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아이들, 어른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대요.

1. 저를 버릇없는 아이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부모님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가지 요구를 하지만 다 얻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2. 저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3. 저에게 나쁜 버릇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두지 마세요.

4. 제가 어리다고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우습게 여기면 저는 터무니없이 다 자란 척하거나 잘난 척하거든요.

5. 가능하면 사람들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조용히 둘이 있을 때 지적해 주시면 저는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

6. 제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에 대해 너무 보호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고통스러워도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선 책임을 느껴야하거든요.

7. 저의 실수가 죄악인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죄책감은 저의 존재 가치를 좀먹으니까요.

8. '엄마 미워' 라고 했을 때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제가 미워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절 윽박지르는 엄마의 권위니까요.

9. 제가 아프다고 할 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어요. 가끔씩은 관심을 끌려고 괜히 한 번 그래 보기도 하거든요.

10. 전 정말 잔소리가 싫어요. 그렇게 계속 잔소리 하시면 저는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귀먹은 척 할 거에요.

11. 저에게 경솔한 약속은 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약속을 못 지키시면 저는 실망한답니다.

12. 저는 정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아직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면 차차 잘하게 될 테니까요.

13. 제가 정직하지 못하다고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저처럼 어린 아이들은 겁이 많아서 쉽게 거짓말을 하니까요.

14. 제가 질문할 때 회피하지 마세요. 안 가르쳐 주시면 저의 큰 호기심은 사라지거나 엉뚱한 데에 가서 다른 답을 찾으려고 할테니까요.

15. 제가 무서움을 잘 탄다고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어린아이들은 무서워할 때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16. 어른들은 완벽하거나 결점이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완벽하지 못하고 결점을 드러낼 때 제가 너무 충격을 받게 되니까요.

17. 일관성이 없으면 곤란해요. 이랬다저랬다 하시면 부모님을 신뢰할 수 없어요.

18. 저에게 사과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지 마세요. 솔직한 사과는 부모님을 더 신뢰하고 좋아하게 하니까요.

19. 저는 이것저것 실험해 보기를 좋아해요. 그런 시도 없이는 잘 할 수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20. 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지 잊지 마세요.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자라는 것처럼 부모님도 성장하세요.

21. 저는 부모님의 사랑과 이해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아침저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잖아요.

 

 ## 위의 충고 21가지는 물론 어른이 쓴 글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예쁜 편지지라도 주면서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충고를 적어달라고 해 보면 어떨까. 물론 전부 수용하겠다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실효가 있을 것이다.

20번의 충고는 정말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따라 부모도 성장하여야한다. 아이들의 발걸음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 나름의 싱싱한 가치관에 뒤처지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우리 가훈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난 서슴치않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고 말해주었다.

10번의 충고는 얼마전 이야기를 나눈 학생의 엄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랑 같은 경우다. 3학년 남자아인데, 전혀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 어쩌다 하는 대답도 근성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하려고 하지 않아, 수업 내내 나의 애를 태우는 아이다. 한달을 두고 보니, 아이가 귀기울여 듣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이 소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고를 하면 오히려 자기가 들은 게 맞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면서 도리어 억지를 부리곤 했다. 아주 난감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그 어머니에게 그런 문제점을 슬그머니 꺼냈더니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풀었다. 그 분도 그런 아이의 태도로 고민을 많이 했던 눈치였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태도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알고 요즘은 잔소리를 자제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할 게 있냐고 하는 내 물음에, 그저 보기만 해도 뭐든 동생보다도 느려서 속이 터진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채근하고 윽박지르고 결과에 대해 칭찬보단 동생과 비교하여 핀잔주고 잔소리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라도 원인을 알았으니 되도록 잔소리를 줄이고 있단다. 듣는 건 세상을, 사람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라 생각한다. 나도 때로는 귀먹은 척 하고 살 때가 있지만...  이 아이의 마음의 병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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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3-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늘 아이들 교육에 심혈을 기우리시는 노력에 감탄합니다. 북 리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며 우리가 키웠던 그 시절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답니다.
이 글 퍼 갈게요. 괜찮죠?

프레이야 2004-03-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늘 모자라는 엄마라서 전 이런 글 보면 눈이 번쩍하거든요.
반성이라도 하다보면 어느 날 나아있겠죠.

stella.K 2004-04-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담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퍼가요. 글구 이왕 건너온김에 책한 권 소개해 드리고 갈게요. ^^

아이들에게 표현자유를 돌려줘라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 길

▲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에 일생을 바친 아동문학가의 유고 문집이다. 저자는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의 주문에 따라 일기를 쓰는 교육 현실에 비판적이다.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장이 얼마나 아이들의 진심을 담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일기를 쓰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표현을 억제할 뿐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잘못된 글쓰기 교육이 아이들의 숨통을 막는 것이라고 질타한다.

그런데 교육을 통한 억압에 눌려서 자랐던 한국의 아이들이 시원하게 숨통을 튼 것은 2002년 6월 월드컵 때였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가 아니라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젊은이들의 건강한 축제 문화가 보여준 가능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보인 아이들이며 젊은이들의 나라 사랑이 참으로 뜻밖이고 그들의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아! 이 아이들, 그토록 언제나 짓밟히고 박해를 당했던 그 나라를 이렇게라도 사랑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평생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사랑하며 살았던 저자는 2003년 8월 25일 타계했다. 이 책은 그가 어느 지면에도 발표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던 원고를 모은 것이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프레이야 2004-04-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의 책이네요. 꼭 사서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