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9
조지 오웰 지음, 황병훈 옮김, 이선주 그림 / 보물창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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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만 해도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른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한다고 하셨지만, 정치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다 보니, 정치가 나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마침 시작된 영유아 무상보육 덕분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부터였다. 연년생으로 아이가 둘이다보니 무상보육의 혜택은 당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상보육이 아니었더라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던 우리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한참 어린이집을 다닐 즈음 무상보육이 중단 될 위기에 몇 차례 놓이게 되자 정치적 결정을 계속 지켜보며 정치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잘 몰랐을 뿐 정치는 우리 생활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이 알수록 참 어려웠다. 그냥 간단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자면 그저 그때그때 올라오는 기사만 보면 되지만, 정치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정치적 사안에도 그 내면에는 여러 가지 입장과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순수하게 한 가지 사안만 놓고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단순히 정치 기사만으로는 절대 정치에 대해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으로는 정치 기사를 읽어도 그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정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지리, 세계 등 많은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싶었다. 그래야 기사를 보든 정책에 관해서든 정치에 대해 뭐라도 한 마디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역사 공부였다. 정치에도 우리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었고, 역사적 변화 속에서 우리의 현 정치도 나온 것이니 말이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역사를 먼저 알아야지 싶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역사를 공부해도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였다. 역사라는 것이 꽤 방대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치 역사만 놓고 보더라도, 나에게는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것도, 정당에 대한 것도 참 어려웠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나로서는 지역감정이나 지역에 따른 정당 주의가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리고 정치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자꾸만 바뀌는 정당이름이나 당을 자꾸 바꾸는 정치인이 너무 많아 복잡하게만 여겨졌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지만, 정치 공부에도 정말 끝이 없는 듯 했다. 나의 얕은 지식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정치에 무지한 국민인 나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고,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사안을 결정하든 가장 상위에 있어야 하고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기준은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대표할 이들을 뽑아 정치인이라는 부르고 나랏일을 맡긴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정치가 대다수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일부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느낌일 뿐인 것인지, 오해가 아닌 진짜 그런 상황인 것인지는 그것이 궁금해서 정치에 대해 공부해보겠다고 역사 공부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것은 정치를 하는 분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일반 국민인 나로서는 직접 정치를 하지 않는 이상 평생 공부해도 절대 모를 일이지 싶었다.

 

역사 공부를 해도 잘 모르겠던 정치. 내 공부가 짧아서이다 싶어 다시 정치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 하고 생각 할 즈음, 정치풍자 소설로 유명하다는 책<동물 농장>을 읽게 되었다. 정치 풍자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을 풍자하고 있을지 자꾸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이 그냥 동물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우리 인간 사회와 연관 지어서 읽는 것이었다. 대체 이 책에 나오는 농장이 인간 사회의 어떤 사회를 풍자하고,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어떤 사람을 풍자한 것인지 찾아보는 것 또한 큰 재미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도 자꾸 우리나라 정치와 연관시켜 보기도 하고, 북한의 정치와 연관시켜 보기도 하며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읽어도, 왠지 모르게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동물들>

 

영국의 동물들, 아일랜드의 동물들,

온 땅의 동물들이여!

황금빛 미래에 대한

내 흥겨운 소식에 귀 기울여 보시오.

 

조만간 그날이 올지니,

폭군 인간이 파멸되리라.

영국의 풍요로운 들판을

오직 동물들만이 걷게 되리라.

 

우리 코에서 쇠코뚜레가,

등에서는 멍에가 사라지리라.

재갈과 박차는 영원히 녹스리라.

잔인한 회초리는 더 이상 찰싹 소리를 내지 못하리.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풍요로움,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토끼풀과 콩 그리고 근대가 그날 우리 것이 되리니.

찬란함이 영국의 들판을 빛내리.

영국의 강물은 더 맑아지리라.

산들바람은 한층 더 달콤하리.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그날에.

 

그날 위래 우리 모두 노력하리라.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죽는다 하더라도.

암소와 말, 오리와 칠면조

자유를 위하여 모두 부지런히 일해야 하리.

 

영국의 동물들, 아일랜드의 동물들,

온 땅의 동물들이여.

귀 기울여 황금빛 미래에 대한

내 소식을 들어 보시오.

- <동물농장> p15 중에서  

<칠 계명>

1.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은 무조건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혹은 날개를 가진 것은 무조건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으면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동물농장> p31 중에서  

점점 시력이 떨어지고 있어요. 나는 젊었을 때도 저곳에 적힌 것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 벽이 어딘가 달라진 것이 보여요. 벤자민, 칠 계명이 예전과 똑같은가요?”

클로버가 물었다.

벤자민은 이번 한 번만 자신의 규칙을 깨고 클로버에게 벽에 쓰여 있는 것을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그곳에는 단 하나의 계명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동물농장> p142 중에서  

이 책이 특정 시대의 특정 사회를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이 책의 이야기를 어느 곳에 대입시켜보아도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작가가 주고자 했던 근본적인 메시지는 결국 정치는 정도의 차이일 뿐 누가해도 다 똑같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나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했던 동물들도 동물 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필요했고, 지도자가 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를 해야 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지도자와 지도자 세력이 권력의 맛을 본 뒤부터였다.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지도자와 그 세력들은 권력을 유지하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편의와 이득을 챙기는데 급급했고, 같이 사회를 이룬 동물들의 권리는 뒷전이었다. 그러다 점점 욕심을 커져서 결국에는 지도자와 그 세력들은 다른 동물들을 자신들을 위해 멋대로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동물농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왠지 모르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결국 동물들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항상 우리들을 위해 바른 정치를 펼쳐 줄 영웅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지만, 정치라는 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괜찮은 인물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 될 정도로 바른 정치를 펼친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그랬다. 설사 바른 정치에 대한 신념이 굳건하다 하여도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다 해도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는 듯 했다. 그 누구도 바른 신념을 위해 자신의 밥그릇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 듯 했다. 바른 정치를 꿈꾸고 이를 끝까지 관철시킬만한 이들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있을 듯한데, 왜 우리가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이들은 없는지 참 안타까울 뿐이다.

