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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ㅣ 베틀북 그림책 13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베틀북 / 2001년 7월
평점 :
삶은 무엇일까? 죽음은 또 무엇일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또 추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생은 늘 에측대로 살 수 없는 것이기에, 그래서 더 가치있는 것일까? 죽음도 기꺼이 친구삼을 수 있는 삶이란 그 뒤안에 얼마나 많은 슬픔과 번민을 감추어 두었기에 가능한 것일까? 미하엘 엔데의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처음 읽었을 때, 책을 덮고도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너무도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를 헤집고 들어왔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이루는 동료들 - 그림자장난꾼, 무서운 어둠,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만나야 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내 인생에서는 결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망상으로 소외된 가치들을 내팽개치고 살아간다. 그러나 삶이란 무엇인가? 늘 동전의 양면이 아니던가? 삶이 언제 우리에게 단 한번이라도 평면이었던 적이 있던가? 삶 자체가 죽음이라는 동전의 또다른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필리아 할머니의 모습은 진실을 깨운다.
오필리아가 마지막으로 만난 떠돌이 그림자, 그 이름은 '죽음'. 그러나 오필리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맞이한다. '그래, 나한테 오려무나.' 언젠가 삶의 마지막날, 또다른 시작이 될 그날, 죽음을 향해 미소지으며, '나한테 오려무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라니... 도대체 삶의 성공은 무엇을 의미하나? 행복하게 한 생을 잘 마쳤다는 것은 어떤 삶인가? 내게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온 적이 있던가. 너무도 많은 질문과 너무도 많은 대답들이 머리 속을 돌고, 또 돌고...
이 세상의 빛깔일 것 같지 않은 환상적인 색채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그림 덕에 책이 던지는 진실은 더 진지하고 저리도록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을 고르기 위해 서 있는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한 마디.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들었다면, 잠깐 참아 주시기를. 그리고 한 때 어린이였고, 언젠가는 늙고 병들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어른'인 당신을 위해 지금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