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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바람이 시작되는 시각, 읽기 시작했다.
후두둑~ 빗소리와 함께.
저녁무렵,
"콤파스태풍이 온다네요~무덥던팔월도견뎠는데,그까꺼~우리함께이겨내요^^"
이런 문자를 교보생명에서 받았는데...... ㅋㅋ
콤파스든 곤파스든 지나가겠지~~
내 안에 올레가 해일처럼 밀어 닥치는데.
시작 부분은 특별한 것이 없다.
강제윤시인의 '올레 사랑을 만나다'와 겹치는 내용이
(올레관계자들, 올레지기, 올레폐인들은 겹칠 수밖에 없으니) 많아서 술렁술렁 읽게도 되었지만
'놀멍 쉬멍 걸으멍...' 때 푹 빠졌던 거에 비하면 나름 올레꾼이 되어선지, 차분하다.
그때는 모든 내용에 밑줄이라도 그을 것처럼 빠져들었는데.
이제는 사진 속의 길이 어딘가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이거나 두번째로 만나는 이들은 여전히 올레를 향한 무장무장한 그리움 더해지겠다는 생각 들었다.
아, 저런 길~~!!
믿을 수 없다.
여기에서 놀았던 날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팔개월 전이다.
비양봉에서 찍은 망망대해를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바꾼지 일주일.
거기 머물던 며칠,
그 바람과 비... 그런데 스스로에게도 놀랍게 고요롭던 시간.
오늘도 한림항에는 배들이 꽁꽁 묶여있겠다.
비 묻어온 바람은 점점 거칠어진다.
중반을 넘어 갈수록 길 내는 여자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끄덕,
그들이 있어 그 길이 있고 그 길에서 치유되는 우리...
감동이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걸으면서 만나고 사람을 위한 길.
오롯하게 사람을 위한.
고맙다.
고맙고도 고맙다.
은근 중독이다.
마지막장을 놓고 창문을 닫았다.
일순 고요하다.
내 안의 올레를 향한 막막한 그리움도 잠시 고요하다.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꼬닥꼬닥 가자.
느리게 꾸준히... 가자.
창문이 잉잉 울어댄다.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