을 빌어서 글을 썼다고 하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왠지 모르게 나도 취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애주가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나름 술을 한다면 하는 편인지라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주를 마실 때의 시원함이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술이라는 것이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지만 술이라는 것이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것인지라, 술을 떠올리다 보니 한창 술을 마실 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한동안 떠올리지 않은 일들에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술을 마시고 실수 아닌 실수를 하기도 하고 한 기억들.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지만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리는 건 언제나 부끄럽기만 하다.

 

술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나도 괜히 자꾸 술 생각이 났다. 책을 읽는 나도 이럴 진데, 애주가인 작가가 술에 관한 글을 쓰자니 술 생각이 간절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다. 이 책은 술에 대해, 특히 소주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소주의 개념 정리부터 재조 과정, 원리, 광고, 마케팅, 루머 그리고 소주의 도수 변화 등 정말 소주를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소주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주에 대해 이야기 해봤자 얼마나 나올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컸다. 그래서 작가가 처음에 우리가 지금 소주로 알고 마시는 술이 사실은 소주가 아니라 가짜 소주라고 할 때 소주 성분에 관해 요목조목 따지며 소주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이 담겨있겠다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이슬이나 처음은 알코올을 다량의 물에 희석한 술의 일종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희석이라는 화학적 기법을 통해 묽은 술을 만들었으면 거기에 소주 맛을 내야 한다. 바나나 맛을 내고, 바닐라 맛을 내는 착향료로 바나나 맛우유를 만들어냈듯이, 이제 소주 맛을 만들어내면 된다.

그 맛을 내는 것은 물론 감미료의 몫이다.

- <소주 이야기> p18 중에서  

옛날 소주 맛은 사카린 맛, 요즘 소주 맛은 스테비오사이드 맛이란 얘기다.

사카린과 스테비오사이드뿐 아니다. 소주에 들어갈 수 있는 첨가물은 다양하다. 다양한 첨가물이 어울려 소주의 맛을 내는 것이다.

주세법 시행령이 소주에 넣어도 좋다고 규정한 첨가물은 이런 것들이다.

당분, 구연산, 아미노산류, 소르비톨, 무기염류, 스테비올배당체, 효소처리스테비아, 사카린나트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토마틴,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다류

- <소주 이야기> p26 중에서 -

     

요즘은 소주를 마실 일이 많지도 않고 굳이 찾아 마시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소주를 마실 때 가끔씩 소주가 달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제까지 그건 그냥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 마셔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며 소주의 성분에 대해 알고 나자, 그건 나의 컨디션 때문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실상 소주에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소주가 소주가 아니라 소주 맛을 낸 술이라는 작가의 말과 함께 그것은 나에게 작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역시 세상은 알고 볼 일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강한 기억이 남았던 것은, 소주의 도수가 30도에서 25도로 또 19.8도로 내려가게 된 원인이었다. 소주 도수가 30도에서 25도로 내려갔던 것이 사람들의 입맛 때문이 아니라 나라 정책 때문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이야기 나온 지역주와 함께 나라 정책 하나가 국민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라를 이끌어 가고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이들의 어깨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5년간 지켜졌던 소주의 25도의 벽이 깨졌던 일은 나도 예전에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어렴풋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사람들에게 그 배신감은 확실히 컸던 거 같다. 나도 애주가 선배들로부터 진로소주를 마시지 말라고 권유받았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니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술을 대화의 도구로 활용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살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술은 천천히 마신다. 한국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술을 그야말로 깨작깨작 마셔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의 술자리는 먹고 다 잊자!”고 하는, 어찌 보면 상당히 파괴적인 술자리다. 빨리 마시고, 일상의 스트레스와 번민을 날려버리려는 성격이 강하다. 대화가 아니라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다. 술이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단에 그치진 않는다.

- <소주 이야기> p78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며 술 생각이 더 간절해졌던 때는 폭탄주와 술안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소주의 쓴맛과 맥주의 시원함이 섞인 폭탄주, 그리고 기름진 삼겹살과 짭조름한 마른안주들. 어쩌면 내가 술을 마신지 한참이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술이 주는 그 무언가 때문일 것이다. 술을 마시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잠시나마 모든 걸 잊게 되는 것. 물론 그 뒤에 오는 건 숙취와 두통이겠지만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대화를 위한 도구로 술을 활용한다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술은 대화를 위한 도구는 아닌 듯하다. 이 책에서 말 하듯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한다 해도 술을 마시는 속도를 본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잘못된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술이란 소주란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싶다. 가끔씩 그냥 술이 아닌 쓰디쓴 소주가 생각날 때, 그것 소주를 마시며 날려버리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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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어떻게 즐길까 살림지식총서 260
김준철 지음 / 살림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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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와인 하면 비싼 술, 고급술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먼 술로 여기고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어릴 때는 와인 마실 일로 마실 자리도 별로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보니, 술을 마시더라도 어릴 때처럼 거하게 취하는 술보다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이 좋았다. 그런 면에서 와인은 즐기며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와인 가격도 많이 낮아지고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더 다양해져서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은 전보다는 훨씬 쉽게 찾아 마실 수 있는 술이 되었다. 반면 소주는 도수가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쓴 맛에 마시는 술이고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반잔이든 한 잔이든 확 넘겨야 하는 술이었고, 맥주는 사람들이 음료수처럼 쉽게 마시는 술이긴 한데 체질상 술이 약하지 않은 나로서는 맥주를 마시면 그저 배만 부를 뿐이었다.

