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대하여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바닥까지 걸어가야만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바닥을 딛고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발이 닿지 않아도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더이상 바닥은 없다고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미리 읽어본 아버지의 유서너는 이제 더이상 시 쓰지 마라그저 차나 한잔 마셔라배고파도 더이상 찾아가지마라사랑이란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는그 깊이를 알지 못한다이제 세상에 더이상 남길 것은 없다나는 그저 간다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좀 있다가 목이 마르면그저 물이나 한잔 마시다가너도 너 혼자 어디로 가라불면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죽어서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그래도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건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는 까닭이다그렇지 않다면정녕 그렇지 않다면왜 꽃이 사람들을 아름답게 하고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그러나 나는 평생 잠을 이루지 못한다왜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마다짐승이 한마리씩 들어앉아 있는지왜 개 같은 짐승의 마음속에도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이 들어앉아 있는지알 수가 없어 나는 평생 불면의 밤을 보내는한마리 짐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