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기분이 나쁜 상태이다.
몸도 평소보다 무겁고 머리 속으로 계속해서 ˝결국 네가 그렇게 만든거잖아˝하고 말한 남편의 말이 맴돌아서 나를 더 자책하고 비난하게 만들며 심지어 상대를 탓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의 생각에 갇혀서 자기를 기준으로 해서 다른 것들을 판단합니다.˝《담론 153쪽》

이 불편하고 답답한 나라는 사람을 대변해주는 듯한 글귀를 만나고나니 이곳에 속풀이 글이라도 써야겠다...하고 생각했다.

나란 사람은 좀 째째하고 소심한 사람이고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정머리없다.
애초에 상대를 배려해서 했던 행동들 하나 하나가 후회되기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 나란 사람은 좀 별로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 욕구와 느낌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전달하지 않았던 때문인데, 사실 내가 배려했던만큼 상대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감정을 솔직히 전달해도 상대는 왜곡해서 듣기마련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나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손을 내밀지만 도가 지나치면 냉정하게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하는 바람으로 배려하는 쪽을 택한다.

여튼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에 세세히 적으려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러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여튼 나는 그런척을 잘 못하고, 그런척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또한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면서 자신의 분함과 서운함을 다른이에게 전하며 상대를 평가하는 것을 싫어한다.

애초에 첫단추를 잘못 끼운 내탓이 맞다는 생각때문에 아마도 더 속상하고 쓸데없는 생각들로 이틀연속 기분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차라리 내탓하는 게 마음 편한 것도 같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와 나의 적당한 거리 유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음 상하지 않게 과도한 기대는 금물, 미리 내 욕구와 감정을 밝혀두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한다.
나와 그의 적당한 거리 유지, 여튼 이것만이라도 꼭 기억해둬야겠다.

나를 돌아보는 일을 좀 더 진지하게 해야겠다.
어젯밤 폭우가 오늘밤에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리 속단하지는 말아야겠다.
속상한 마음 빗물에 씻어내야겠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고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 큰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지나간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난 다음 뒷문ㅅ을 기다려 앞으로 나아간다.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에 상선이다. 싫어하는 곳이란 낮은 곳, 소외된 곳이다. 물은 높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 없고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담론 133쪽 내맘대로 추림》

흐르는 강물에 속상했던 마음 흘려보내, 어딘가로 흘러가 바위에 부딪혀 깨지고 깊게 파인 웅덩이 채우게 나눠주고 돌고 돌아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다른 것들 즐겁고 행복한 것들로 대신 채워두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04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0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