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랑 놀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1
마생 지음, 홍성혜 옮김 / 마루벌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놀랍다, 신기하다, 재미있다, 즐겁다, 신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느낌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움이 머리와 가슴을 헤집고 콩닥콩닥 뛰어다니는데... 정말 인간들의 상상력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 '숫자'하면 지겨운 수학시험부터 떠오르는 모든 어른들과, 지긋지긋한 그 수의 세계로 들어가야하는 어린이들 모두가 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고 한바탕 놀 수 있는 그림책. 이 책으로 무언가를 가르쳐 보고자 한다면 그것은 작가를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까? 이 책은 인간이 수와 함께하기 시작한 그 순간들처럼, 앎이 행복이고 즐거움이란 것을 깨치기 위해 태어난 책이다. 사서, 보고, 일고, 놀라고, 웃고, 그리고... 이 책 한 권으로 다시없을 행복을 맛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의 질문에 더불어 떠오르는 책이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 책으로 지은 '모모'라는 노래 가사이다.

'인간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단 것을 ...'

인간들은 그 둘도 없는 진리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 기억하지 못한다.삶을 걱정하고 염려해서 적금을 들고, 보험을 들고, 집을 사고, 돈을 벌고... 그렇게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인간을 살아가게끔 만드는 것은 인간들의 사랑, 그것 뿐이다. 물론 나 역시도 이 진리를 실천하며 살기엔 이 세상이 너무도 부조리하게 느껴져 헤매고 있음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톨스토이가 지은 다른 여러 작품들에서 나는 리얼리즘이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글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빨아당기는지 생생하게 체험했다. 그러나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작가가 인생 말년에, 살아오면서 깨달은 철학적 질문을 답하는 작품들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성경을 읽는 것처럼, 때론 교훈적 동화를 읽는 것처럼 빤한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이 주는 감동은 독특하다. 동화라곤 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도 난해한 삶의 진리, 그리고 줄거리의 작위적 구성 따위들을 먼저 인식하면 같은 사람이 쓴 글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만치 엉성하다고 느껴지는 글일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런 생각을 가질 수가 없다.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다) 다닐 적에, 그리고 중학교 독서토론시간에,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 다시 이 책을 접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이토록 심오한 것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내일 일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내 삶에 어린 시절 성경학교에서 배운 얘기를 떠올리게 했다.

'너희는 내일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 하늘을 나는 새와, 들의 꽃들도 다 살아가게 하시는 하느님이 설마 사랑하는 너희의 삶을 예비하지 않으셨겠느냐.'

그때는 그 말이 하느님만 믿으면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의 답을 톨스토이는 이렇게 멋진 비유로 풀어놓았다니. 인간은 자신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살아가지 못한다. 진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 1
우르줄라 하우케 지음, 강혜경 옮김 / 해나무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류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은 어딘가 읽는 동안은 즐거우나 다 읽고 나면 가슴을 깊숙히 찌르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간지럽다고 표현하면 될까? 그래서 방송국등에서 이미 한번 발표된 글을 다시 묶어 내는 것은 특히 잘 잡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끌리는 게 있었다. 그 끌림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했기에, 실패할 각오를 하고 읽었다.

근데... 첫 느낌은 일단, 유쾌함이었다. 세상을 너무 비관하지마,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단다, 너무 튀는 건 좋지 않아... 따위의 얘기를 늘어 놓는 아빠를 향해서 사회 현상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으로 아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의 감각적이 대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아빠가 아마 내가 주위에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편한 것과 불편한 것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다고 외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그 답답함을 유쾌한 비꼬기로 풀어내고 있는 기지가 일단 나를 즐겁게 했다.

근데, 한참을 읽으면서 만나는 새로운 느낌은 어딘가 좀 씁쓸해지는 것, 그것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나와 독자들 역시 이 아빠와 다를 바가 있을까? 이런 사회적 안목 역시, 중산층 독자들의 장식품쯤으로 전락해 버린 게 아닐까? 인종,성, 성적취향, 노인, 청소년, 교육, 전쟁, 정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풍자적일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풍자할 수 있을 만큼 이 문제의 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관조할 수 있을만큼 우리 사회 시민의식이 발전되어 있는 걸까? 씁쓸하다.