 

 

열두 개의 목소리가 화가 나 외쳐 대고 있었다. 목소리들은 서로서로 비슷했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바깥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그리고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시선을 옮겨 가며 살펴보았다. 그러나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구별하기란 정말 불가능했다.

- <동물농장> p150 중에서 -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구별하기란 정말 불가능했다.”라는 글은 읽는 순간 마음이 찹찹해졌다. 정말 정치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싶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말이다. 권력이라는 것이 원래 욕심과 탐욕을 부르는 자리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인물, 세종대왕님. 이 시대에 세종대왕님 같은 지도자를 바라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인 것인가도 싶지만, 세종대왕님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 우리 사회를 평정해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읽고 있는 나도 많은 공감과 이해가 되는데,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 쉽게 출간되지 못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며 가슴 뜨끔했던 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꿈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통령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일 정도로 많았는데, 요즘에는 대통령이 꿈인 아이들조차 없는 듯하다. 과연 대통령을 원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스갯소리로 대통령 자리를 두고 잘 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 자리라고 하니 말이다.

 

이야기가 끝난 후 나에게 갖은 상상을 하게 했던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은 책의 가장 뒤편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작품 속 숨은 상징 찾기라는 코너는 작가가 각 동물들이 상징했던 실재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각 동물들이 상징했던 인물들에 대한 지식과 당시 상황에 대해 공부를 한 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막연하게 상상하며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싶다. 동물 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이야기들. 이야기를 곱씹어 볼수록 작가의 대단함에 절로 박수가 쳐진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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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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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철학은 삶의 중심을 갖게 해주는 정신적 학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본래 철학이 추구했던 것도 그러한 것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삶의 중심에 둘 수 있는 바른 정신을 정의해 주고 이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 철학은 우리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귀한 가르침이 담긴 정신적 학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하나의 학문이 되어 삶에 필요한 정신이 아닌 시험에 필요한 공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철학은 어느 순간 어렵고 하기 싫은 것이 되어 시험이 아니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학문이 되었고, 삶에서 먼 학문이 되었다. 사실 나 역시도 그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고 말이다.

 

하지만 철학은 학문이 아닌 삶의 진리가 담긴 바른 정신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각자 생각하는 삶의 진리를 스스로 찾아 가슴에 새기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철학이 대단한 것은 자기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찾는 삶의 진리를 정의 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 시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그 진리를 적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철학에서 말하는 삶의 진리를 그대로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삶의 진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 있게 알리는 사람 역시 없고 말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미 현대의 최고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을 텐데 말이다.

 

특히 묵자의 철학이 설명된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어떻게 그 옛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삶의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할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삶의 진리를 찾았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옛날에도 그를 작은 예수라 부르는 이가 있지 않았을까. 정말 쉽고 간단한 것들도 머리로는 알지만 지키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묵자라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알수록 대단하게 느껴졌고, 현대에 그와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였다. 우리 시대에 성인이 없는 것인지, 찾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도 그런 이를 알아보는 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더불어 사랑한다면 힘이 센 나라가 힘이 약한 나라가 가진 것을 빼앗지 않을 것이며, 다수의 무리가 소수가 가진 것을 강압적으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 또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으며, 귀한 사람들은 천한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굴지 않고, 간사한 사람들은 순박한 사람들을 속이지 않게 될 것이다. 세상의 재앙과 찬탈과 억울함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은 겸애를 찬미한다. - 묵자』「겸애

묵자는 그가 주장하는 겸애가 현실 사회에서 실질적인 복리로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묵가 집단을 조직해 헌신적으로 세상을 뛰어다녔다. 그는 철저하게 약소국과 약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강대국과 권력자, 이기적인 부자들에게 지금 당장 힘으로 돕고, 올바르게 교육하고, 재물을 나눌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도 하고 종교적으로 위협하기도 한다.

세계사상사 중 고대에 묵자만큼 이렇게 사랑을 강조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묵자가 창시한 묵가는 2백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유행했지만, 중국 고대에서는 유가와 함께 양대 학파로 불리기도 한 주류학파였다.

중국의 사상가인 량치차오는 묵자를 가리켜 큰 마르크스요, 작은 예수라고 했으며 마오쩌둥은 묵자는 노동자였지만 공자보다 더 훌륭한 성인이었으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에 모두 능통한 백과전서식의 평민 성인이라고 했다. 묵자는 겸애라는 사회윤리로 기층 민중에 대한 분배를 주장하고, 근로와 과학기술의 중시 및 인구증대로 경제성장을 꿈꾸었다.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했으나 굳이 순서를 말하자면 분배가 우선이기에 진보적인 성향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3 중에서  

묵자는 유가의 학문을 배웠고 공자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묵자는 유가의 예가 너무나 번잡하게 생각되어 좋아하지 않았다. 장례를 후하게 지내는 것은 재물을 너무 소비해 백성들이 가난하게 되고, 오래도록 상복을 입는 것은 건강을 해치고 일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주나라의 문화를 물리치고 하나라의 문화를 따랐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16 중에서  

묵공은 우리나라와 홍콩, 일본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손을 잡고 일본 소학상 수상작이자 베스트셀러인 모리 히데키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묵공은 특히 전략과 전술을 이용한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병법과 장비들을 동원해 실감나는 전투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묵공의 메시지는 평화, 사랑, 반전이란느 장지량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혁리의 묵가사상을 내세워 휴머니즘적인 시각을 강조했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22 중에서 -

묵자는 전쟁과 찬탈, 도둑질로 서로 뺏고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부, 지식을 가진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억누르고 기만하며 귀족 계층이 비천한 자들에게 오만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까지 모두 세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은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각 계층이 각기 자기 자신이나 그들이 소속된 집단 및 계층만 아끼고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할 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 다른 계층은 차별해 멸시하거나 해치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겸애의 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24 중에서 - 

순자는 묵자의 사상을 실용이 으뜸이라고 불렀으며, 후스는 묵자의 사상을 가리켜 실리주의라 말했고, 중국의 현대철학자 펑유란은 아예 공리주의라고 불렀다. ‘공리주의란 실제 감각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사물을 도덕 가치로 인정하며, 아울러 그것을 생활목적으로 하는 학설을 말한다.

