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 몸의 기억을 물리며 사람됨을 길러 온 장인들의 교육법, 그 어제와 오늘 나무에게 배운다 2
오가와 미쓰오 & 이카루카코샤의 제자들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엮음, 정영희 옮김 / 상추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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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너무 좋은데 책으로서는 아쉽다. 우선 중간에 별도의 세팅 없이 화자/시점이 슝 바뀌는 건 무슨 경우? 아주 가끔 이런 책이 있던데, 그러면 책으로서 생 아마추어로 보인다. 여튼 이것은 원전의 문제고. 중간에 갑자기 글자 폰트가 바뀌는 놀라운 현상은 무엇? 이건 우리쪽 출판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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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 몸의 기억을 물리며 사람됨을 길러 온 장인들의 교육법, 그 어제와 오늘 나무에게 배운다 2
오가와 미쓰오 & 이카루카코샤의 제자들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엮음, 정영희 옮김 / 상추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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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그런 일에 그리 낙담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군.‘ 하고 생각한 것이 다였죠 쓸데없는 일을 심각하게 걱정하거나 곱씹지 않고, ‘될 일은 된다. 말씀하신 대로 해보자.‘ 그렇게 여기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원래부터 손이나 몸이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습니다. ... 장인의 일이란, 그런 식으로 몸을 써서 기술을 익혀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대목장이 저를 두고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몸이나 손으로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하는 사람"이라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는 그래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 성격이었던 거지요. (31)

제가 처음으로 산 연장은 숫돌이었습니다. 비쌌어요. 고르기도 어렵지요. 그래도 남한테 물어서 사면 안 됩니다. 자기 돈으로 이것저것 사 보면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 가지 않으면 결코 제 것이 되지 않습니다. ...... 좋은 날붙이를 가지고 있더라도 숫돌이 시원찮다면 소용없거든요. 숫돌이 좋으면 연장이 그만 못하더라도 쓸 때마다 갈아 쓰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반대라면 그렇게 안 되지요. (55)

목수 학교에서 조금 배우고 온 사람은 전혀 다릅니다. 목수 학교에서는 "이렇게 하면 잘 깎인다." 하고 설명해 주잖아요? 그래서 그 설명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겁니다. 되도록 비슷하게 하려고 하지요. 머리에 남아 있는 설명 그대로 굳어져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그게 오히려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들어요. 목수처럼 몸으로 기술을 익히는 사람에게 그런 지식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만 되지요. 스스로 생각하고 몸으로 익힌 기술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지식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도 할 수 있어요. 기술이 몸에 배는 데에는 그편이 훨씬 낫습니다. 지식이 없으면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지식을 버리라는 말을 들어도 그게 좀처럼 잘 안 됩니다. 자기 지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못 나가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니 말입니다. (58)

스승과 항상 함께해야 합니다. 함께 밥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무엇을 느끼는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만 하지요. ... 대목장이 만진 것을 저도 만졌고, 뭐든 대목장이 하시는 대로 했습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신문도 텔레비전도 보지 말고, 오직 날붙이 가는 연습부터 하라고 하시면 그대로 따랐습니다.
제 밑으로 들어온 제자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고 있어요. 더 품이 많이 드는 방식이지만, 제자를 제대로 키우자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생활하며 한솥밥을 먹는 겁니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같은 공기를 마셔야 합니다. (101)

특시 목수는 매일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라 나무에 대해서 민감합니다. 커다란 부재를 앞에 두면,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도 뱃심도 시험받고 있는 거지요. 장난삼아 만지작거릴 나무가 아니라, 아주 크고 비싼 나무를 맡겨, 깎게 하거나 끌질을 시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어느 정도 깊이까지 파내면 되는지 몇 번씩 확인할 테고, 마지막에는 뱃심을 부려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성공한다면 커다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거지요.
......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커다란 나무를 앞에 두고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커다란 나무는 자연스레 사람을 크게 성장시키니까요.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평범한 살림집을 지었다면, 평생 가도 천년을 살아온 나무를 만져 볼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거대한 것을 대하다 보면 사람도 커집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젊을 때부터 시간이다, 돈이다 그런 것만 생각하면 인간이 자잘해집니다.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어찌 되건 말건 마음껏 끝까지 해 버립니다. 그게 답니다. (118)