책을 덮고 나니, 갑자기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잔인하다.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하지만 카드빚에 내몰려 아이와 함께 자살한 엄마,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식칼테러를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성적 취향을 고민하다 자살한 청년의 이야기가 있는 신문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고 웃는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이 책의 소개글이 '아이와 중산층 아빠의 웃음 터지는 대화'라고 했는데, 이런 책을 읽고 정말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 무감각하거나, 서구풍의 우스개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제기에 한 번 귀기울여 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김화경 지음 / 도원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인 나는 남성들로 부터 늘 공격당하며 산다. 물론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공격들은 청소, 빨래의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성과 정치, 사회 모든 분야에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특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가방끈 길이가 길다고 자처하는 지식인 남성들의 어줍잖은 논리들이다. 그들의 학식이 깊고 넓어서 반격하기 힘들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들이대는 역사적 근거와 인문, 사회학적인 그 모든 자료들이 바로 남성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의 산물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술 취한 사람이 마치 '나는 술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처럼, 그 말이 바로 술에 취한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논리란 것을 모르는 것처럼, 지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나는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게 아니다.'고 말하는 남성들을 상대하기란 한마디로 '우이독경'이다.
그래서인지 페미니즘적 기운이 풍기는 책들을 대할 때면 반드시 작가의 성별을 확인한다. 그리고 남성작가가 쓴 책이라면 열에 아홉은 다시 제자리에 놓아둔다. 이런 내 독서습관을 편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독서습관은 바로 어줍잖은 지식인 남성들의 페미니즘 흉내내기 덕에 생긴 것이니까.

그런데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남성이다. -이름만 보고 여성이라고 오해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싶지만- 그리고 이 책은 명백히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도 내가 편협한 내 독서습관을 깨고 이 책을 주저없이 산 것은 몇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 지은이에게 4년동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지은이가 교수로 일하고 있는 대학, 학과를 졸업했다. 비록 내용전달의 기교가 별달리 없어서 무지하게 잠왔던 기억은 있지만(아마 전공필수도 몇개 날린 걸로 기억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김화경교수가 보여준 자기 전공에 대한 높은 탐구력과 해박한 지식이었다. 교수가 설화연구에 권위자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가 페미니스트였다는 기억따윈 없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는 그 속에서 거짓없는 진리를 탐구하는 이에게 모든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다는 믿음이 있다. 저자가 평소에 자기 전공분야에서만큼은 어떤 편견도 없이 학자다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머리글에서 만난 지은이의 말 때문이었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의 절대성이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여성상을 창조하였다는 것을 빼놓을 수없다.' 지은이가 적어도 신화의 세계에서 드러나는 여성신들의 모습이 남성의시각으로 왜곡되어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려고 한다면 의심을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례만 훑어 보아도 알 수 있는 자료의 풍부함이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당위를 따지는 페미니즘 저서들은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남성들의시대를 바로 뚫고 들어가서 그 역사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뽑아 내는 책들은 흔치 않다. 적어도 이 책에 제시된 자료들은 남성의 역사를 치고 들어가는데 훌륭한 무기가 될 만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기쁘고 행복했다. 인간의 삶과 꿈이 그대로 투영되는 신의 세계에서 살아서 숨쉬고 있는 여신들을 만나는 것은 최근에 누려보지 못한 행복한 여행이었다. 내가 여성임에 감사를, 그리고 그 느낌을 찾아준 저자에게 감사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말의 수수께끼 -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
시정곤 외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느낌을 떠올리라면 무어가 있을까? 과학적이고도 위대한 글-까닭은 모르지만-,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 주시경선생의 독립정신... 어째 하나같이 국수주의적인 냄새들이 짙다. 그래서일까? 우리글에 얽혀 있는 기억들은 어딘지 모르게 교과서적이고 계몽적인 틀에 묶여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모든 생각들이 깨어졌다. '깨어졌다'는 표현으론 어딘가 모자란다. 마치 삼십여년을 졸고 있는 내 뒤통수에다 고함과, 몽둥이질과, 물벼락을 한꺼번에 내려붓는 듯한 느낌이다.

읽기 전엔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읽어내기 어렵다고 하는 서평을 간간히 만났었는데, '천만에 아니올시다'였다. 아마 국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려울 정도라면 우리 국어교육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였는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글이 이렇게 '국어'라는 지위를 가지기까지 한반도에 사는 인류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걸쳐서 고민하고 노력해왔던가를 이 책을 통해서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고뇌와 노력에 감동을, 그리고 성리학에 갇혀 살았던 그들의 시대적 한계에 연민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자료와 해석들을 덧붙인 책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국어사전이 왜 널리 쓰이지 않는지, 우리 글이 왜 과학적이라고 하는지, 영어와 같은 음소 문자이면서도 왜 풀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인지... 국어를 늘 쓰면서도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우리글의 역사를 찬찬히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지은이들의 노력에 정말 고맙기 그지없다.

우리글에 대해서 이만한 정보와 더불은 감동을 주는 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이 특히 돋보였던 것은 처음에 얘기했던 우리 글에 대한 국수주의적 자만을 넘어서는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학자다운 면모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언어적 감각까지 당연한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으로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는 열린 자세였다. '과거는 단순한 지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예견하게 하는 역사다.' 영화 '사라피나'의 명대사가 다시금 떠오르는 책이다. 우리말과 글의 과거는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는 역사다.
이 책은 그 역사 속으로 우리를 떠나게 하는 타임머신이었다.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공기의 고마움이 생물로서 나를 존재하게 한 것이라면, 우리 글은 나를 이 땅에 살아가는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당연한 진리를 잊고 지내온 당신에게 이 책을 간절한 마음으로 권한다. 더 늦기 전에 읽어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