묵자가 바로 이러한 극단적인 공리주의자였다. 그가 말한 는 대체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물질적이다. 하지만 묵자는 절대적으로 협애한 공리주의자는 아니었으며 그가 말한 는 실제상에서는 공리였다. 묵자는 오직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유익해야만 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 아니고 라고 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묵자는 세상의 혼란을 평정하고, 평화로운 겸애의 이상사회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남을 사랑하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한 것이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28 중에서 - 

중국철학사상사에서 ()’의 의미는 상당히 복잡하다. 중국의 근대사상가인 량치차오는 옛 사람들이 말한 천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그것은 형체의 천, 주재의 천, 운명의 천 그리고 의리의 천이다. 묵자가 말한 천은 명확히 둘째에 속한다. 이 주재의 천은 실제로는 의지를 가진 인격신으로 서양의 하느님과 비슷하다.

묵자의 사상은 하늘의 뜻, 천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기준이 되는 일정한 법도가 있다. 예를 들어 수레바퀴를 만드는 기술자에게는 컴퍼스나 자가 그 기준이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43 중에서 - 

사실 묵자가 말하는 하늘의 뜻에는 묵자 자신의 뜻이 투사되어 있다. 묵자는 하층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가 제창하는 겸애’ ‘비공’ ‘상동’ ‘상현등의 주장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빈곤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바람이다. 이와 같이 하늘의 뜻이란 곧 서민들의 뜻이 변형된 것이다. 묵자가 힘을 써 하늘의 권위와 신통력을 내세우는 목적은 하늘의 권위로 상선벌악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한편 세상의 모든 해악을 없애 사회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함이었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50 중에서 -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묵자가 살았던 그 시대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통치자들이 사람을 쓸 때 능력보다는 측근을 발탁해 일을 맡기고, 자신의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일을 맡으려 하며, 능력보다는 부귀해진 자들과 가까이 하며 득을 보려하려 했다고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시대와 관계없이 그 옛날부터 그런 이들이 꾸준히 있어 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사람도 동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저 인간이기에 동물적 본능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할 뿐 말이다. 요즘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는 하나 그 옛날 왕이 있던 시절의 신분제 사회를 생각하면 지금은 그나마 그때보다는 낫다고 여겨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사회에서 삶의 격차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기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싶기도 했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절대적인 부는 극소수에 편중되어 계속 대물림 되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 시대가 현대판 신분사회라는 것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바른 철학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이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정신만 바로 서 있다면 어떤 사회라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행복해 하는 세상이 될 테니 말이다. 누구보다 바른 정신을 갖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할 사람은 가진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고 하지 그것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바른 철학을 지키고 알려야 할 이는 갖지 못한 자들의 몫이었다.

 

 

통치자들 스스로가 옷을 짓지 못하기에 능력 있는 재단사의 힘을 빌리고, 스스로 소나 양을 잡을 수가 없기에 도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묵자는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는 전문가를 소중하게 여겨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도리를 알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큰 일에 있어서는 능력도 없는 친인척이나 측근을 발탁해 일을 맡기는 것은 작은 것에는 밝고, 큰 것에 어두운 것과 같다고 한다. 묵자는 또 세상의 군자들로 하여금 개 한 마리나 돼지 한 마리를 요리하게 하면 할 줄 모른다고 그것을 사양한다. 그러나 그로 하여금 한 나라의 재상을 맡게 하면 능력도 없으면서 그 일을 맡으려 한다. 이것이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닌가?”라고 개탄한다. 한 나라의 재상 역할이 개와 돼지를 잡는 것보다 쉽다면 이것은 황당무계하고 도리에 어긋난다.

친척들을 등용하면 귀족정치가 되고, 능력도 없는데 부귀해진 자와 가까이 있어 친하게 된 사람들을 등용하면 사인정치가 된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62 중에서 - 

묵자는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장관이 될 만한 사람에게 장관이 되게 하고, 한 고을을 다스릴 만한 사람에게 고을을 다스리게 해야 한다고 한다.

비록 현자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각각 현명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 그보다 적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통제를 받을 수 없으며, 재능이 적은 사람이 재능이 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그 능력에 따라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인을 등용하고 그릇의 크기에 따라 일을 맡겨야 능률이 오르는데, 능력을 따지지 않고 친척이나 측근을 기용하면 겨우 십분의 일 정도 밖에 일을 해내지 못해 나랏일을 그르치게 된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64 중에서 - 

묵자의 경제사상에서는 생산.교역.분배.소비의 네 가지 분야가 두루 다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소비를 절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심이다. 묵자가 절약을 중시하는 이유는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욕망의 향수를 근본적으로 부정해 각박한 생활을 하도록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끊이지 않는 전쟁의 참화와 소모로 당시의 경제사정이 극히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통치자들의 사치와 낭비가 극에 이르러 백성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기에 인간으로서의 최저생활을 보장토록 하기 위함이었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78 중에서 - 

중국 고대에 있어서 가장 깊이 있는 시공 관념의 논의는 묵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시간에 관한 묵경의 정의를 보자.

