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위해서 정리를 하다보니 꽤 어마어마한 양의 먼지를 들이마시면서 느끼는 점은_ 홀가분하다. 박경리 선생님은 말씀하셨지.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시다고_ 언니의 블로그 글 읽다가 공동묘지 산책 운운 형부는 말씀하셨단다. '미래 분양 받을 집' 잘 보고 왔냐고_ 그 구절에서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얼마나 바득바득 살겠노라고 버릴 걸 못 버리고 감싸안고 가나_ 어차피 맨몸으로 왔다가 맨몸으로 돌아가는 게 인간인데_ (하고 책은 못 버리겠네, 하고 이삿짐 아저씨들에게 또 한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안 입는 옷, 못 입는 옷 모두 다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해서 바리바리 싸놓았다. 


 오늘은 대청소의 날_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_ 드넓은 집도 참 좋겠지만 마리까지 네 식구, 집 안에서 뛰어다닐 것도 아닌데 하고 선택했다. 부암동에서 아주 멀리 가느냐 아니면 부암동에서 부암동으로 옮기느냐 이걸 갖고 친정엄마와 남편과 딸아이와 여동생과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전학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무게로 짓눌렀을 때 그 아픈 기억이 아무래도 컸다. 남편도 그렇고 여동생도 그렇고. 낯선 환경에서 낯선 이들과 새롭게 한땀한땀 꾸려나간다는 게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벅찬 게 맞지. 어른에게도 그런데 아이야 뭐 말하나마나. 


 생일 바로 지나서 이사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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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9 11:24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의합니다_
그 말이 어떤 말이든지 간에 그렇게 당신에게 동의할 때가 많았던. 

줏대가 없었던 거 같지만 오롯이 흔들리는 것도 내 몫이었으니까.

가을이란 요상한 계절이다. 
마녀와 같은 계절, 
입술부터 시작해서 손등은 까칠까칠해지고 등에서 버짐이 피어날 것처럼 온몸이 서걱거리는데 
심장은 더할나위없이 청량하니_ 가을은 나를 마녀로 만들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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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벗어날지 말아야할지 전적으로 오롯이 결정을 해야 한다. 서울을 벗어나느냐 서울에 머무르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 또한 대폭적으로 달라진다. 누군가가 선택을 하고 누군가가 결정을 대신 해줄 수 있다면_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붓다는 말씀하셨다. 인생은 고_라고. 손을 번쩍 들고 싫습니다! 항변하고싶다. 버지니아 울프 언니 이마에 얼굴을 맞대고 이런 거 저런 거 중얼거리고 싶은 하루. 퇴근했으나 서울에 남을지 서울을 벗어날지 남편과 두 시간 가까이 전화통화를 하고 잠이 다 깼다. 아 서울이 대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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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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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부부 1회를 놓치고 2회 중간부분부터 봤다. 퇴근하고 쓸데없이 막장 드라마를 보고있는 엄마와 딸 사이에 껴서 멍 때리면서 보고 있다가 저렇게 감정 노출증에 걸린 사람들만 가득하다니_ 막장 드라마의 미학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저런 걸까_ 하면서 보다가 고백부부 봐야 해! 소리를 빽 지르고 아련한 향수에 젖어서 나도 마치 20년 전으로 타임 슬립한 것마냥 좋아서 815 콜라캔 보고 막 흥분했다. 아들과 엄마 사이,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눈 돌아가 벙긋거리는 모습을 2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보아도 역시 그 감정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 장나라는 정말 처절하게 울고 울면서 연기를 하던데_ 아들과 같은 이름의 아이를 마주하고 20년 후의 자신의 처지가 새삼 떠올라 오열. 오열이 끝나고 엄마만 애처롭게 해바라기하는 장나라를 보면서 또 감정이입 과하게 되어_ 엄마는 졸다가 보다가 졸다가 보다가 그러다가 아니 왜 쟤는 자기 엄마를 보면서 저렇게 좋아해? 물어서 감정이입될까봐 차가운 어조로 설명했다. 드라마 다 보고 졸려하는 딸아이 뒤늦게 샤워시키면서_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아빠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정말 열렬히 아빠를 사랑하려나_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 표현을 하려나 물어보았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아빠의 18번 곡이었던 <있을 때 잘해> 이건 정말 명곡이다. 인간이란 어리석은 존재. 순간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여기니까. 버리고 또 버리고 버리면서도 되뇌인다. 아니 이렇게 다 버릴 것을 뭐 하러 그 비싼 돈을 주면서 샀을까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새삼 결심하지. 읽지 않을 책은 사지 말 것. 이사를 가면 도서관과 다시 친하게 지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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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0-15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있을 때 잘해> 이 곡 경쾌한 곡이 야나님에게는 슬프게 들리겠네요..

야나 2017-10-17 00:49   좋아요 0 | URL
아빠 생각 하면서 들으면 흥겹고 슬프고 그래요.

cyrus 2017-10-15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지 않을 책은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어요. 그런데 문제는 다 못 읽고 반납하는 책이 많습니다.. ^^;;

야나 2017-10-17 00:50   좋아요 0 | URL
나도 다시 그 짓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