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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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봐왔던 여느 만화와는 다른, 우리가 나날이 마주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표출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상처받고, 반성하고, 두려워하였다. '사랑의 단백질'을 볼 때 문득 떠오른 것은 인터넷상에서 접한, '강아지를 팝니다'라는 표지판을 목에 건 개의 사진이었다. 그 개야 그 글의 의미를 알리 없고, 그저 자기 자신의 강아지가 팔려나가는 순간이 되어서야 생때같은 자식과의 이별에 끙끙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닭집 주인은 엄연히 먹고 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자기 자식을 파는데,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속한 것을 파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살기 위해 자신의 것을 떼어내 파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누군가가 피눈물을 흘려가며 파는 것들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이 책 제목에 나오는 작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둘리가 누구인가... 80년대에 우리 곁으로 찾아온 그는 '둘리를 모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간첩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 알려지고 많은 사랑 받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작가 최규석은 영원히 아기로 머물러 있을 것 같던 둘리를 갑자기 현실세계로 불러내어 살아가게 만들었다. 마법을 행하던 손가락을 잃어 버린 둘리의 모습이나 적나라한 현실임을 일깨워주는 또치, 도우너, 철수, 희동이... 그들은 모두 이제 명랑만화 속의 주인공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에 가졌던 환상을 뒤로 하고, 현실이 내뿜는 냉기 속에서 서서히 얼어가는 것은 아닐는지....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변해 버린 둘리-어쩌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는..-를 당장이라도 보다듬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진다.

 아이조차도 자신을 위해 남을 짓밟는 냉혹한 현실의 법칙 속에서 살게 만들어 버린<콜라맨>은 그 작품 말미에 실린 평처럼 의도를 지닌 마무리로 현실감이 반감된 면이 있다. 콜라맨을 데려가고자 하는 사내의 나이를 좀 더 후년-자신의 삶을 진실로 반성할 줄 아는 나이-으로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외 중간중간에 실린 몇 컷으로 이루어진 작품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들이 스스로를 기계-컴퓨터-에 예속시키는 미래를 경고하는 <리바이던> 등등, 최규석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쉬이 보고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세상은 달콤한 사랑이야기나 행복한 삶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실은 슬프고, 차갑고, 냉혹하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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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3-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슬프고, 차갑고 , 냉혹하다... 슬프고,차갑고,냉혹하다 ...
아직 뼈저리게 느껴본 적은 없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지요.^-^

로드무비 2005-03-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 참 좋습니다.
추천하고 가요.

아영엄마 2005-03-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많이 살아 보신 분의 말씀이니 맞지 않을까요~(그..그래도 쬐끔 따뜻한 구석이 남아 있으니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구요..^^)
로드무비님/앗! 추천입니까? 힘이 불끈 불끈!! 또 리뷰 쓰러 가자~~~

수양버들 2005-03-1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파스 이벤트에 시청한 책인데 저에게 행운이 왔으면 좋겠네요.
책 주제가 강해서 그런가요, 리뷰에서도 힘이 느껴지네요.

딸기 2005-03-2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합니다.

아영엄마 2005-03-2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버들님/행운을 잡으셨나요? ^^
딸기님/아.. 나에게도 추천이... ㅜㅜ(추천 하나 하나에 감동하는 여인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