시간이란 다른 때에 두루 미치는 것이다. -

시간이란 옛과 지금, 아침과 저녁이다. - 경설

묵경에서 시간이 다른 때에 두루 미친다는 것은 시간이 각종 구체적 시각의 총칭을 말한다는 것이다. 또 시간이 옛과 지금, 아침과 저녁이란 것은 시간의 과도성과 지향성을 뜻한다. , 시간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체험방식에 따라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며, 아침이 저녁을 향해 나아가듯 시간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p95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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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이 책의 제목에 써진 , 외롭구나라는 제목과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이라는 부제목만 보고, 요즘에 힘들다는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은 청춘들에게 경종을 울리게 하는 책이었다. 절대 우쭈쭈 해가며 뻔 한 말로 위로해주지 않았다. 청춘들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게 했고, 각자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주며,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요즘말로 대박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쩜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을 이렇게 똑 부러지게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책의 작가보다는 아직 삶을 덜 살았지만, 내가 살아본 삶에서도 작가가 말하는 삶이 그리고 삶의 방향이 참 맞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더 놀라웠고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선 다들 중요하다고 하는 돈. 돈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건 맞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해도, 돈만 쫓는 사람은 결국 돈을 잃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돈을 잃을 때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잃고 인정도 잃고 일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듯 오히려 돈이 아닌 보람과 기쁨과 신념으로 일을 했을 때 돈 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인정, 일까지 얻게 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돈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으며 살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돈도 어느 정도 따라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노라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20대인 그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로 내 삶을 채우며 느꼈던 즐거움과 그 때를 추억하며 느끼는 보람 역시 남길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삶 속에서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돈은 쫓아가야 할 것이 아니라, 쫓아오게 해야 하는 것이란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참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선택하는 것도 어렵지만 버티는 것도 정말 쉽지 않다.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 그리고 다른 선택에 대한 아쉬움까지 더 해져 그 선택의 무게는 하루하루 더 무거워지고 매 순간 고민의 연속일 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곰이 마늘과 쑥을 먹으며 백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버틴 뒤에야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무슨 일이든 힘겹게 버티는 시간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먹는 밥도 쌀에서 밥이 되기까지 뜨거운 밥솥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하고 하다못해 우리가 우습게 아는 똥도 우리 몸속에서 여기저기에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야 똥이 될 수 있는데, 우리의 꿈이야 말해 무엇 할까 싶다.

 

 

20대는 자신의 본업을 찾기 위해서 모색하는 기간입니다. 한 우물만 파라고 그러지만, 다짜고짜 한 곳만 판다고 물이 나오겠습니까? 시추를 해봐야지요. 여기저기 물길을 찾고, 적당한 우물 위치를 정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시행착오와 실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20대는 그렇게 이런 일 저런 일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부랴부랴 직장을 구하기 바쁩니다. 자기가 팔 우물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업 이름만 보고 안정된 대기업이니, 불안한 중소기업이니 판단합니다.

20대에 본업을 확정지으려고 조바심 낼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진정 본격적인 자기의 천직, 본업의 우물을 파기 시작하는 나이는 서른이 넘어서입니다. 서른을 뜻을 세운다는 의미의 입지라고 하지요.

- <너 외롭구나> p29 중에서  

돈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연관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할 때는 가장 멀고, 만지기 어려운 것이 됩니다. 그러나 돈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 가치 있다고 믿는 일, 내가 스스로 행복한 일,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하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그 대가로 돈이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 <너 외롭구나> p70 중에서  

초기에는 돈에 혈안이 된 사람이 판매에 더 적극적일 것이므로 그 사람이 돈을 더 버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에는 돈을 떠나서 보람과 기쁨과 신념으로 일을 한 사람에게 돈은 모이게 되어 있답니다. 진심은 통하고, 선의는 소문나게 마련입니다. 정보화사회의 정보가 무엇입니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결국 모든 보답은 돈으로 환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심으로 남을 배려하고 선의의 목적으로 일한 것에 대한 감사를, 세상은 어쨌거나 돈으로 보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돈보다 다른 가치를 높이 생각한 사람에게, 그 보답으로 돈이 들어옵니다.

- <너 외롭구나> p71 중에서  

진정한 돈의 노예는, 돈 없이는 살 수 없으면서 돈은 벌 줄 모르는 사람이랍니다. 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돈이 무진장 많다면 돈의 노예는 아니죠. 돈의 왕국에 갇혀 살 뿐이지.

여러분 대부분은 자기가 쓰고 싶은 만큼의 돈을 자기 능력만으로 벌 줄 모릅니다. 벌 수 있는 능력보다 쓸 수 있는 능력이 더 높지요. 그것이 여러분의 비극이고, 불안의 정체입니다.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도 돈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는 몇 가지 설계를 할 수 있겠지만, 돈을 떠나서는 아무런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는 미래를 설계할 만한 돈이 없습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절망입니다.

- <너 외롭구나> p73 중에서  

인생길에서는 때때로, ‘더 이상은 도저히 못 참는다라고 생각한 지점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 곳에서 다음 단계가 펼쳐지곤 합니다.

당신이 그만둔 회사보다 나은 곳을 찾는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멈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데, 한 걸음 나간 지점에서 시작하길 원합니까.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정확한 위치를 잡도록 해야지요.

- <너 외롭구나> p85 중에서  

자기가 왜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면 참을 수도 있습니다. 원인을 해결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고요.

노트에 당신을 화나게 하는 것들을 다 써보세요. 또 당신이 가졌으면 좋겠는 것, 했으면 좋겠는 것, 바라는 것들도 다 써 보세요. 그리고 당신이 표현할 수 있는 부정적인 단어들도 다 써보고, 또 당신이 표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단어도 다 써보세요. 무엇인가, 자신에 대해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화가 나는 것은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이 문제이지. 성격을 비관하지 마시고, 당신을 둘러싼 상황을 분석해보자고요.

