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436
정은숙 지음 / 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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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임에서 우연히 막걸리를 한 잔 마시게 되었다. 아마도 막걸리를 마신 건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인 듯 했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찾는 술도 아니었고, 막걸리는 숙취가 심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평소 술자리에서 잘 찾는 술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마셔서 인지, 막걸리가 꼭 이것저것 다양한 맛이 섞인 칵테일 같기도 했고 달콤하면서 입에서 톡 쏘는 맛이 스파클링 와인 같기도 했다. 막걸리 잔만 바꿔서 마시기만 하면 막걸리도 훨씬 분위기 있는 술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각보다 막걸리 맛이 좋아 집에다 맥주나 와인만 사두지 말고 언제 한 번 막걸리도 사 놔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무관심했던 막걸리에 약간의 호감을 갖게 되었을 때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내가 막걸리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걸리 9가지 이야기

하나, 물에서 불이 났구나!

, 막 걸러 막걸리로구나!

, 오랜 세월만큼 그 이름 또한 많구나!

, 아랫사람(농민)들이 마시던 술?

다섯, 오덕삼반(五德三反)의 술

여섯, 술에 세금을 매겨라!

일곱, 쌀막걸리를 금하라!

여덟, 가장 값이 싼 술? - 나라의 특혜를 받다

아홉, 그들의 은밀한 관계? - ‘동동주막걸리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막걸리의 기본 재료는 멥쌀, 찹쌀 등 전분을 가진 곡물과 누룩 그리고 물이다. 항아리 안에는 어머니와 향과 같이 밥 냄새를 풍기는 고두밥과 누룩, 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이불을 뒤집어쓴 항아리에서 보글보글 끊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술덧에 크고 작은 거품이 일고 있다. 한껏 부풀어 오른 거품이 양조장 주인장에게는 마치 여인네의 젓가슴처럼 보였나 보다. 술의 원초적 생명력이 느껴진다.

술덧에 거품이 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룩 속의 효모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불은 지피지도 않았는데 마치 항아리에 불을 지핀 듯 거품이 나는 것이 마냥 기이하였다. 술을 만들어 내는 알코올 발효 과정, 즉 미생물들의 향연을 알지 못한 그들은 물에서 난데없이 불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수불이라 하였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이라는 말이 바로 이 수불에서 수울수을술로 변화되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부풀었다 터졌다 하며 끊어 오르던 수불(거품)이 희미한 숨소리와 함께 눈 녹듯이 사라져 가면 알코올 발효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 <막걸리 이야기> p4중에서 -

막걸리란 도수를 낮추고 양을 늘리기 위해 익은 술덧에 또는 청주를 뜬 후 남은 지게미에 물을 넣어가며 체에 거른 술이다. 일반적으로 탁주와 막걸리는 같은 의미로 혼용되나 탁주가 막걸리보다 범주가 더 넓다. 막걸리는 탁주류의 하나로 물을 쳐 가며 거른 술로 설명할 수 있다. 맑게 고인 술을 조심스레 뜨는 청주와 비교하면 투박하고 거침이 없다. 이름 또한 있는 그대로 (마구/거칠게)+거르다하여 막걸 리가 되었다.

- <막걸리 이야기> p5중에서 -

  

우선 막걸리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편견이었던 막걸리의 숙취였는데, 이렇게 막걸 리가 숙취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은 막걸리에 대한 나라 정책이 자꾸 변하면서 생겨났던 현상이었던 것이다. 막걸리의 흐름에 있어서는 일족의 과도기에 해당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동안 막걸리도 꽤 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루었고, 이제는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막걸리와는 상당히 다른 맛과 이미지를 가진 술이 되어 있었다. 특이 이 책의 마지막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게다가 막걸 리가 평범한 술이 아니라 한국음식 겸 막걸리 전문점인 막걸리바에서 파는 고급술로 알려져 있다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막걸리 전문점이 생겨났다고 하니 언제 함 가봐야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마신 막걸리에서 나는 전과는 다른 맛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막걸 리가 갖고 있는 숨겨진 매력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막걸리가 막걸러서 만든 술이라는 이름처럼 고급스런 이미지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평범한 이미지가 전부였지만, 막걸리가 갖고 있는 풍부한 맛을 잘만 이용한다면 와인 못지않은 분위기 있는 술이 될 역량이 충분하지 싶다. 어쩌면 이 책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언젠가 세계맥주를 고르듯, 와인을 고르듯 지역의 막걸리를 골라 마시며 막걸리를 즐기는문화가 더 넓게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중간 즈음부터 시작되는 각 지역의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나는 각 해당 지역에 갈 때마다 음식점에서 각각의 지역 막걸리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막걸리는 다 똑같은 막걸리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막걸리가 있는 줄이야.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깜짝 놀란 것이기도 하다. 여행을 할 때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즐거움인데, 거기에 이제 마시는 즐거움을 더 하는 것도 좋지 싶다.


 

모든 전통주는 동동주를 모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동주라는 부모로부터 청주, 탁주, 막걸리, 소주라는 자식이 태어난다. 그래더 동동주가 맛있으면 청주, 탁주, 막걸리, 소주의 맛도 좋다. 동동주는 청주와 가깝고 잡맛이 없으며 도수는 청주보다 약한 11~14도다. -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님 인터뷰 중에서

- <막걸리 이야기> p16중에서 -

막걸리와 막걸리의 간극(間隙)

빚는 법을 취()하라 - 가양주막걸리 vs 양조장막걸리

술의 씨앗 누룩을 취()하라 - 전통누룩막걸리 vs 입국막걸리

재료의 다양성을 취()하라 - 쌀막걸리 vs 밀막걸리

장기보존법을 취()하라 - 생막걸리 vs 샬균 막걸리

단맛을 취()하라 - 인공감미료 첨가 vs 인공감미료 무첨가

막걸리 도수를 취()하라 - 6도 막걸리 vs 10도 막걸리

마시기 전에 취()하라 - , ,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막걸리의 맛과 이야기를 담다

서울.경기

대중의 맛을 이끌다 - 서울탁주의 장수 생막걸리 : 서울

대통령은 막걸리를 좋아해 - 배다리 막걸리 : 고양

군인의 젖줄이 되다 - 포천 이동막걸리 : 포천

양조장의 추억 더듬기 - 지평 막걸리 : 양평

막걸리계의 허준을 꿈꾸다 - 불곡산 막걸리

강원도

강원도 두메산골의 술 - 옥수수 막걸리 : 정선

엿 고는 황골마을의 술 - 옥수수엿술 : 원주

그곳 땅에서 나는 작물을 살려라 - 송이 동동주 : 양양

충청도

효모에도 고수들이 있다 - 덕산 막걸리 : 진천

대통령을 추억하다 - 오곡진상주 : 단양

쌀과 이야기를 나누다 - 미담(美談) 막걸리 : 당진

경상도

밀막걸리를 사수하다 - 불로 막걸리 : 대구

짭조름한 왕소금과 만나다 - 화곡 막걸리 : 안동

음악에 맞춰 춤추게 하라 - 단장 막걸리 : 밀양

전라도

남쪽 바다 섬의 자연을 머금다 - 개도 막걸리 : 여수

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 - 황금빛의 술, 울금 막걸리 : 광주

부산

누룩마을의 술 - 금성산성 막걸리

- <막걸리 이야기>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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