잘 드는 날붙이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람을 시켜 일을 하는 도편수나 스승이 되기보다, 평생 연장만 잡고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 재미가 잊혀지지 않는 거지요. 나무를 만지는 일에는 그런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121)

기계가 없어도 사람 손으로 가능합니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기계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돼 버리고 맙니다. 이래서는 기계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계가 목수 일을 얼추 해치우더라도, 기계로 다루기 어려운 나무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기계는 나무에 맞춰서 날을 간다거나 각도를 조절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요? 기계로 다루기 어려운 나무는 쓰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쓰기 편한 쪽으로 계속해서 흘러가고 마는 거지요. 그러면 장인의 손 기술 같은 건 죽어 버리고 맙니다. 장인의 손 기술이 죽으면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 보겠다.‘ 할 때, 아무것도 못 하게 되어 버립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고 할 때, 아무런 생각도 내놓지 못하게 됩니다. (124)

류진무라에 있는 겐짱의 집에는 논밭이 조금 있습니다. 장남이고 하니 모내기나 가을걷이 때에는 시골에서 농사일을 돕지요. 어떤 목수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바쁜 시절에는 농사를 짓고 그게 끝나면 목수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옛 호류지 목수가 살아온 바로 그 방식입니다. 니시오키 대목장을 마지막으로 하는, 궁궐목수 본연의 생활 방식인 것이지요. 자신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땅에서 멀어지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살면 이익에 떠밀려 날림으로 일하는 법은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겐짱은 똑똑하게 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중요한 존재였구나 싶습니다. (133)

사코다는 눈치가 없고 하나타니는 눈치가 빠르지. 보통은 하나타니를 칭친할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거 싫어해. ‘뭐 할까요?‘, ‘뭔가 할 일 없어요?‘ 하는 그런 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약삭빠른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도편수가 되어 뭔가 하려고 할 때 그런 건 아무 도움도 안 되거든. 본질을 꿰뚫을 수 있도록 생각해야 한다. 진짜만을 생각해야 해. 억지로 거짓된 무언가를 꾸밀 필요는 없어. (179)

대장처럼 회사를 혼자 이끌 생각을 없습니다. 뭔가 좀 한심한 이야기지만,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기백 같은 건 없습니다. 항상 이인자, 그 언저리가 제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앞날을 그리고 있어요. 누군가 어딘가에서 일을 하려고 할 때, 그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239)

전에 마쓰나가 군 입사식 때, 니시오카 대목장이 못 오셨습니다. 그래서 대장이, 대목장께 전화를 걸 테니 너희들 중에 누가 받으라고 하셨죠. 다른 두 사람이 긴장해서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제가 "네!" 하고 전화를 건네받았습니다. 대장이 뭔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우주는 얼마나 넓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니시오카 대목장은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너는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좋으니 기술을 익히는 것만 생각해라." 하셨어요. 하지만 그러시고는 "우주의 넓이란 대자연 그 자체이며, 그 대자연 속에 너희들이 있는 것이다."라며 오래도록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물었던 건데, 뭔가 나쁜 짓을 한 것처럼 상당히 죄송스러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정말 기뻤습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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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 예종.성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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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의 족질은 대체 무슨 병? 성공으로 보이는 삶도, 코 앞에서 보면 크고 작은 실패로 모자이크 돼있고 세대 가로질러 내다보면 비극으로 가는 큰 한 걸음일 수 있음을, 성종에게서 다시 본다. 정희왕후는 청의 효장급인걸? 진짜 멋지고, 효장식 로맨스 하나 추가하면 히트작 주인공으로도 손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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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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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 원문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권은 한시 국한문 병기라 좋았음. 자연에겐 때로 묻고 싶어, 왜 이런 낭비 하냐고. 천재지변이라면 몰라. 그것은 사실 낭비 아니야, 이게 낭비지. 왜 어진이와 포악한이 같이 태어나게 해서 후자가 전자의 목숨&모든 선한 가능성 계란 깨듯 깨버리게 놓아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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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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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훌륭한 건 상식이고, <한국의 유교화 과정>도 지적한 세종대의 보수화(수직 부계화, 짤없는 성차별)가 한반도 고유 풍속(고려의 수평 질서) 따르는 백성들에게 큰 고통 줬다는 지적 好! 두 세대에 걸친 인위적 외척 단절이 단종에게선 자연스레 이뤄졌으나 덕분에 천애고아된 단종. 역사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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