- <너 외롭구나> p103 중에서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다시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 돈의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돈을 떠나서 당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차례대로 기준을 세워서 다시 비교해보십시오. 그 수많은 다른 가치와 다름 기준에 모든 사람이 불평등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모든 불평등의 합은 다시 평등입니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행복의 가치관을 내가 유리한 쪽으로 두고 사는 것입니다. 당신이 분명, 남들보다 앞선 출발점에 서 있는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 <너 외롭구나> p107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은 놀라움과 감탄 드리고 반성이었다. 나의 젊은 날이 어떠했든 내가 젊은 날을 어떻게 살아왔든 그건 다 옛일이었고,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고 무의미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동안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나의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마치 내 삶이 이제 다 끝난 것처럼 여겨졌고, 더 이상 뭘 하고 싶다든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몇 차례 뭘 해볼까 하면 다시 아이들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너무 생각을 짧게 하고 너무 빨리 결과를 보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화가가 되고 싶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주일에 단 2시간씩 그림 한 점을 5, 10년 꾸준히 그려보라는 작가의 말에 나는 더더욱 많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어릴 때 화가가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화가의 길을 걷지 못했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많은 반대를 해 오신 부모님이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건 부모님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부모님이 반대하시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열어주셨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화가의 길을 갈 수 없었던 것은 부모님의 탓이 아닌 바로 내 탓이라는 것. 이 또한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나의 꿈도 내가 너무 막연했구나 싶었고,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일주일에 그림 한 점. 너무나 간단한 것임에도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막연히 생각만 할 뿐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걱정, 근심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작가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하는 따끔한 충고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 역시 작가의 냉철하고 따끔한 충고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든 것은 당연하고 뭔가 하기 힘들다는 것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상황에 맞춰 합리화 시키고 뻔한 말들에 스스로 위안만 얻으며 현실에 안주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열정을 되살리게 되었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나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정지해 있다고 여긴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충전의 시간이 되어 나중에 나를 더 값지게 만들어주는 귀한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가를 꿈꾸었다면 당장 용돈을 쪼개서 화구를 사세요. 요즘 인터넷 동호회가 많으니 돈 안 들이고 배우기도 얼마나 좋습니까. 1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것도 못합니까? 화가로 성공하려는 계산 집어치우고, 1주일에 그날 하루 두 시간만큼은 난 화가다!’하고 화가의 인생을 즐기세요. 그렇게 5년을 하고 10년을 하면요,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어떤 미대생도, 어떤 화가도 1주일에 그림 한 점씩 매주 그려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렵지도 않은데 아무도 안 하죠.

- <너 외롭구나> p188 중에서  

저는 한 분야에서 1등 하는 것보다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쪽에 더 많은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백남준 큰형님께서 주장하는 이른바 청년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사는 동안, 누구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미있게 오늘까지 살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는 않지만, 부자 못지않게 행복하고 자부심 넘치는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너 외롭구나> p208 중에서  

주변에 단 한 명, 당신 음악을 들어줄 사람은.... 당장 거울을 보십시오. 거기 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이제 기타 줄을 갈고, 튜닝을 하고, 연주를 시작하십시오.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따지지 말고, 당분간은 질린다 싶은 기분이 들 때까지 그냥 맘껏 하십시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음악을 만들 건지 그냥 취미로만 할 건지는 자신의 한계선까지 가보고 나서 생각하십시오.

음악을 해보지도 않았다면서 뭐 벌써 남들에게 감동 줄 생각부터 합니까? 그러니 시작도 못하죠. 해보지도 않고 생각들은 아주 끝까지 가는군요. 원래 예술은 장난으로 시작해서 취미로 하다가, 어 이게 장난이 아니네 하면서 예술이 되고, 장난이 아니게 하니까 직업이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직업으로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게 엄청 잘못된 거란 걸 기억하세요.

- <너 외롭구나> p262 중에서 -

내 기억 속에서, 10년은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자랑스러운 시간들이지요. 한 번도 현실 문제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난한 것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 <너 외롭구나> p279 중에서  

모두가 음악으로 성공할 자신 없으면 이제 기타는 그만 쳐라라고 말하고, 역시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밴드의 꿈 같은 거 너도나도 포기할 때도, 나는 한 번도 기타를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꿈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은,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기타 연습을 1년 정도 해보고 결판을 내는 것이 아니라,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그 꿈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 <너 외롭구나> p281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나의 인생을 즐겁게 채우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날그날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은 어떤 목적을 향한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환경이, 기회가 받쳐주질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 들으세요. 좋은 기회는, 내가 최선을 다할 때가 좋은 기회이고, 좋은 환경은 내가 최선을 다하는 그때가 좋은 환경인 것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됐어요라는 말은 적어도 마흔이나, 일흔 살쯤에 하는 겁니다. 그 이전에 그런 말을 한다면 그건 무조건 엄살입니다. 왜냐하면 젊음에는 한계도 없거든요.

- <너 외롭구나> p283 중에서  

돈을 목표로 하는 인생은 끝없이 돈의 노예로 살아가야 합니다. 명예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영원한 사다리를 올라야 합니다. 권력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영원히 타인을 짓밟아야 합니다. 그 고단한 경쟁의 운명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젊은 나이에 미래를 생각하면 죽고 싶은 기분만 들 뿐입니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 고단한 경쟁의 연속일 뿐이고, 지면 안 된다, 실패하면 그리고 낙오자가 되면 상상도 할 수 없이 불행해진다는 공포는 누가 당신의 머릿속에 주입해 놓았을까요?

이제, 당신을 불안하게 하는 그 모든 확신을 다 떨쳐버리고 행복에 대해 예측해봅시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조건을 뺀 행복의 조건,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판가름이 불가능한 삶의 가치를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거기서 벗어나서, 독창적인 행복의 기준을 여러분이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깜깜하게 로봇처럼 살면서 세금이나 바치는 사회의 부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순수한 꿈을 다시 꾸고, 먹고살기 위한 미래 설계가 아니라 내 맘대로 내 멋대로 일하고 즐기며, 어떤 삶의 공포도 가지지 않는 인생 설계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 <너 외롭구나> p319 중에서  

먼저 정상에 오른 사람은 누구보다 먼저 정상에 오른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멋진 풍경도 남들보다 먼저 보았으므로 느긋하게 쉬면서 더 오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정상에 오른 사람은 산등성이 굽이굽이마다 핀 들꽃이며, 향기며, 바람결까지 다 감상하고 느끼고 생각하느라 뒤늦게 정상에 올랐습니다. 혹은 너무 감상하느라 정상에는 오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뿐이죠.

- <너 외롭구나> p328 중에서  

매일 한 점씩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자신감이 결코 없어질 수 없습니다.

알리바이가 없는 자신감은 자아도취입니다. 그런 자신감은 결국 더 큰 불안을 갖게 할 뿐이죠.