 

와인을 마시다 보니 당연히 와인에 대해 궁금해지고 알고 싶었지만, 와인과 나 사이에는 항상 큰 벽이 있는 듯 했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 알수록 더 모르겠고 어렵기만 했다. 그건 와인을 고를 때 특히 더 그랬다. 그러다 어렵게 알아낸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내는 법을 한 가지 알아내었는데, 그것은 와인 라벨에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라고 적힌 와인을 고르면 실패가 없다는 것. 나중에는 모스카토라고만 적인 와인에도 도전을 했는데, 역시 실패는 없었다. 그래서 와인을 살 때면 모스카토라는 단어란 열심히 찾아서 샀다. 그런데 매번 모스카토 와인만 사다보니 다른 와인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오랜만에 마시는 와인인데 괜히 다른 와인을 선택해 실패하면 속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와인은 모스카토였다.

 

와인은 어렵다는 공식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어디 한 번 와인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싶었다. 포켓북처럼 얇아 부담이 없다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역시나 와인은 어렵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계속 강조하는 것이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감정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와인은 그저 그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격식이나 앎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단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와인 역시 아는 만큼 보이니,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 커질 수 있도록 와인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와인은 클래식 음악과 같다. 클래식 음악은 한 번 듣는 것으로 친해지지 않는다. 한 곡을 몇 번씩 들어보고 작곡가의 사상과 배경 등을 알아두면 그 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듯이, 와인도 고급일수록 그 탄생지와 품종, 수확년도 등을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음악 자체를 사랑하지, 듣는 태도를 강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와인도 그 맛과 향을 즐겨야지, 어떻게 마신다는 격식을 중요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간혹 세계적인 음악가의 연주가 있다면 정장을 하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감상할 때도 있듯이, 와인도 아주 귀한 고급품을 만났을 때는 그 오묘한 맛과 향을 감상하기 위해 격식을 갖추는 태도가 필요할 때도 있다.

- <와인, 어떻게 즐길까> p9 중에서  

와인 라벨을 잘 이해하려면 세계 와인산지의 명칭, 그것도 세밀한 지역 명칭까지, 그리고 포도 품종도 수십종 이상, 또 웬만한 업자의 명칭이나 포도밭의 명칭까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그 해당 국가의 언어를 모른다 하더라도 쉽게 라벨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와인 라벨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와인을 상당히 아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며, 초보자는 아무래도 와인 라벨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와인 라벨 읽는 법은 와인 공부의 최종 단계이며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곧 와인 라벨을 이해하는 길이다. 와인 라벨에는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고 하지만, 지명도 품종도 메이커도 아무 것도 모르면 까막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 <와인, 어떻게 즐길까> p19 중에서  

와인은 그냥 마시는 술이라기보다는 알면서 마시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와인을 잘 알수록 그 즐거움이 더 커진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지만, 그 작품을 만든 사람과 그 배경에 대해서 잘 안다면 그것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훨씬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와인은 세계 여러 나라 각 지방에서 수십만 가지가 생산되고 있어서, 이렇듯 많은 와인 중에서 한 병을 손에 들고 이것이 어떤 맛이며, 어떤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하며, 공부를 하다보면 세계 각국의 역사와 지리 문화도 익히게 된다.

- <와인, 어떻게 즐길까> p92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며 왜 그렇게 와인이 어려웠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와인이 어려운 술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와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특성 때문이었다. 같은 와인을 만든다 하더라도 누가 어디에서 어떤 걸로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와인은 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품종의 포도가 어떤 기후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다양한 와인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두 가지만 알아서는 와인라벨을 보고 와인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달리 말하면 이 책에서 이야기 하듯 와인에 대해 알기 어려운 만큼 와인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다 보면, 단순히 와인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역사와 지리,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처음에 나는 이 책만 읽으면 와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다 알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다소 방대할 수 있는 주제에 비해 얇은 두께가 이 책을 와인의 요점 정리 책처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품종별로 와인에 대해 정리를 해주며 간단하게나마 와인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한 번 읽는 걸로 이 책에 나온 모든 와인이 다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와인이 어떤 식으로 구분되는지 알게 됨으로서 와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을 뿐, 그 다음 필요한 것은 나머지 공부였다. 아직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와인이지만, 와인을 안다는 것이 단순히 와인이라는 술에 대해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와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따로 가져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와인에 대해 공부를 할 때는 옆에 세계지도를 놔두고 보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싶다. 아직 우리나라 지리명도 제대로 다 알기 못하는 나로서는, 낯선 지역 이름을 낯선 언어로 반복해서 보기만 하다 보니 그 이름들이 더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왕이면 이 책의 표지 안쪽에 책 이름 리스트보다는 와인에 대한 세계지도가 담겨 있었더라면, 이 책을 읽을 때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중간중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가 그러자니 조금 불편했다. 이 책의 특성상 소설책처럼 눈으로만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메모와 검색이 필요한 책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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