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진 시기는 우리의 조상이 유라시아에 살기 시작한 이래 인류의 지리적 범위가 처음으로 크게 확대되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때의 확대 범위는 당시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였다. 수많은 유적지의 방사성 탄소 연대로 미루어 봐서 지금으로부터 30000년~40000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도 인간이 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온 이후 인간들은 짧은 시간 내에 대륙 전체에 두루 자리 잡게 되었다. ... 빙하기가 계속 되는 동안 많은 양의 바닷물이 얼어붙었으므로 전세계의 해수면이 현재보다 수 킬로미터나 낮아졌다. 그 결과 현재 아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보르네오, 지바, 발리 섬 사이에 있는 얕은 바다가 마른 땅이 되었다(베링 해협이나 영국 해협을 비롯한 그 밖의 얕은 해협들도 마찬가지였다).-55-56쪽
떡갈나무는 원래 다람쥐에게 맞는 크기와 맛의 열매를 만들어내도록 진화되었다. 그 녀석들이 바삐 도토리를 파묻고 파내고 까먹는 모습은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쩌다가 깜박 잊고 파내지 않으면 그 도토리에서 떡갈나무가 자라난다. 떡갈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곳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해마다 수십 억 마리의 다람쥐들이 각자 수백 개의 도토리를 퍼뜨리고 있다. 우리 인간은 도저히 원하는 도토리를 얻기 위해서 떡갈나무를 선택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속도는 느리고 다람쥐는 재빠르다는 문제점은 너도밤나무와 히코리나무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각각 유럽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야생 상태로 많은 견과류를 얻고 있지만 역시 작물화되지는 못했다.-193-194쪽
민족생태학이라는 이 학문은 사람들이 자기 지역 환경의 야생 동식물에 대하여 가진 과학적인 지식 체계를 연구한다. ... 그 연구 결과는 대개 그 같은 민족들은 걸어다니는 자연사 백과사전이라 할 정도로 적어도 10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의 이름을 (자기 지역의 언어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종의 생태학적 특성, 분포, 잠재적인 쓰임새 등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가축화, 작물화된 동식물에 의존하게 될수록 그 같은 전통적인 지식은 차츰 그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라져, 현대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에 이르면 야생 볏과 식물과 야생 콩과 식물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 내가 뉴기니인들을 데리고 이 섬의 다른 지역으로 갈 때마다 그들은 항상 거기서 만나는 다른 뉴기니인들과 그 지역의 동식물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쓸 만해 보이는 식물이 있으면 자기 마을로 가져가서 심어본다. -214-215쪽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읽은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 문장에서 몇 마디만 바꾸면 바로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유명한 첫 문장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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