자신감을 가지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면, ‘자신을 가지세요. ‘자신을 만들고, ‘자신을 이루고, ‘자신을 경영하세요. 별로 해보지도 않고 운명 탓을 하거나 세상을 탓하지 마세요.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별로 해보지도 않았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느냐고 반박하고 싶으시겠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자신 있게 말하거니와, 우리나라에서 그 어떤 분야든지 보통 사람의 두 배만 노력하면 그 분야에서 누구나 상위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소질 유무와 관계없이 말입니다.

보통 사람보다 두 배의 노력을 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보통 사람의 두 배만 하면 성공한다니 얼마나 살기 편한 사회입니까. 이런 사회에서도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면, 정말 나태하게 살아온 겁니다.

- <너 외롭구나> p355 중에서 -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책 표지에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내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다시 읽으며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카운슬링 책이 아닌 막연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꼭 청춘이 아니어도 삶의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나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이들에게, 답을 원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어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명쾌한 진단, 분석과 함께 시원해답을 내려주는 해결사 같은 책이었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지만 어디 가서 누구한테 물을 지조차 몰라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싶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는 친구나 선배에게서 얻을 수 없는 값진 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나는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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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양심을 밝히는 길 살림지식총서 453
윤홍식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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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 어려운 말을 쓴다 싶으면 문자 쓴다며 놀리며 공자왈 맹자왈 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평소 그런 식으로 좀 학식 있는 말을 한다 싶으면 공자와 맹자를 떠올릴 정도로, 공자, 맹자하면 지성인으로 인식을 함과 동시에 그들이 쓴 논어나 맹자 등의 고서들은 어려운 책으로만 여길 따름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궁금하기는 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지 말이다. 하지만 서른이 넘도록 공자든 맹자든 그들과 관련 된 책은 전혀 읽지 않았다.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은데 어려운 책으로 인식되어 있는 책이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얇은 두께감에 한결 마음을 놓고 논어에 관한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나에게는 어려웠다. 분명 글자로 되어 있기는 한데 분명 눈으로 읽고 읽기는 한데, 머릿속으로 내용이 잘 들어오지를 않았다. 작은 사이즈의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다 읽은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고서에 관해 풀어 놓은 책이나 보니, 아무리 쉽게 풀어 쓰려고 해도 쉽게 풀어 쓰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인간, 양심, 도덕성, 물질문명, 정신문명, 이익, 세계 등 다소 심도 있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추구, 근간, 창출, 매몰 등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다 보니, 한 줄을 읽고 이해하는데도 집중을 많이 해야 했다. 확실히 쉬운 책은 아니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나의 부족한 학식과 이해력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다시 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심의 계발에 대해 동서양의 어떤 고전보다도 자세한 가르침이 담겨있는 경전이 바로 논어.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문답을 문인들이 기록한 것으로 평생 양심의 계발을 추구한 공자의 가르침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우리는 여기서 양심계발의 비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향후 인간이 나아가야 할 인간의 길이 선명해질 것이며, 물질문명이 가져온 온갖 병통을 말끔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7 중에서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자공아,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아니다. 나는 오직 하나로 꿰뚫었을 뿐이다.” -논어』「위령공

자공은 공자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함이 없는 것을 보고 그를 박학다식한 사람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평생 자신의 양심의 계발에만 심혈을 기울인 공자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건 바로 나는 오직 하나, 즉 양심을 계발하려고 했을 뿐이다.”라는 말이었다. 책을 볼 때나 일처리를 할 때, 남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 늘 양심에 비추어 보고, 그 옳고 그름을 자명하게 판단한 뒤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양심을 계발하는 첩경이다. 그러면 수많은 지식이 자연히 하나로 꿰어지게 되고,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 모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게 된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26 중에서 -

    

책을 읽다 중간중간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책을 덮고 싶기도 했지만, 어렵게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이왕 읽은 거 끝까지 읽어보자 싶었다. 부끄럽게도 책<논어>가 공자에 대한 책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어렵고 깊은 내용은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대체 공자의 뜻이 무엇일까를 가장 염두 해두고 책을 읽었다. 공자의 뜻은 다양한 말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이 책의 표지에 적힌 제목대로, 공자의 뜻은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그대로였다. 하지만 책 표지에 그토록 분명히 공자의 뜻을 적어 놓았음에도 책을 읽으며 공자의 뜻을 헤아리려 하다 보니, 이 말도 저 말 같고, 저 말도 이 말 같고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조금 읽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도 몇 차례였는지 모르겠다. 잘은 몰라도 계속 읽다 보면 머릿속에 남는 단어는 양심이었다.

 

평소 양심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나마 조금 깊이 생각했던 때는 학창시절 도덕시간이었다. 생활 속에서 양심을 떠올릴 때는 길가다 쓰레기 버릴 곳을 못 찾을 때, 급하게 가야하는데 횡단보도 앞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 공자는 이 양심을 지키는 것이 군자가 되는 길이라 말하며, 사람들이 양심이 인도하는 대로만 따르면 세상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심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했고, 공자 자신도 평생 양심을 계발하고 알리기 위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그를 따랐고 말이다. 공자는 정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남들은 평생 살아도 모를 삶의 본질을 찾고, 그걸 설파하고 지키며 삶을 살아 갈 수 있었을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며 자신의 이름과 저서와 뜻을 알리며 말이다.

 

 

 

자공은 자금에게 공자에게 수많은 정치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그에게 성인이 지니는 다섯 가지 덕목이 있기 때문이라 답한다. 그것은 바로 온화함 선량함 공손한 단속함 겸손함이다. ‘온화함이란 나와 남을 두루 사랑하고 포용하는 관대한 마음이니 사랑을 갖춘 마음이며, ‘선량함이란 선을 좋아하고 악을 피하는 지혜를 갖춘 마음이다. ‘공손함겸손함이란 자신을 낮추어 남을 배려하고 전체적인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는 마음이니 예절을 갖춘 마음이며, ‘단속함이란 자신의 욕망을 단속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니 정의를 갖춘 마음이다. 그리고 다섯 가지 덕목이 늘 한결 같은 것은 성실을 갖춘 마음이다. 양심의 다섯 가지 덕목 중 성실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앞의 네 가지 덕목을 늘 한결같이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 성실이기 때문이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35 중에서  

우리의 마음에는 누구나 이 선천적인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해 하며(사랑), 잘못된 것을 보면 공분하고(정의), 남과 조화를 이루려 하고(예절), 옳고 그름을 분명히 변별하는 것이다(지혜). 그리고 이 네 가지 양심의 발동은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다(성실). 우리 조상들은 이 양심의 덕목, 인간의 본성을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에 새겨놓았다. 서울의 ‘4과 중앙의 보신각이 그것이다.

