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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3년 - 레벨 1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53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9월
평점 :

제목만 보면, 기차에서 3년동안 어린 소녀가 생활한 이야기라 오해할 수도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ㅎㅎ
당장, 울집 큰아들이 "엄마..어떻게 기차에서 3년을 살 수가 있어요?? " 라며 물어보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이 책은, 기차에서 3년을 살았다는 내용이 아닌...
기차가 갑작스런 고장으로 인해 멈춰서 있던 30여분의 시간을 두고 하나의 이야기로 적은 책이다.
30분의 그 시간이, 마치 3년과도 같은 느낌? 뭐 그렇게 해석하면 될듯 싶다..^^

기차가 한강 철교 위에서 멈춰버린 사건...
기차 안에 함께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간의 오고가는 여러 짧은 상황들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더불어, 그 속에서 우리가 지금 잃고 있는 무언가를 살짝이 건들어 주는 센스도 잊지 않은 책!!
처음 책 제목과 목차만을 봤을때에는 시대적 배경이 언제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배경 역시 현시대였고, KTX 기차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사실... 나도 모르게, 책 제목만을 보고 판단했을때... 무언가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거란 생각을 조금은 했었다.
하지만 정말 너무도 일상적이고..
또 한편으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서 한번쯤 있을 수 있는, 그리고 있었던 일을 잔잔하게 그려 놓았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상아는..초등학교 3~4학년정도쯤?되어 보이는 여학생이다.
상아는 앞서, 화장실과 도서관에 각각 한번씩 갇혀 본 경험이 있는 아이였다.
이 책 역시, 그런 상아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발간한 것으로...3년시리즈의 마지막권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서, 앞선 시리즈 <화장실에서 3년>,<도서관에서 3년> 의 책들을 차례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상아는 여름방학을 맞아, 부산의 할아버지댁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늘 자동차와 비행기로만 오고갔던 그 길을...
처음으로 기차여행처럼 떠나게 된 것이였다.
그 여행길에는 엄마와 아빠, 큰엄마와 큰아빠,그리고 상아가 좋아하는 6학년 사촌언니도 함께였다...
즐겁게 부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KTX 기창 안에서..
폭풍우로 인해 기차가 멈춰서버렸다..!!!
어른들보다 이틀가량 부산에서 더 머물다 언니와 함께 단둘이 올라가게되었던 터라,
갑자기 멈춰선 어둠속의 기차안은.. 정말 그 무엇보다 공포스러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전력문제로 인해, 한강 철교 위에 비상 정차해 버린 기차...
기차내의 승객들은 모두 술렁이고...
사촌언니 역시 겁에 질려 소리지르며 울기 바빴다.
하지만 주인공 상아는... 너무도 덤덤하고 의젓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 이유는... 앞서, 화장실과 도서관에 각각 갇혀 본 경험이 있었고...그 경험 속에서 상아가 깨닫게 되고,
얻게 된 교훈과 가족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역시나...한번도 아니고, 무려 세번씩이나 갇히는 사고를 당하는건...그닥 유쾌하지 않을 뿐더러...
허망하기까지 할 것이였다.

차분함을 유지하는 상아와는 달리, 기차 속의 어른들은 저마다 딜레마에 빠져 우왕자왕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울먹이기도 하며.... 폭풍우 속의 컴컴한 기차 안에서 공포감을 더해주었다.

폭풍우 치는 저녁...
한강 철교 위라니....
차라리, 땅 위의 철로에 멈춰섰더라면...이렇게까지 공포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갇혀버린 사람들의 입장이 어떠했을지 짐작해 본다.
당장이라도 무언가 큰 사건이 터질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 상아만은 조금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전화하며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울먹이거나 따지거나 화를 내는 사이에서도..
상아는 차분함을 유지한다.
왠지 모르게 저 그림이...참 마음 한켠을 찔렀다.
서로가 함께 있지만, 서로의 얼굴은 바라보지 않고 모두 자신의 폰 속에 갇혀 있는 모습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몇년전부터, 스마트폰이란 것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어느덧, 서로의 얼굴을 보는 시간조차 아까워하고 있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카페에서도...친구간의 만남에서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어 들고 만지작 거리며, 함께 있지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버리게 된다.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얼굴과 눈을 마주하지 않게 되는 일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아는 화장실과 도서관에서 갇혔던 사건때문에 부모님께서 비상용으로 스마트폰을 억지로 해주셨지만..
그닥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잘 쓰지도 않는.... 요즘 세상으로 치면, 참 독특한 아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우리 큰아들과도 좀 많이 닮은 모습이라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울 큰아들 역시...자기 폰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잘 모를 정도로, 챙김을 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흔하게 하는 스마트폰 게임조차도하지 않는.... 어찌보면 조금은 무감각?무관심?한 모습이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나는 참 좋다.
세상이 험하여..어쩔 수 없이 채워준 폰이지만, 아이가 그 폰에 빠져들어 살지 않는 것에 안도하고 감사하게 된다.