동쪽으로는 봄처럼 훈훈한 사랑을 흥기시키라고 흥인지문이라 이름 지었고, 서쪽으로는 가을처럼 추상같은 정의를 돈독하게 하라고 돈의문이라 이름 지었다. 남쪽으로는 여름처럼 화려한 예절을 숭상하라고 숭례문이라 이름 지었고, 북쪽으로는 겨울처럼 은밀한 지혜를 넓히라고 홍지문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성실을 상징하도록 보신각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우리의 양심을 그대로 문과 종각에 새겨놓은 것이다. 이것들을 보면서 늘 우리 마음의 양심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41 중에서  

논어에서는 양심을 가장 온전하게 밝힌 존재를 성인이라 한다. ‘이란 하느님의 명령, 양심의 소리를 남보다 잘 듣고 남에게 잘 설명해주는 탁월한 존재를 의미한다. 공자가 자신을 가리켜 나는 다만 진리를 배움에 싫증내지 않고, 진리를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이야말로 성인을 지향한 그의 일생을 축약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자 자신은 절대로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다. 늘 자신의 양심을 온전히 밝히려 노력하고, 남에게 양심의 길을 제시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성인의 삶을 살 뿐 스스로를 성인으로 자처하지 않는 경지야말로 진정한 성인의 경지일 것이다. 공자는 인격의 완성자인 이러한 성인이 되기 위해 양심을 닦아가는 존재를 군자라고 불렀다. 군자는 (임금 군)’자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 ‘Leader'라는 의미다. 그러나 보통 리더가 아니라 양심적 리더. 먼저 양심을 밝혀 자신을 닦고, 남을 자신처럼 사랑하고 도와주는 리더가 바로 군자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48 중에서  

정의란 다른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받기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는 양심의 지상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것일 뿐이다. 사랑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정의다. 남을 나처럼 사랑하는데 어떻게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겠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진실로 사랑에 뜻을 둔다면 악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논어』「이인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70 중에서  

우리는 인간관계를 잘 경영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흔히 윗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내가 아랫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윗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윗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늘 이렇게 살아가자. 그러면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것이다. 점차 더 익숙해지면 장차 군자와 성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77 중에서  

공자는 자신의 양심이 인도하는 대로 자신이 자명하게 아는 선에서 자명한 것과 찜찜한 것을 남김없이 설명해주기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방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코칭이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90 중에서 -

      

공자가 말한 양심을 밝히는 것의 중요성이 눈에 가장 잘 들어왔을 때는 정치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그제야 그가 말한 양심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크게 동떨어진 학문에만 나오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과 직결된 일이라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양심이란 것을 그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도덕이라는 관점에만 주로 적용하며, 아이들에게는 지키도록 가르치지만 어른들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지키는 것이란 여겨왔구나 싶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로 건너고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기다렸다가 초록불일 때 건너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도덕이고 양심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과는 다르게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을 비양심적인 행동이라 여기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급하니까 어쩔 수 없고 어차피 차도 없으니까 라고 합리화 시키며 말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답을 알려주는 가르침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는 가르침이었다. 공자는 모든 것을 각자 자신의 양심에 묻고 양심을 따르라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부모의 3년 상을 1년 상으로 하면 안 되냐고 묻는 제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고, 제자에게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지를 묻고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 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제자가 간 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제자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거나 설득하려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다 보니 공자가 한 행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었기에 그의 행동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아이가 옳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겨질 때 아이에게 내 생각을 가르치려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하려고 할 때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지켜만 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는 내가 자식에게 받고 싶은 것을 부모님께 드리고, ‘내가 자식에게 바라지 않는 것을 부모님께 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참된 예절이다. 이것이 살아계실 때 예절에 맞게 부모님을 섬기는 것이다. 부모님계서 돌아가실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을 부모님께 드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부모님께 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예절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님께 마음에도 없는 형식적인 예절만을 갖추는 것은 진정한 효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95 중에서  

애공이 어떻게 해야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곧은 것(군자)을 들어다 굽은 것(소인)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복종할 것이며, 굽은 것을 들어다 곧은 것 위에다 놓으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셨다. - 논어』「위정

소인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 것은 지도자가 백성의 이익은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다. 오직 군자라야 백성이 이익을 자신의 이익처럼 챙겨줄 것이니 천하가 그에게 진심으로 복종할 것이다. 이런 당연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에 진정한 군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공자가 제시한 대로 양심의 회복을 이루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땅에도 세종대왕과 같은 양심적 리더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 <논어 양심을 밝히는 길> p101 중에서 -

   