기차가 정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인내심에 바닥을 보이며 자신들의 본성을 들어낸다.
자신을 과시하며 으스대는 사람도 있고..
막무가내로 못마땅하여 소리 지르는 사람...
창문이라도 깨서 탈출하자며 제안하는 아저씨...
주인공 상아의 핸드폰을 거의 반강제로 빌려가 자기것마냥 신나게 써대는 아줌마...
저마다 현재의 상황에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다른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어도
짜증과 다툼으로 맞받아 치게 된다.
지옥과도 다름없는 아수라장 같은 상황이 짐작된다.
갇혀버린 기차 안에서 화장실도 제대로 쓸수 없고, 마실 물 조차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뿐...그 누구에게도 물 한모금 나누어줄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저 상황 속에서도,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상황을 보고 계신 노부부...
다툼이 일고 시끄러울때마다 부드럽고 차분하게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아저씨같은 분들도 계신다.

상아는 화장실과 도서관에서 갇혀 있던 사건으로..
마음을 늘 다독일 수 있는 악기 하나를 배우게 된다. 바로 오카리나~
그것은 상아의 아버지께서 추천하신 것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음을 컨트롤 하고 마음을 위안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작은 오카리나는 상아가 언제든 가지고 다니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였다.
이번 기차안에 갇힌 후, 상아는 그동안 배워두었던 오카리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컴컴하고 후덥한 공기로 그득한 기차안, 더욱이 사람들간의 언성이 높아지고 불쾌지수가 한참 높아있는 곳에서..
갓난아기는 더 예민해지고 그 괴로움을 울음으로 표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어도 아기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사람들은, 이런 어린아기에게조차 아량을 베풀어주지를 못했다.
이때...
상아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오카리나를 들고..아기 앞에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덧...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생긋 웃어주기까지 한다..^^
그런 상아를 보고 힘을 얻었는지, 상아 옆으로 중학생 오빠가 하모니카를 들고 와서, 함께 협연을 펼치게 된다.
두 어린 학생들이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음악소리에...
날카로워져만 있던 사람들이 마음과 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듯 편안해져가는 순간이였다.
짜증내며 서로를 배려할 마음조차 없던 사람들은... 어느순간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물 한모금도 나누어 마시는 아량을 베푼다.
그렇게 지옥과도 같았던 기차안은 어느새 천국과 같은 평화로움이 감돌며, 어느새 소풍을 온 듯 즐거워져갔다.

고장난 기차가 수리가 되고 상아는 어느새 아빠와 엄마가 기다리는 기차역으로 도착한다.
어린 아이에게는 공포스럽고 힘겨운 시간이였을 수도 있는 기차안에서의 30분은...
되려 어린 상아를 더욱 성숙케 해주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두 눈을 감고, 살포시 미소띤 입술에서... 상아의 이쁜 마음이 쑥쑥 자라나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어른들이라 칭했던 사람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우왕자왕하며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던 때에..
어른들이 아이라며 어리게만 보아왔던, 작은 소녀가 그런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게 되었다.
"진심으로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은 상대방을 감동시킨단다."
상아의 아빠가 하신 말씀은 상아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고, 진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상아는
직접적으로 깨달으며 한 층 더 속 깊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어진다.
하나의 작은 사건을 참 따뜻하게 그려놓았고, 현 시점 우리가 잊고 지내는게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해주었다.
마음 한켠이 훈훈해져 옴을 느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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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었다.
서울에서 마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가 갑작스레 고장으로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버스기사분이 그 어떤 상황 설명도 없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서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신 것이다.
승객들에게 어떤 말이라도 좀 해주시고 사라지셨더라면, 그나마 화가 덜 났을텐데...
그 기사아저씨 역시 고장난 버스때문에 맘이 급하셨던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승객들만
어두안 밤 고속도로 갓길에 남겨둔 채 사라져버리신 것이였다!!!!
그때 갑자기 내 뒤로,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시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버스기사아저씨에 대한 원망소리와 더불어, 버스회사에 고소를 해야한다는둥...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둥...
여튼 너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그렇지 않아도 멈춰 서 있는 고속도로 갓길이 위험한데...
사람들을 더 정신없이 만드셨다..ㅡㅡ;;
더 웃긴건,그 아저씨 옆에 왠 아부쟁이?같은 아저씨가 함께 붙어서는... 둘이서 무슨 선거유세하듯..
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뭔 선동질 같은 것을 해대셨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 차 안이 거의 꽉 차 있었던 상황인데... 그 아저씨 두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승객들은 그저 조용히..
이 상황이 어떤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며, 기사아저씨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였다.
하도 그 두분이 흥분하여 소리를 질러대니...보다 못한 승객들이 되려,그 두 아저씨께 정신없으니 조용히 하라며
항의를 할 정도였다..^^:
30~40분 후에 버스기사아저씨께서 오셔서는...급히 차를 요청해서 곧 오니, 갈아타시라는 말을 전해주셨는데..
자칫, 멱살 잡히실 뻔..ㅡㅡ;;;;;;
솔직히, 승객들에게 아무런 말 없이 혼자 후다닥~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사라지신 행동은..
나로서는 좀..이해불가하다.
아무리 급하셔도 그렇지, 기본적으로 승객들에게 상황 설명이라도 해주셨더라면....그렇게 다들 화가 나진 않았을터...
여튼.... 어찌보면, 상아가 겪었던 기차 안에서의 갇힌 상황은...
실제 우리 생활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일상속의 이야기라 너무 식상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뻔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참 동그랗고 이쁘게 엮어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