이 책의 마지막에 언급되고 있는 양심적 리더라는 말을 보자마자 정말 그런 사람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너무 꿈이 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종대왕과 같은 양심적 리더가 정치계에 등장한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이미 어딘가에는 존재하지만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환한 빛을 발하는 세상이야 말로 살기 좋은 세상일 텐데 말이다. 양심적 리더가 아직 등장을 못한 건지, 그런 사람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세상이 아직 안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오직 하늘만이 알 일이니까.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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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우 중국어 첫걸음 Basic - 성조 걱정, 한자 걱정 없이 화살표만 따라가면 중국어가 된다!
임선민.최재봉 지음 / 로그인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대세라는 중국어. 우리 세대까지 아직 영어만으로 충분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중국어가 필수라는 말을 엄마들끼리는 많이 한다. 그런데 영어도 중학교에 가서야 배우기 시작하고,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도 일어와 독일어 중에서 택해야 했던 세대인 나에게 중국어는 너무나 낯선 언어였다. 당시 이소룡이나 성룡같은 무술인들이 나오는 중국 영화를 곧잘 보며 자랐음에도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시피했다. 물론 중국어가 그나마 우리나라와 같은 한자문화권에 있으니, 마음먹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히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중국어는 영어보다도 어렵고 복잡하게만 여겨졌다. 주워들은 풍월은 있어서 중국어에 다섯 개로 된 각기 다른 발음이 있어서 같은 발음이라 하더라도 성조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것 역시 중국어에 대한 벽을 높게 느끼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세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영어의 벽도 아직까지 넘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중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도 했다. 아직도 영어의 벽 앞에서 아직도 쩔쩔 매고는 있지만, 그래도 영어는 오랫동안 접한 언어이다 보니 이제는 조금 언어로서 사용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이 세계에 갖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졌고, 중국어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커서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에 가는 시기가 되고 보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중국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 싶었다. 영어만 해도 아이들한테 일찍부터 접하게 해주고, 생활언어도 사용하게 하니 영어를 학문이 아닌 언어로서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중국어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내가 중국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가능하지 싶어 중국어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어는 가깝고도 먼 언어였다. 좀 배워볼까 싶어 인터넷 강좌를 듣다가도 항상 성조를 익히는 과정을 넘기지 못했었다. 그러다 결국 중국어는 나와는 가까워질 수 없는 언어로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중국어에 대한 벽을 조금 낮추게 되었다. 이 책은 정말 딱 나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고 있었다. ‘실제 중국어 초급자의 눈높이에 맞춘 책보다 전공자 입장에서 쓰여진 입문서가 대다수이다.’는 것을, ‘대다수의 학생들이 성조와 발음 중심의 학습에 질려서 1~3개월 만에 중국어를 포기한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슥 훑어만 보고도, ‘~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중국어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깔끔한 구성 덕분에 자세히 읽지 않아도 내용이 한 눈에 다 들어왔고, 간결한 그림과 글자가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언어를 배울 때 한국어로 발음을 써 놓은 것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중국어가 워낙 낯설다보니, 중국어 발음을 중국어 발음 기호만으로 적어놓지 않고 한국어로 적어 놓아서 나로서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중국어의 원리를 계속 기억할 수 있도록 상단 부분에는 항상 중국어 원리와 간단한 예를 제시해놓고 있어, 다양한 활용 문장을 보면서도 중국어의 원리를 계속 떠올릴 수 있어 참 좋았다. 특히 각 장의 맨 앞부분에 있는 그림 카드 형식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중국어 어순은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접하게 할 때 아주 유용할 듯했다. 그림 카드가 나온 페이지를 복사해 자른 뒤 카드 앞장은 그림과 중국어, 중국어 발음기호가, 카드 뒷장은 한국어가 보이도록 만들어서 말이다. 그렇게만 해도 이 책으로 간단한 중국어 카드를 40세트나 만들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카드 배열을 통해 중국어의 어순을 쉽고 재미있게 접하게 할 수 있지 싶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처음으로 나는 신문명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도 QR코드, QR코드 많이 듣기는 했지만,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다보니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었다. 이참에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 처음에는 뭘 몰라서 스마트 폰 카메라를 QR코드에 갖다 대었다. 당연히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았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 폰에 QR코드 리더라는 앱을 설치했다. 그런데 그 앱을 실행해서 QR코드에 갖다 대놓고도 QR코드가 주는 정보를 제대로 실행시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QR코드라는 것과 씨름을 하면서 어른들이 왜 컴퓨터나 스마트 폰 다루는 것을 어렵게 여기시는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QR코드를 제대로 실행시키는 순간! 나는 이 좋을 걸 왜 여태 몰랐을까 싶었다. CD가 없어도, CD플레이어가 없어도,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 폰만 있으면 이렇게 손쉽고 간편하게 해당 페이지의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난 이 QR코드에 빠져들게 될 듯했다. 사실 언어와 관련된 책을 보면 CD가 첨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든 것이 책을 보면서 CD를 들으려면 따로 CD를 작동시킬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CDCD플레이어를 통해 작동시킨다 하더라도 해당 페이지를 들을 때마다 CD에서 찾아 플레이를 시켜야하니 아무래도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다. 마음먹고 공부하려면 기본적으로 책, CD, CD 플레이어를 모두 셋팅해 놓아야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책과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 폰만으로 가능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이 좋아져도 너무 좋아졌구나 싶었다. 이 책만으로도 중국어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졌는데, QR코드 덕분에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과 같이 책을 보며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이 책을 보며 중국어에 대한 부담과 거리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동안 없던 중국어에 대해 관심이 조금 더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중국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무한 자신감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렇듯 중국어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조건 암기도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낯선 중국어의 한자와 발음을 암기해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다. 그건 중국어 뿐 아니라 어느 언어를 공부하더라도 필요한 것이니, 중국어를 익히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그래도 그것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된다.

 

 

중국어의 어순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중국어의 어순은 주어와의 관계가 결정합니다. 일단 주어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주어(기준이 되는 주인공)로부터 보이는 순서대로, 사건이 전개되는 순서대로,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순서대로 단어가 나열됩니다.

- <애로우 중국어 첫걸음> p13 중에서  

중국어는 주어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단어를 늘어놓는다라는 핵심 원리만 익히면 누구나 생각하는 대로 바로 말을 만들 수 있는 놀랍도록 쉬운 언어입니다.

- <애로우 중국어 첫걸음> p14 중에서 -

 

이번에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중국어에 대한 마음의 벽이 굉장히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책이 단순히 가르치려고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어가 갖고 있는 원리를 너무나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단순히 중국어가 영어와 어순이 같다는 정도로만 중국어의 어순을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로 중국어의 어순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중국어의 어순을 이렇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주어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단어를 늘어놓는다라고 말이다. 사실 나는 중국어의 어순을 설명할 때 당연히 영어를 기준으로 비교하며 설명할거라고 여겼는데, 이 책은 중국어만을 놓고 중국어를 기준으로 중국어의 원리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중국의 언어적인 부분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에도 해당이 되는 것이지 싶었고, 그것은 중국어 뿐 아니라 중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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